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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방울을 보며

규방아씨(민수욱) 11 749
오늘은 모심기하는날
저희는 참외농사를 짓기에 2모작을 하는데요
아직은 2모작은 아니고
1모답 모도 아직 심지 못했기에
오늘을 그날로 하였답니다


다른 지역에 비해 많이 늦지만
이곳은 들이 바다처럼 넓어서 햇빛이 많아요
해서 다른곳을 따라잡을 수 있답니다


지금 기계를 가져다놓으러간 신랑을 기다리며
잠시 들렀어요


농촌의 아낙은 전천후여야 한답니다
잘은 못하지만
흉내는 낼 줄 알아야
서로 일하는데 어려움이 덜하거든요


기계모를 신랑이 쪄 놓으면
저는 트럭으로 실어나를것입니다
그러는동안 신랑은 기계로 모를 심어나갈거에요


두벌손이 가지 않도록
신랑의 확실한 내조자가 되어
한시간이라도 빨리 일을 마칠 수 있도록 해주어야하지요...


그러노라면
잠시 잠시 쉼의 시간이 찾아온답니다
신랑이 저기까지 모를 심고 오는동안 말이지요


비오는날의 모심기
참 재미있어요
진흙탕에 마음껏 뛰어 들어가 옷 버릴 염려없이 물장구를 쳐도 되구요
흙탕물속에 퐁당한 빗물이 튀어오르는 장면을 보면서
예쁜 꿈도 꾸구요


또 오늘만큼은
그 튀어오르는 흙탕물을 보며
얼굴을 노래하게 되지요...


무엇보다 또 한가지 좋은것은
작은 소리로 흥얼 거리던 노래를
오늘은 빗소리에 기계소리에 묻혀버리니
옆에 하우스안에 다른분들이 일하신다해도
제가 큰 소리로 노래 연습을 해도 잘들리지 않는다는거에요


명창들이 폭포앞에서 목틔우는것 까지는 아니지만
ㅎㅎ
나름대로 재미가 있답니다


탁 트인 들판에
내눈앞에는 신랑이 있고
주위를 둘러보면
온통 하늘 산 제방 풀 나무 구름들이 나를 둘러싸고 있고
하늘의 음악소리를 반주삼아
조금은 크게 발성연습도 해보고
제주 탐라 축제에 갈 곡 연습도 하고
당장 코 앞에 닥친
우리 성주군수님 취임식에 부를 노래도 연습하고...


그러다 또 일하고
참 재미있겠죠....
비록 옷은 물에 다 젖어버리겠지만
이또한 항상 있는 일이 아니기에
ㅎㅎ
재미있어요...



이제 신랑이 들어오면
아침밥 먹고 같이 나갈거에요...
신랑은 모를 심고
저는 모를 갖다 나르고....
휑한 논에
하나 하나 심어나가다보면
예쁜 잔디밭이 만들어가지는것 같답니다...


아맞다
물속을 들여다보면
수 많은 벌레들요
걔들 보는 재미도 솔솔해요...ㅎㅎㅎ
11 Comments
수패인 2006.06.22 09:07  
  중학교 2학년 때니까 1967년 모내기 도와주러 학교에서 단체로 갔었죠.
어설픈 솜씨에 거머리에 물려가면서 겨우 몇시간 도와주고 막걸리에
밥에 푸짐하게 얻어먹은 추억이 떠오릅니다.
모내기는 그게 처음이요 마지막...술은 그것이 처음 이였습니다.
저 일찍 되바라졌죠?ㅋㅋ 중2때 막걸리를 마셨으니....
김경선 2006.06.22 09:41  
  바쁜 농사일 틈틈이
노래연습하며 글쓰며...

아름다운 님의 모습
그려봅니다.
노을 2006.06.22 09:53  
  모내기가 끝난 논은 정말 아름다워요.
그 수고로움을 생각하지 않고 보이는대로 말하자면요.
힘든 일일텐데 마치 놀이하듯 즐겁게 일하시는 모습이
더 아름답습니다.
현상이 중요하지 않은 것은 다 마음에 달려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보여주셨네요. 한 폭의 그림 마음속에 담아갑니다. 
이동균 2006.06.22 10:46  
  행복은 주어지는 겻이 아니라 만들어 가는 것이라는 것을 규방님을 통해 새삼 확인해 봅니다. 꼭 같은 모내기를 온새상 짐을 혼자 지고 일하 듯하는 찌든 얼굴로 하는 사람이 아닌 모내기에서 발성연습까지 하는 행복의 창조자인 규방님 한 때 3등열차 문간에서 기차소리에 묻혀 마음껏 발성연습해보던 예쁜 기억들이 생각이 나는군요!
김형준 2006.06.22 10:58  
  아씨님!
모내기 하시느라 힘드시지요?
도움이 되어야 하는데 미안합니다.
저는 허리가 아파서 한 자리에 오래
않아 있을 수도 없답니다.

어쩜 아씨님과 신랑님 모내는 모습과
일하는 모습이 동영상 처럼 쭉 제 마음 속에
흐릅니다.

노래하는 기쁨이 그럴 때 더 있으시리라 믿습니다.
일하면서 무료함을 달래고, 힘든 것을 잊고자
팔도에 많은 노동가들이 생겨난 것은 아닐까요.

아씨님도 좋은 곡들 많이 만드세요.
자연과 함께 하며 자연스레 나오는 그 노래들..
모두 좋아할 거에요.
민요조가 아니라 가곡조의 새로운 노래들.

늘 좋은 이야기들 정겹게 읽습니다. 감사합니다!
장미숙 2006.06.22 11:32  
  규방아씨님의 글을 읽으면 마치 어른들이 읽는 동화같아요.
바쁜 중에도 나누어주시는 행복이 얼마나 감사한지요.
이 곳에 있는 저의 시 노래 <빗방울>도 들으시면서
짝꿍님과 더 많이 행복하세요~~
고광덕 2006.06.22 12:19  
  정말 한편의 동화 같습니다.
지난 날의 추억이 새삼 떠오릅니다.
아무리 되살려 봐도 돌아 오지 않을 기억이지만 내게도 그런
즐거운 때가 있었구나 하면서도 그 땐 왜 힘들다고만 했는지 하는
후회도 되고...

삶의 의미를 새롭게 만들어 주시는 아씨님의 글 항상 잘 읽고 갑니다.
서들비 2006.06.22 14:12  
  어린시절이 떠오릅니다.  ^^*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야말로
가장 아름다운 모습이라 생각합니다.
늘 건강챙기세요.  ^^*
가 곡 2006.06.22 16:36  
  당신의 신랑 얼굴  거룩함 임 만드네

우리네  평생살이  명패달이 뉜고하니

규방 씨  방방뛰는 나이 보고좋은 귀감요
윤교생 2006.06.23 01:30  
  우~~~  멋지당...
유랑인 2006.06.23 09:29  
  폭포같은 기계소리 속에서 득음 하시기를~~  ^^
들판에 논밭에 거칠 것 없이 퍼지는 우리 가곡과
그 모든 음악들의 울려퍼짐이
선명히 보여지고 들려지는 듯합니다..  멋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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