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몰래 흘리는 눈물
71세!
아직 더 살 수도 있는 나이인데... 많이 아쉽다.
훌륭한 울림통이라 생각했던 그의 비대한 몸집이 명을 재촉했을까.
그의 목소리가 얼마나 많은 시간, 내게 즐거움과 행복함을 안겨주었는지를 생각하면
그의 죽음을 슬퍼하지 않을 수 없다.
라디오 FM을 통하여, 그리고 카셋트 테잎과 CD를 통하여
참 많은 시간을 그의 노래와 함께 했다.
어떤 사람들은 그 목소리에서 대중성을 지적하며 그 격을 깎아 내리기도 하지만
나는 그의 노래를 들을 때마다 가슴 가득 기쁨을 맛보곤 했다.
파바로티의 목소리는 말하자면 내 정서의 코드와 딱 들어맞았던 것이다.
맑고 힘차면서도 부드럽게 때로 드라마틱한 호소력으로 거침없이
하이C음으로 치달려 갈 때면 내 마음도 덩달아 높이 높이 고양되곤 했다.
아, 그 황홀한 카타르시스라니....
무엇으로도 그런 시원함은 맛보기 힘들었다.
수많은 걸출한 테너들 중에 담박에 그 음색을 알아챌 수 있는 사람은 파바로티 하나 뿐이었다.
그만큼 그의 색깔은 독특했다. 시들지 않는 청년의 기백 같은 싱싱함과 알 듯 모를 듯 내비치는 애수...
예술성은 잘 모르겠다. 그냥 그의 음색이 너무 좋았다.
그의 검은 눈이 내뿜는 어두운 열정과 폭발적인 가창력, 아름다운 음색은
그가 말년에 보여준 이런 저런 안 좋은 일에도 불구하고 아직 내게 우상으로 남아 있다.
아니 마음의 연인이라 해도 좋으리.
오늘 나는 그 연인을 잃었다. 그러나 얼마나 다행인가.
그의 목소리는 남아 있으니...
찬 비가 하루종일 내리고 있다.
비록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사람이지만 마음 깊이 몰입했던
많은 시간들로 인하여 파바로티는 내게 친밀한 사람이었던 셈이어서 그럴까.
안개같은 슬픔이 가슴에 묵직하게 얹혀 온다.
안녕, 나만의 파바로티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