홈 > 커뮤니티 > 자유게시판
자유게시판
연주.감상후기, 등업요청, 질문, 제안, 유머, 창작 노랫말, 공연초대와 일상적 이야기 등 주제와 형식, 성격에 관계없이 쓸 수 있습니다.
단, 영리 목적의 광고성 정보는 금지하며 무단 게재할 경우 동의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
기존의 회원문단은 자유게시판으로 통합되었습니다.

공포감

산처녀 9 1113
어느덧 겨울입니다 .
올겨울은 아직 눈도오지않고 많이춥지를않아서
아직은 겨울의 정취를 느낄수없군요.

제가 어릴적 1.8동란때의 이야기입니다 .
친정어머니와 가끔은 추운겨울이면 나누는 이야기죠.
저는 겨울난리때 다섯살이였읍니다.
우리 아버지는 방위군 장교로 전쟁의 현장에 나가시고는 안계신때에
다시 겨울난리가 났읍니다 .
군인 가족이나 경찰가족들은 닥치는대로 죽인다는 공포스러운 소문에
우리 가족은 피란을 나갔읍니다.
우리 엄마는 그때에 내아랫동생을 갖어서 만삭의 배를하고 는 피란길에 나섰었죠.
다행히도 우리가족은 방위군의 가족이였기 때문에 지방에 남아있는 잔류방위병들이
함께 피난길을 나섰읍니다,

나는 어린아이였으니까 방위병이 없고 가는데 어찌나 발이 시렸든지
계속 울었읍니다 .
그냥도 가기 힘든 눈이 무릎까지 차는길을 등에서 우니까 방위병들은
내 엉덩이를 자꾸 꼬집어서 더더욱 울었지요.
우리 엄마는 만삭의 배를갖고 힘들어서인지 지팡이를 짚고 눈길을가는데
왼 영문인지 지름길로 간다고 다른길로 가는것이였읍니다.
어릴때의 엄마를 잃어버린다는 그공포감은 지금도 아련한 기억에 진저리가
처질정도였읍니다.

얼마쯤가다 하얗게 눈덮인 다리를 건너려는데 총을든 군인들이 우리를
조사를 하는것이였읍니다..
후에 엄마에게 들으니 군인가족이나 경찰가족인가하고 지방 보도연맹들이
조사를하는것이였다고 합니다.
그때는 보도연맹이 인민군보다 훨씬 무서운때였다고합니다.
엄마가 재빠른 기지를발휘해서 우리 가족은 무사히 통과를 하였다고 합니다.
 
나이가 어리기 때문에 더많은 기억은 나질않으나
피란길에서 돌아오니 우리집은 이발소 유리창이 박살이나서 바닥은 왼통
 유리조각으로 깔려있고 썰렁한집은 아주 공포스러웠읍니다 .
미군들의 폭격때문에 생긴일이라더군요.
효손으로 삼동네에 소문이난 우리아버지는 풍이나신 ,내게는 증조할머니에게
매일 고기와 술을 사들일려고 이발소를 차리고 직공을두고 운영하셨었읍니다.

그때까지 나는 손귀한집,우리아버지는 칠촌에 양자를빌어온다는 말이있지만
계촌도 할수없는 먼집안에서 양자로 들어와서 맏손자를낳으셨으나 우리엄마가
친정가서 홍역에 잃고 난다음 낳은 딸이라서 방아래 윗칸에다 송판으로 못질을하고
아랫방을 못내려 오게하고 등불이없이 송판틈으로 불구경을 할만치 미워했었읍니다.

그런 할머니가 연만하셔서 피란을 가시지 못하고 우리 이발소의 직공 어머니와
집을 지키고 계시다 방위병이 나를 먼저 데려다 마루끝에 내려 놓으니 그무서운
호랑이 증조 할머니가 나를붙들고 엉엉 우시던 생각이 납니다.
그때에 어린나였지만 아! 우리 호랑이 할머니도 무서워서 우는때가 있구나하고
큰충격을 먹은듯합니다.
얼굴이 벌거신 우리할머니는 무섭기로 삼동네에서 소문이나서 무서운 할머니
손자하면 다 알정도였다고 하니 ///
겨울 피란 덕분에 아래윗방의 송판이 헐려나가고 나는 정식으로 등잔불구경을
하게 되였었죠.

그리고 몇년이 지나도록 툭하면 공습싸이렌소리에 방공호로 숨는연습의
연속이였죠.
학교에서 강으로 자연관찰을 나갔다가 싸이렌이 불면 우리아동들은 공포에 휩싸여서
발길이 나는것갗이 뛰여서는 학교 방공호로 숨고는 하였었죠.

.그러다 어느겨울날 엄마와함께 밤에 엿도가집에 엿을사러갔다가 싸이렌
소리와 총성에 놀라서 허둥 지둥 집으로 돌아와서는 나는 솜이불을 뒤집어쓰고
납작 엎들여서<솜이불을 쓰면 총알이 못들어온다는상식에> 숨도 크게 쉬지못하고떨다가
해제 싸이렌이 불고는 엄마에게 빗자루로 마구 두들겨 맞았지요.
맞이가 되여서 동생들을 구할생각은 않고 저만살려고 혼자 이불을 뒤집어썼다고
엄청나게 만이도 혼이났던기억이납니다 .
알고보니 공비가 아니고 농협창고에 도둑이들은것을 싸이렌을 부는 해프닝을 한거죠.
전후세대인 우리는 많은 공포와 기아와경험의 산증인들이기도 하죠.

