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 > 커뮤니티 > 자유게시판
자유게시판
연주.감상후기, 등업요청, 질문, 제안, 유머, 창작 노랫말, 공연초대와 일상적 이야기 등 주제와 형식, 성격에 관계없이 쓸 수 있습니다.
단, 영리 목적의 광고성 정보는 금지하며 무단 게재할 경우 동의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
기존의 회원문단은 자유게시판으로 통합되었습니다.

어제는 입술 깨물고 코피 터뜨린 날

아까 9 1088
제가 근무하는 학교는 실업계 학교 이긴 하지만 아이들 성적으로 말 할 것 같으면 엄청 우수한 아이들이랍니다. 5%정도의 학생이 수석을 하고 최하 65%는 되어야 입학이 가능한 학교랍니다.
우리 학교 들어오고 싶어서 목매는 학생이 한두명이 아니에요.

제가 가르쳐서 진학시킨 학생이 두명이나 있는 학교인데요.

추석이 되어도 양말 한 켤레 없는 곳이 학교거든요.
그런데 그 학생 중 한명은 고1 추석 때 선물을 사들고, 어머니가 주신 촌지 봉투를 가져 왔더라구요.

왜냐하면 성적이 어중간해서 인문계는 보내면 적응을 잘 못 할 것 같고, 실업계 보내긴 너무 억울했지요.
그래서 눈치 작전을 펴서 제가 권해서 원서를 썼거든요.
운좋게도 합격했습니다.  68% 였는데.
학교에 적응도 잘 하고.
좋은 학교 보내주셔서 감사하다며 어머니께서 선물을 사고 촌지까지 보내셨더라구요.
지금 3학년이에요.

17년을 가정을 가르치다 의상에 관심이 있어 부전공을 해서 전과를 했습니다.
올해 학교를 옮겼구요.
지금 생각하면 왜 내가 내 눈을 찔렀을까 후회가 될 때도 많아요.
새로운 걸 배우면 신나기도 하구요.

올 여름 방학 땐 인간문화재에게 한복을 배웠습니다.
배운다는 건 참 재미있어요.

그런데 제가 기대하고 온 학생이 아니었습니다.
키만 컸지 생각은 도리어 오그라든 느낌이었습니다.

첫날부터 결석을 하는 학생이 있어요.
이상하다 싶어 작년 담임에게 물었더니 걱정 말래요.
수업일수 1/3을 넘기기 직전에 학교 올 거래요.
졸업장만 쥐자는 계산이랍니다.

그런데 이젠 영-- 오질 않아요.
부모님께 전화도 하고 학생과도 통화하고 , 출석 요구서도 보내고.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모두 다 했지요.
그런데 학교를 한번 방문하겠다고 하신 어머니가 방학 전부터 시간약속까지 잡아놓고 항상 약속을 어겨요. 이십번도 넘어요.

같이 자식 키우는 입장에서 차마 퇴학은 못 시키고, 출석부를 위조해 가며 1/3을 넘기지 않으려고 무진 애를 썼지요.
그런데 이 어머니는 자퇴원서에 도장 하나만 찍어 주면 될 것을 아예 나타나질 않아요.
점심시간 약속해 놓고 오질 않아서 전화하면 3시 되어서 오겠다. 그래 놓고선 약속 빵구내고.

하루 종일 전화하다 볼일 다 봤습니다.

그런데 어금니 하나는 돈 고프다고 아우성이고
퇴근후 치과에 갔습니다.
마취를 하고 치료를 했지요.

집에 오니 시어머니께서 호박 죽 먹으래요.
입에서는 납냄새가 나는데.
도저히 맛이 아니었습니다.
그럼 밥을 먹어라고 하시길래 효도하는 샘 치고 조심해서 밥을 먹었지요.
밥을 다 먹고 쉬고 있는데, 우리 아까가 엄마 입에서 왜 피가 나요?

입술을 얼마나 꼭꼭 씹었던지 피가 흐르고 있었습니다.

세수를 하는데.
화장을 잘 지워야 이 미모를 오래 간직할 수 있다고 얼굴을 박박 문질렀지요.
순간 이상한 느낌이 있어서 거울을 보니 새끼 손가락으로 콧구멍을 쑤셔서 코피가 주르르.

오늘 아침에 코가 찝찝해서 코를 푸니 왠 피가 나요.

아 ...맞아... 어젯밤 콧구멍을 쑤셨지.

불행중 다행입니다.
콧구멍 찢지 않았으니까요.

