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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어머니

산처녀 9 996
우리 어머니 84세의 연만하신 어머니는 지난겨울
눈길에서 미끌어 넘어지셔서 머리를 다치셔서
 여간 고생을 하신게 아니였다

오늘 우리 어머님과 집앞 텃밭에서 참깨를 심고 있었다
그런데 앞산에서 뻐꾸기가 뻑꾹 뻑꾹 하고 울었다

귀가 어두우신 우리 어머니는
 
  "서쪽서쪽 하고 서쪽새가 우는 것이 풍년 들라나보다."
  "어머니 서쪽새가 아니고 뻐꾸기예요."
  " 응? 뻐꾹이니"?
 하시면서 옛날이야기로 돌아가신다.

옛날에 떡보리새는  엄마가 애를 데리고 혼자서
디딜방아를 찧는데 쓸어 넣을수가 없어서 애를
쓰는 참에 지나가던 중이 애기를 봐준다고 달래서
아기를 안고 떡보리를 쓸어 넣드니 다 찧여지니
떡보리는 홀랑 중이 먹고 아기는 방아 속에다 집어
넣어서 엄마는 방아 공이를 내려놓을 수가 없어서
들고 있다가 뒤로 발딱 넘어져 죽어서 새가 되여
'발딱죽고지고 발딱죽고지고'하면서 운답니다.


채나물새는 여름제사에 며느리가 너무 피곤해서
깜빡 잠이 들었다가 늦어서 허둥지둥 채나물을 써는데
시어머니가 늦었다고 며느리를 때려서 죽었대요

죽은 며느리는 한이 되어서 똑똑똑 채나물만 써는 새가
되었대요
쿡쿡새는 마누라 상처하고  자식 죽어 참척하고  물가전지
수해보고 혼자 남아서 쿡쿡 우는 쿡쿡새가 되었다는군요

17세에 시집오셔서 19세에 아들 하나 낳고 21세에
남편 여의시고 혼자되신 우리 시어머님
치맛귀에서 찬바람이 난다는 우리 어머니 남들은 저보고
어찌 사느냐고 그럴 정도로 시집살이 시키시든 우리 어머니
 
고운정 미운정이 들어서 30여년을 살다보니 구부러진
등과 어깨를 바라보노라면 콧날이 시큰해지고 그래도
목에 힘주시든 그 때의 어머니가 좋았더라고 합니다

이제 친구  같은 우리 어머니 갓시집 와서 어머니는 아랫목 
누우시고 나는 윗목에 누워서
<자고 가는 저 구름아>를 1권 2권 나눠볼 때가 그립습니다

어머니 사시는 날까지 건강하시고 지금까지 행복하다고
 하시는 마음 잊지 않고 사시옵소서

9 Comments
바다 2004.05.17 20:27  
  고부간의 갈등을  사랑으로 승화시킨 산처녀님이 부럽고
돌아가신 시어머니께는 죄송한 마음 금할길 없군요
시어머님께서 건강하신 몸으로 오래오래 사시길 빕니다.
싸나이 2004.05.18 02:48  
  왠지 콧등이 시큰하고 쾡~하는맘 금할수 없네요
돌벽같은 세월을 어찌 어찌 살다가
북망산 바라보는 그런그런 노인네들....
묻어진 과거만 아니었어도
이다지 애잔하지 않으리이다
노래천사 2004.05.18 07:02  
  우리 사회에 아직도 이런 아름다운 얘기가 남아 있군요.
가슴 뭉클 어릴적 할머니 예기 듣던 때가 떠오릅니다.
유랑인 2004.05.18 11:10  
  어제 일요일 어버이날 못가서 늦은 인사 올리러 처가집(공주 유구)를 다녀왔습니다.  300평 남짓한 밭을 가꾸고 작은 논 물대느라 바쁘시더군요.  마침 깨밭 비닐 덮는 일을 같이하고 왔습니다.  이런저런 얘기 하며 막간에 먹는 김치찌개에 막걸리 ... 세상이 시원해 보였습니다.  오가는 길에 한창 분주한 논 밭일 하는 모습들 ... 혼자는 너무 외롭고 힘들어 보이더라구요...  산처녀님의 고부간 들일 정경이 정겹게 그려지네요...    행복하세요~~~
아까 2004.05.18 11:50  
  부끄럽습니다.
저는요.
 아직도 마음으로는 받아들이지를 못하고 있거든요.
원래 사람을 좋아하는 성격이라 가리지않고 시집을 왔는데.
무뚝뚝한 경상도 사투리가 가슴에 꽂히는데 상처가 되더라구요.
언제쯤 저도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가 있을까요?
그날이 빨리 왔으면.
ccomi 2004.05.18 12:04  
  미운정 고운정 30년 세월...
모든 아픔까지도 추억속으로 묻어버리는 세월.....
어머니의 세월이라고 생각했던 시간들이
문득 내 가슴속으로  지나갑니다.....
자 연 2004.05.18 13:11  
  시 어머니...