눈을 기다리는 마음에 창밖을 내다 보다 어릴때 기억의 한조각을 열어보았읍니다
 

9 Comments
바 위 2004.12.10 03:47  
  선생님 ...

말쌈이 조목조목 다 맞습니다...
존 글 주심 삼삼 감사 합니다...
물미도 목도도 괴산 도
안녕 하시지요
그냥 건강만 하세요 @@@
단암 2004.12.10 12:30  
  이발소, 엿도가, 전쟁으로 인한 피폐... 저는 전쟁에 대한 기억을 가진 세대는 아닙니다만 삼거리 이발소, 엿도가의 엿밥, 술도가의 술밥은 기억합니다. 황량한 기억들입니다. 얇은 입성에 춥기도 했고요. 좋은 글 감사 드립니다. 
장미숙 2004.12.10 18:43  
  산처녀님~
그 어린 나이의 기억을 이만큼 생생하게 하시다니요?
특별한 기억이기에 잊을 수가 없으신게지요~
엉덩이를 꼬잡힌 기억까지도..^^
쉽게 들을 수 없는 이야기라 더욱 감명이 깊습니다.
산처녀 2004.12.10 22:29  
  권선생님 물미도 목도도 괴산도 다잘있지요
단암님 우리의 세대는 많은 황량함의 시절이였죠.
6.25에 4.19 5.16혁명 갖은 험한 세파에 시달린 시절이죠.
장미숙님 우리 남편은 이런이야기를 하면 무슨 기억이 있느냐고 하지만
5세때의 기억이 가장 시초이면서 정확하다더군요
하늘곰 2004.12.12 04:23  
  우리 아버지의 무용담 중 일부를 새로이 들으니 감회가 새롭네요. 역사에는 1.4후퇴라고 기록되지만 충청도만 해도 거리가 있다고 1월 8일에 철수를 했다고 하시더군요.
사실은 우리 어머니가 더 용감하셨대요, 지방에서 극성을 피우던 보도연맹과 완장을 찬 빨(?)이로 통칭되던 분들과 우리 어머니의 신경전은 더욱 피가 끓지요.
우리가 살던 시골집이 길가에 있었고 길이가 20미터가 훨씬 넘는 가게터였는데 낮에 완장 찬 분들이 와서 벽에 벽보를 붙이고 가면 우리 어머니는 밤중에 몽땅 뜯어 냈답니다.몰래
어쩃든 우리 아버지가 수복되고 복귀하셔서 그분들과 다 화해하고 한분도 피해를 주시지 않았다고 자랑을 하셨지요.아버지 덕에 이데올로기로 인한 이웃의 상잔을 막았다고 생전에 늘 자랑하셨었는데 우리 아버지 하늘나라로 가시고 이듬해에 완장차셨던분의 아드님과 이야기중에 자기 아버지는 독립군이였다고 이야기를 하더군요. 산 증인이 없으니 뭐라 말도 못하고 집에와서 어머니께 말씀드렸더니 펄펄 뛰시더군요."걔네 아버지가 젤로 골수파였다고"
역사는 그런거지요......
인애 2004.12.15 07:38  
  알콩 달콩 아주 재미있네요,산처녀님 더욱 건필하셔서 회원난을 빛내주십시오..
유랑인 2004.12.17 01:21  
  다 지난 이야기지만... 앞으로 도 그런 상황이 오면 되풀이 될 것만 같은 으스스한 6월의 망령이자 회한의 뒤안길이네요...
우지니 2004.12.22 18:13  
  산처녀 아우님은 그시절에 아주 꼬마였을텐데 다 기억하다니 대단하셔라
저는 초등학교 3학년때 6.25 사변이었답니다 . 학교는 휴교상태에다가 밤이면 인민군들이 대창을 들고 집집마다 아버지들을 불러내어 잡아가려고 찾아다니는  인민군 세상이었지요.
그래서 밤이면 아버지들은 서슥 밭에 (조) 요를 가지고 가시어 피신을 하고 계시다가 날이 밝으면 집으로 돌아오시고 또 어떤날은 학교에서 동리사람들 다 모아놓고 인민재판을 열어 그자리에서 사람들을 사정없이 처단하는 비극이.......
꿈에라도 그 시절이 올까 봐 .몸서리치는 더 이상은 말 할 수 가 없네요.
비행기는 계속 날아 다니고 불안과 공포감 때문에 저도 비행기 소리만 나면 광으로 숨었는데 폭탄을 던지면 광으로 숨었다고 안 맞겠습니까?  더구나 기와집은 더 폭격을 한다고 해
서  저는 어릴적에 기와집이 너무나 싫었답니다 . 낮에는 우리 사랑방에서 인민가를 가르치
고    그 노래라는 가사가 기가 막히지요.  " 원수와 더불어 싸워서 죽은 우리에 주검을 슬퍼말아라.....  인민군들은 이런류의 것을  노래말이라고 .불러댔지요.
이 세상에 슬픈 것은 나라 잃은 슬픔이  제일 크다는 것을 우리들은 어릴적부터 겪어온
셈이지요.  이제 다시는 전쟁없는나라 세계제일 강대국이 되어서 우리 후손들에게는 평화로운 삶을 살 수 있도록 해야 되겠지요..
달마 2005.01.03 15:59  
  선생님 ~!

새해엔 건강 하실거지요...
항상 고맙습니다...!!
제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