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꽃밭
어머니의 꽃밭
밤하늘의 별을 본다.
어머니가 보고 싶은 날이면 밤하늘을 올려다본다. 사람은 죽으면 별이 된다고 하는데 어머니도 저 별 중 하나가 되어 어딘가에 계시겠지. 고개를 들고 습관적으로 별 하나 나 하나 하고 헤아린다. 별 하나에서 어머니의 해 맑은 웃음이 보인다.
밤하늘은 그리움으로 가득 차 있다.
사랑하는 사람
세상에 남겨두고
차마, 눈감을 수 없어
눈뜨고 죽은 사람은 누구나
별이 된다.
별이 되어서
사랑하는 사람
험한 세상 살 동안
하늘 한번 쳐다보라고
저토록 반짝인다.
詩/김순남 별 전문
어머니는 꽃을 많이도 사랑하셨다. 가을이면 꽃은 달라도 색깔 똑 같은 까만 씨앗을 종류별로 거두어 두었다. 이른 봄이면 장독대 앞에 어머니의 꽃밭을 만들어 놓았다. 까맣게 죽은 씨앗은 어머니의 손을 빌려서 새 생명으로 다시 태어났다.
우주 만물의 이치가 가고 나면 오는 것인 듯. 겨울이 가고 봄이 온 땅에서는 꾸역꾸역 새 싹이 올라온다. 이때쯤이면 어머니의 마음은 가난을 벗어나 풍요로운 여인이 되어 갔다. 장독대 앞에는 아침이면 나팔꽃이 피고 한낮이면 채송화가 귀여운 입을 벌리며 웃었다. 저녁밥을 할 때쯤이면 분꽃이 환하게 땅거미를 밝혀주었다.
어머니는 종종 뽀얀 행주치마에 손을 묻은 채 꽃밭 앞에서 넋을 잃은 듯.새싹들을 바라보곤 하셨다 그럴 때의 어머니 얼굴은 참으로 행복해 보였다. 아무 근심 없는 평화로운 얼굴에 미소를 띠고 뾰족이 올라오는 새싹을 보시며 너를 많이 닮았구나. 라고 말씀하시며 머리를 쓰다듬어 주신다.
가난한 시절을 사신 어머니에겐 나이가 들면서 약간의 치매가 찾아 왔다. 가난을 몸소 체험하신 어머니는 인간의 가장 기본인 먹는 것이 우선이었다. 먹는 것에 대해서 만은 생각이 변하지 않은 것 같다. 마당가 나무 위에서 까치가 울면, “어머니 까치가 우네요.” 할라치면 “까치가 배가 고파서 밥 달라고 우나보다”하시고 누가 오기라도 하면 밥 먹어라 , 밥 먹고 가라는 말씀을 잊지 않고, 치매를 앓고 있는 환자 같지가 않다.
어머니는 호박으로 만든 음식은 무엇이든 좋아 하셨다. 해마다 호박을 울타리에 빙 돌아가면서 종류별로 심었다. 치아가 성하지 않은 탓에 부드러운 호박을 제일 좋은 반찬으로 쳤다. 어머니는 가장 먼저 달리는 주키니 호박부터 마디호박까지 여러종류를 심는다. 호박 채에다 새우젓을 넣어 밥에 쩌 자시는 것을 특히 좋아 하셨다.
올여름은 예년에 비해 장마가 길었다. 비가 오니 벌들이 수정을 하지 못해서 장마기간은 호박이 달리지 않았다. 장마가 끝나고 날이 좋으니 호박 넝쿨에 호박이 줄줄이 맺힌다. 탐스럽게 열린 호박을 잡숫지 못하고 이 여름에 하늘의 부르심을 받았다.
가을이면 누렇게 익은 호박을 많이 딴다. 겨울에 김치 넣고 끓인 호박 국을 즐겨 잡수시던 어머니다. 툇마루 한구석에 수복이 싸놓을 호박을 생각하면 이내 마음이 아파온다. 겨우내 호박김치 국을 끓여 먹을 터인데. 그 국을 우리만 먹을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눈물이 볼을 적신다.
“밥 안 먹고 어디가”하는 사랑 담긴 소리를 이제 누구에게서 들을까. 나는 어머니의 꽃밭에 새싹 같은 어린 것 이였는데. 어머니 가시고 남은 나는 중년의 늙은이로 성큼 다가서고 있다. 늘 저무는 길섶에서도 누군가에게 향기가 되고 위안이 되라고 하신 어머니. 저 별 속에서도 향기가 되고 위안이 되는 꽃밭을 일구고 계신가보다.
장독을 들러싼 어머니의 꽃밭이 별 속에서 보인다. 금송화. 봉숭아. 백일홍.채송화. 맨드라미가 꽃을 피우고 있다. 눈물이 절로 난다
밤하늘의 별을 본다.