살다 보면 내도 시어머니 되지요...
열번 백변 불러도 팔자지요...!
천륜이 울어 외어 무슨 새로 울어 울어 왼단들...
등잔 밑 같은 뉘우침 이르키리까 만은...
딸년 나이 한갑 넘어 내 곤해 부르니 따르지 않터라...
며느리 보다 딸년 미더워 불러 내도 모르게 싼 빨래 시키렸 더니...
아니오는 딸 야속타... 뒤에 며느님 와 기저기 갈아 주며 어루루니...
견디는 며느리는 인분 香 팔자 지요...!!
다 그래야 하는거 일겁니다...!!!
딸은 또 다른 나이나,  며느리는 숙명 아닐런지...?
다 거기서 기기나 ...
허 허 ...미움 안에 사랑이 세방 살더래요...

趙 선생님 존글  고맙습니다...!!
산처녀 2004.05.18 18:15  
  아까님 마음으로 받아들인다는것은 그리 쉬운일이 아네요
나도 어느날은 어머니가 예쁘다 어느날은 밉다 //// 나자신도 그런데 하물며시어머니라니,
나는 그렇게 받아들이는 연습을 했어요  내가 누리는것을 우리어머니는 남편을 일찍 여위시고누려보지 못한것이니 얼마나 않되였나하고
매사를동기부여를 시키니까 이해가 되드라고요
근접하기어려운 시어머니를 가깝게 만드는방법중에 하나로 나는 시어머니에게 반말을가끔잘합니다 응응 하면서
외출에서 돌아온 남편은 꼭절을 올립니다만 나는< 어머니 저왔어요>로///
절을 올린다는것이 좀더 거리감이생기는것 갇아서 ,남편은 핑계도 좋대요
살다보면 되요 안되는날도 있지만
별로 효부는 못되고 그저 동화할려고 애쓰는것이지요
한참을 컴이 제대로 안되여서 이웃으로 꿔러댕기다 이제 싸운드도 되고하니
살맛나네요
규방아씨(민수욱) 2004.05.18 21:38  
  어머니
맞아요 밉다 곱다...왜 그런지..아마도 끈끈한 사랑이 있기에 그런게 아닌가 싶어요..
어느날은 안됐다 잘 해드려야지 하다가도 어느날은 어머님이 계셔서 지금 내가 이런잔소리를 듣는거야 하는 맘에 너무 미울때도 있구 그런가 봅니다 어머님 고생하신거 아는 아들이 어머니 어머니 우리 어머니 하니까 저는 어머니가 괜시리 미운거구 그런 어머니시기에 신랑에게말해서 허락되지 않는것들 어머님 ~ 하면 다 해결되는...어머니라는 이름 아직은 그 깊이를 다 헤아릴 수 없음이지만 배워가게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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