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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운동

꽃구름피는언덕 1 1529
어릴 적 부터 달리기외엔 운동을 좋아하는 편이 아니어서
체육시간엔 늘 당번을 자처했었고 무슨 핑계를 대서건 운동을 피하곤 했었다.

그러나 중년에 들면서 윤할유가 모자라는기계처럼 몸이 삐걱대기 시작 했다.
별 노동을 안해도 어깨가 결리고 체중이 늘고 체형이 바뀌면서
움직일 때 마다 힘이드는 것이 조금은 심각하다고 느끼기 시작했다.

그러나 조용한걸 좋아하는 나로서는 영 용기가 나질 않는 것이었다.
주변 사람들이 수영이다 테니스다 분주 했지만 별로이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언제 부터인가 친구의 말대로 비만은 체형의 문제가 아니라 건강의 문제라는
깨달음이 들면서 드디어 그럼 좋아하는 산책이라도 해 볼까 하는 맘이 드는 것이었다.

막상 산책을 시도 하려니 그저 걷는 것이 무에 그리 운동이 되며
내 몸에 활력을 줄까 하는 생각이 또 주저하게 한다.

녹음방초 우거지고 기화요초 향기로운 오솔길도 아닌것이 주저하는 첫번째이유요.
지나가는 자동차들이며 낯모를 사람들이 오가는 도시의 골목길이 두렵기도
한것이 두번째 이유라서 차일 피일 미루기만 하였다.

참, 전국 어디서건 운동이 무슨 영생이라도 줄듯한 지나친 스포츠 열기에
나라도 조용하자 하는 반감이 세번째 이유쯤될까?
아뭏던 핑계도 많았다. 운동을 안하기 위한 미련한 핑계말이다.

이런 내가 몸을 움직이게 된 계기는 지난 봄부터 탁구를 치기 시작한 남편이
전보다 더 활기차고 부지런한 모습을 보면서 부터다.

먼저 집앞에 탁구장이 있기로 남편이 도와 준다기에
탁구를 배우는데 쉬운일이 아니었다.

무슨 운동이던 잘하고 즐겨하는 남편과 운동이라면 젬병인 내가
같이 탁구를 친다는 것은 애초부터 무리였다.

처음엔 천천히 배워 가면서 하면 되겠지 싶었지만 탁구라는 것이 그리 만만한 것이 아니어서
어디로 튈지 모르는 조그마한 공 하나를 이리 저리 쫓아 다니며 줍느라
엎드리기 다반사였다.

이러다간 남편의 운동마져 방해하는 것같아 일찌감치 포기 하고 말았다.
그 다음에 남편이 권유한 운동이 조깅이었다.

조깅만큼 좋은 운동은 없다면서 출근하기전 새벽에 함께 뛰자고 제안했다.
다른건 몰라도 달리는 건 예전부터 그리 뒤지지 않는 편이라서
선뜻 같이 뛰어 보기로 마음을 정하고 날짜까지 잡고 결심을 하였다.

졸린 눈비비며 일어나 준비 운동을 하고 채 어둠이 가시지 않은 골목길을 나섰다.
가볍게 시작했지만 참으로 오랜 만에 하는 운동이라 바로 숨이 차기도 했지만,
남편에게 뛰는 자세며 호흡하는 법을 배워가며 뛰는 동안 상가 앞에 놓인

화분에서 핀 나팔꽃을 보니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풋고추가 달린 화분이나 보라색의 앙증맞은 꽃을 매단 채 야트막한 담장위에
이슬을 머금고 가지런히 올려져 있는 넝쿨 양대에선
금방이라도 슈만의 잔잔한 피아노 선율이 쏟아져 나올것만 같아 미소가 절로 번졌다.

숨은 턱에 차고 다리는 천근이지만 서천 둔치까지 한참을 달려
마침내 정다운 소백산을 바라 보앗을 때는 너무 기분이 좋아 날아갈 듯한 기분이 었다.

낙동강 상류의 맑은 냇물은 비발디의 '사계'를 연주하는 이무치 악단과도 같다.
그 싱그러운 선율을 귓전으로 들으며 다시  힘을 내어 강둑을 따라 달린다.

파랗게 잔디가 깔린 강언덕엔 벌써 많은 사람들이 나와 달리기나, 배드민튼,
게이트볼등 저마다 운동에 열중하고 있었다.

정말 후회가 된다. 그 많은 새벽을 무얼 했는지..... .
허비한 새벽에 대한 아쉬움이라니...... .

거미줄 처럼 얽힌 상념들 때문인지 자주 하얗게 밤을 지새는 불면과는 친구 같이 지냈는데
운동을 하고 부터 맑은 하는 청량한 새벽 공기와 벗하게 되니 즐겁기만 하다.

삭막하게 느껴지던 도시의 골목길에서 과꽃이며 봉숭아꽃을 만나는 기쁨도 빼놓을 수 없다.
그 꽃들을 조금이라도 빨리 보고 싶은 마음에 새벽 잠에 유혹도 가볍게 물리치게 되었으며
따라서 하루가 활기차 졌다.

 "사랑은 마주보는 것이 아니라 둘이서 한 곳을 바라보는 것"이라 했던가?
운동을 책보다 좋아하는 남편과 책을 운동보다 좋아하는 나는 의견이 다를 때가 많았는데,
운동을 향한 내 마음이 열리기 시작하니 남편도 좋아하는 눈치다.

별 필요가 없을것 같던 운동화 한켤레와 트레이닝복 한 벌로
한 곳 소백산(?) 을 바라보게 되었다고, 그동안 혼자 운동 하기가 미안했는데
너무 기쁘다고 하니 나도 기쁘다.

"움직이지 않는 것과 술을 먹는 것은 같다" 고 플라톤이 말했다던가?
남들 다하는 운동이지만 그것으로 인해 서로 같은 곳을 한곳 더 바라보게 되었고
언제나 밝은 맘으로 일어나니 정말 유쾌하다.

물안개 뽀얗게 피어 오르는 강변, 페튜니아가 친구처럼 반기는 그 둔치를 새벽이 아니면 볼수 없으리라.
점점 밝아오는 눈부신 아침해를 새벽 운동을 하면서 늘 불 수 있었으면 좋겠다.

때로 귀하고 값진것이 곁에 있어도 헤아릴 줄 모르고 불평하던 맘 사라지고
고맙고 감사하므로 타인을 대하는 지혜를 배우는데는 조물주가 주신
천연계의 도움은 지대하다.

때로  천천히 때로 고요하게 강심이 깊은데선  점점 세게 조율하며 연주하는
강물 소리는 도시의 소음을 씻어주고 우리네 인생의 물살을
 
어떻게 견디며 또는 향유하며 고운 물무늬로 연주할 것인가를
깨닫게 해주는  또 다른 덤이다.

얻은것이 너무 많아 누구에겐가 미안하고 고맙고 감사한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하게 된다.
이제 가을이 오고 가로수 잎들이 거목을 떠나 나뒹구는 날에도 흰 눈이
온 천지에 내려 덮이는 날에도 나는 내 몸의 활력을 위해,
내 영혼의 맑음을 위해 계속 뛰고 또 걸으리라.

내일도 생명의 소리 낭랑한 그 강가를 갈수 있도록 어서 새벽이 왔으면 좋겠다.
부지런한 나팔꽃이 그새 또 보고 싶다.










 







1 Comments
임현빈 2003.09.02 11:24  
  새벽공기를 가르며
사랑하는 남편과 달리는 모습이
아름다운 풍경으로 그려 집니다

늘 건필 하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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