어머니가 보고 싶은 날이면 밤하늘을 올려다본다. 사람은 죽으면 별이 된다고 하는데 어머니도 저 별 중 하나가 되어 어딘가에 계시겠지. 고개를 들고 습관적으로 별 하나 나 하나 하고 헤아린다. 별 하나에서 어머니의 해 맑은 웃음이 보인다.
밤하늘은 그리움으로 가득 차 있다.
사랑하는 사람
세상에 남겨두고
차마, 눈감을 수 없어
눈뜨고 죽은 사람은 누구나
별이 된다.
별이 되어서
사랑하는 사람
험한 세상 살 동안
하늘 한번 쳐다보라고
저토록 반짝인다.
詩/김순남 별 전문
어머니는 꽃을 많이도 사랑하셨다. 가을이면 꽃은 달라도 색깔 똑 같은 까만 씨앗을 종류별로 거두어 두었다. 이른 봄이면 장독대 앞에 어머니의 꽃밭을 만들어 놓았다. 까맣게 죽은 씨앗은 어머니의 손을 빌려서 새 생명으로 다시 태어났다.
우주 만물의 이치가 가고 나면 오는 것인 듯. 겨울이 가고 봄이 온 땅에서는 꾸역꾸역 새 싹이 올라온다. 이때쯤이면 어머니의 마음은 가난을 벗어나 풍요로운 여인이 되어 갔다. 장독대 앞에는 아침이면 나팔꽃이 피고 한낮이면 채송화가 귀여운 입을 벌리며 웃었다. 저녁밥을 할 때쯤이면 분꽃이 환하게 땅거미를 밝혀주었다.
어머니는 종종 뽀얀 행주치마에 손을 묻은 채 꽃밭 앞에서 넋을 잃은 듯.새싹들을 바라보곤 하셨다 그럴 때의 어머니 얼굴은 참으로 행복해 보였다. 아무 근심 없는 평화로운 얼굴에 미소를 띠고 뾰족이 올라오는 새싹을 보시며 너를 많이 닮았구나. 라고 말씀하시며 머리를 쓰다듬어 주신다.
가난한 시절을 사신 어머니에겐 나이가 들면서 약간의 치매가 찾아 왔다. 가난을 몸소 체험하신 어머니는 인간의 가장 기본인 먹는 것이 우선이었다. 먹는 것에 대해서 만은 생각이 변하지 않은 것 같다. 마당가 나무 위에서 까치가 울면, “어머니 까치가 우네요.” 할라치면 “까치가 배가 고파서 밥 달라고 우나보다”하시고 누가 오기라도 하면 밥 먹어라 , 밥 먹고 가라는 말씀을 잊지 않고, 치매를 앓고 있는 환자 같지가 않다.
어머니는 호박으로 만든 음식은 무엇이든 좋아 하셨다. 해마다 호박을 울타리에 빙 돌아가면서 종류별로 심었다. 치아가 성하지 않은 탓에 부드러운 호박을 제일 좋은 반찬으로 쳤다. 어머니는 가장 먼저 달리는 주키니 호박부터 마디호박까지 여러종류를 심는다. 호박 채에다 새우젓을 넣어 밥에 쩌 자시는 것을 특히 좋아 하셨다.
올여름은 예년에 비해 장마가 길었다. 비가 오니 벌들이 수정을 하지 못해서 장마기간은 호박이 달리지 않았다. 장마가 끝나고 날이 좋으니 호박 넝쿨에 호박이 줄줄이 맺힌다. 탐스럽게 열린 호박을 잡숫지 못하고 이 여름에 하늘의 부르심을 받았다.
가을이면 누렇게 익은 호박을 많이 딴다. 겨울에 김치 넣고 끓인 호박 국을 즐겨 잡수시던 어머니다. 툇마루 한구석에 수복이 싸놓을 호박을 생각하면 이내 마음이 아파온다. 겨우내 호박김치 국을 끓여 먹을 터인데. 그 국을 우리만 먹을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눈물이 볼을 적신다.
“밥 안 먹고 어디가”하는 사랑 담긴 소리를 이제 누구에게서 들을까. 나는 어머니의 꽃밭에 새싹 같은 어린 것 이였는데. 어머니 가시고 남은 나는 중년의 늙은이로 성큼 다가서고 있다. 늘 저무는 길섶에서도 누군가에게 향기가 되고 위안이 되라고 하신 어머니. 저 별 속에서도 향기가 되고 위안이 되는 꽃밭을 일구고 계신가보다.
장독을 들러싼 어머니의 꽃밭이 별 속에서 보인다. 금송화. 봉숭아. 백일홍.채송화. 맨드라미가 꽃을 피우고 있다. 눈물이 절로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