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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호수나무 4 1472
  [어느 날]



이 세상 생명 있는 누구에게든
쓸쓸한 죽음이란 없다

풀꽃 하나 딱정벌레 한 마리
어둔 밤
갈 숲에 깃 여미고 숨을 다 한 물새 한 마리

세월의 임종을 위해
별은 저리도 애처롭게 서 있고
바람은 부드러운 손으로
그들의 눈을 감겨 주는 것이다

그리운 이여
어느 날 소식 없이 우리 하나
이 세상 떠난다 해도
너무 슬퍼하지 말기로
혹은 늦은 세월 후에 알았다 해도
너무 섭섭해하지 말기로

어쩌면
별 빛 유난히 쓰린 밤
그리운 향내
바람결에 철렁 가슴 쓸어 지나갈 때에

그렇구나
그렇구나

그저 그렇게 알고 살기로.


4 Comments
이한별 2003.09.06 17:21  
  별이 있고, 바람이 있어서 세상을 떠나도 외롭지가 않은것이군요.
이 시를 보니 생각나는 시가 있군요.

여름, 일로 연꽃방죽에서

서 애 숙

여름, 일로 연꽃방죽에 가면
세상을 가득히 떠메고 가는 상여 한 채가 있다
개구리밥 부들 부래옥잠
축일의 명정을 서로 펄럭이며
한 땀 한 땀 기쁘게
상여를 밀고 나가는 상주도 여럿있다
누가 열반涅槃했는가
너무 장엄해서
아무도 울지 않는
꽃들의
호상好喪
물방개 소금쟁이 엿장수
만장挽章의 아이들 앞장서 상엿길 열면
개구리 붕어 메기
남도 소리꾼들
상여 밀어 올리는 소리 더욱 자지러지고
그렇구나 세상 뜨는 일이
저렇게 기쁠 수 있구나
저렇게 황홀할 수 있구나
축제의 그 저승길을
몇컷의 사진으로 담다보니
나도 어느덧 일로 연꽃방죽의
상주가 되어 있었다
꽃이 되어 있었다

<서애숙:1958년 전남 목포에서 태어났으며 2001년 '오늘의 문학'에서 동시 당선
2002년 '문학과 경계'에서 신인상에 당선되어 등단,
첫시집 "세상 뜨는 일이 저렇게 기쁠 수 있구나"중에서>
평화 2003.09.06 23:44  
  그리운 이여
어느 날 소식 없이 우리 하나
이 세상 떠난다 해도
너무 슬퍼하지 말기로
혹은 늦은 세월 후에 알았다 해도
너무 섭섭해하지 말기로...

어느 가을 어디선가
갈대 숲 바람결에
익숙한 제 향기 느껴져올 때
저 먼저 이 세상 소풍 끝낸줄을...

그리운 이여 그러면 안~녕!

호수나무님!
늦여름과 초가을의 경계에서
이 글을 읽으니 웬지 가슴이...
좋은 시 감사드려요.
단암 2003.09.08 18:52  
  호수나무님!

저리도 담담할 수가
숨이 막히는 군요.

소월님의 초혼과 절제와 이입이 좋은 대비가 됩니다.
애나 2003.09.13 18:22  
  좀 늦었지만...
님이 노래하신 쓸쓸하지 않는 이별이
웬지 쓸쓸하게 다가오는 군요! 잘 읽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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