저요. 오늘 제주도 수학여행가요.

혹시라도 모자 안 쓰고 오는 사람있을까봐 여분의 모자 두개 더 갖고 갑니다.

잘 다녀 오겠습니다.

우리 동호회원들 모두들 안녕하시다고 안부 잘 전하고 다녀오겠습니다.
   
9 Comments
바다 2003.09.04 07:12  
  아까님!
참으로 어려운 고백 아닌 고백!
마음이 많이 아프고 많이 답답하고 그렇습니다. 그래도 숨 쉬는 일은 절대로 잊지 마시길 ~~

제주도 수학여행 잘 다녀오셔요.
그 곳에서 아픈 마음 실컷 달래고 오셔요.
그 아름다운 모자는 꼭 쓰고 가시지요?
돌아오시는 날까지 이 홈 잘 지키고 있을게요.
오숙자.#.b. 2003.09.04 07:35  
  아까님!

난,세수하다가
비누에 젖은 새끼 손가락이 코속으로 들어가서
피가흘른적 있었는데....

그사이 에도 모자 챙기는 아까님
사랑받는사람은
뭔가 다르다니깐요~~

수학여행 잘~다녀오세요~~~.
♧수채화 2003.09.04 11:50  
  순수함이 넘치는 글
잘봤어요.^^

빨리 깨문 곳도 낫고 콧 속도..

아이들과의 여행~
재미있는 추억이 함께하길 바래요.
가객 2003.09.05 09:49  
 
입술과 코의 상처가 불편하게 하지 않아야
수학여행을 편안하게 즐길 수 있을텐데
지금쯤에는 그 상처들이 다 아물었지요?

제자들과 함께 하는 수학여행에서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고 돌아 오시길 빕니다.
ㄴr무. 2003.09.05 12:43  
  넘 재미있네요. 어떻게 이렇게 길고 잼난 글을 다 쓰시는지.^-^
이한별 2003.09.05 13:19  
  '아까'가 무슨 뜻이예요?
'아까침에 다 했다'할때의 아까예요?
아니믄 빨강색이라는 일본말인가요?
아가의 된발음일까요?
어깨가 변형되었을까요,
아주까리의 준말인가요...

크흐흑
알쑤가 없군요..
아까 2003.09.06 20:56  
  이한별님.

정답은 삼번입니다.
우리 둘째의 애칭이죠.
어느날 <아가>라는 말을 아까라고 배웠어요.
그때부턴 항상 아까, 아까 하며 입에 달고 다녀요.
이세상에서 제일 예쁜 사람은 누구? 라는 질문조차도 엉터리로 답하죠.
< 아까 > 라고.
정답은 엄만데.
넌. 아까가 아니고 형이야 하면 가슴을 치며 자기를 아까라고 불러 달라며 절규를 하던 아이가 8살이 되었습니다.

 우리 아까.
요즈음 엄마한테 구박 많이 당하고 살아요.
받아쓰기 20점, 30점 받아와요.

그런데 아까침에 다 했다. 
이 말을 제가 모르겠어요.

한꺼번에 다 해치웠다 라는 말인가요?
평화 2003.09.06 23:29  
  아까님! 돈 고픈 어금니는 돈을 배불리 먹였나요?

그리고 한 열흘 세수 안하셔도 아까님 미모는
미스코리아 뺨치는 수준인데 웬 욕심을 그리 부렸대요?
요담에 보면 눈부셔서 똑바로 바라볼수나 있을런지...

아까님! 이젠 눈 찌르고 코 찌르느라 바쁘지 마시고
아름다운 가을 피 볼일도 없기를 빌어요.

아까님! 수학여행 보람되고 즐겁기를 바라구요.
그리고 요담에 저 준다시던 모자 꼭 챙겨두셔요.
기왕이면 이 세상에서 젤루 이쁜걸루다...*^-^*
바다 2003.09.07 00:16  
  아까님!
아까님의 재롱(?)에 모두들 넋을 잃고 있군요.
그러다가 아주 잃어버리지는 않겠지요?
수학 여행 잘 다녀오셨군요.
이 다음에는 영어여행 국어여행도 가시는지?

<아까침에 다했다 > 이건 전라도 토종말인데 
그만 한별님이 아까님한테 말해버렸군요.

<아까침에 다했다.> 해석 <얼마 전에 다 했다 >

< 너! 아까침에부터 말했는디 숙제 다 했냐?>
< 야! 폴쎄 다 했구마니라우!>
제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