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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비 내리는 창가에서(Iris)

별헤아림 14 1767
여름비 내리는 창가에서(Iris)
권선옥(sun)

여름의 문턱에서 비가 온 뒤 창문을 열면 보랏빛 너의 모습에 잠시 넋을 잃고 바라볼 때가 있다.
정원의 아름다운 꽃들을 작은 힘으로나마 감싸듯 주로 사람들이 다니는 길목을 끼고 서 있는 보랏빛 큼지막한 붓꽃. 처음 너를 보면 딱딱하고 길게 뻗는 잎과 독특한 꽃 모양에서 왠지 우리의 야생화와는 거리가 먼 이국의 정취가 느껴진다.

길게 뻗은 대궁 끝에 핀 꽃봉오리가 마치 먹물을 머금은 붓과 같다고 해서 이름 지어진 붓꽃은 서양에서도 사람들과 비교적 가까이 지내는 꽃이다. 붓꽃의 서양 이름은 아이리스(Iris)이다. 아이리스는 '무지개'란 뜻이다. 비가 온 뒤 어둠과 우울함이 걷힌 밝은 마음으로 맞이하는 무지개처럼 꽃말도 '생활에 기쁜 소식'이다.

여름비 내리는 창가에 서서 비에 흠뻑 젖으면서도 의연한 아름다움을 잃지 않는 너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여신 주노(그리스 신화의 헤라)와 아이리스에 얽힌 이야기가 떠오른다.
여신 주노의 남편 주피터(그리스 신화의 제우스)가 주노의 시녀 아이리스에게 사랑을 간청하자, 아이리스는 주인 주노를 배반할 수 없어서 무지개가 되었다고 한다. 섣불리 타인에 대한 신의를 저버리지 않음이 강인한 생명력을 키우는 것일까. 잎도 대궁도 좀처럼 꺾이지도 않고 잘리지도 않는 질긴 식물이 피워 낸 보랏빛 붓꽃. 비가 내린 뒤나 이른 아침 이슬을 머금은 모습이 더 한층 아름다움은 시련과 어려움을 이긴 의연함에서 오는 것이 아닐까.

사람의 발길이 닿을 수 있는 곳이면 어느 곳이든 가리지 않고 드물지 않게 피어 있는 붓꽃.
주로 정원의 가장자리나 길가에 자리하여 늘 가까운 곳에 서 있으면서 자신의 아름다움을 지키고 가꾸어 가는 식물 붓꽃.
사람 사는 곳에서도 어디를 가든지 붓꽃 같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야단스럽게 저항하지 않고도 비를 맞듯이 묵묵히 어려움을 견디어 내는 사람들. 허욕에 물들지 않고 자신의 일에 전념하는 아름다운 사람들을 생각하며 식물들을 자라게 하는 초여름의 빗소리를 듣고 있다.

<2006. 5. 27.>

- 참고 -
* 붓꽃(Iris)의 종류는 200 여 종이 있으며, 우리 나라에는 14 종 정도가 자생하며,
때로는 '창포'라고 불리어지기도 하지만 단옷날 머리를 감는 '창포'와는 전혀 다르답니다.



- 붓꽃이 보이는 창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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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혜숙 작품 -
14 Comments
김경선 2006.05.27 09:37  
  붓꽃을 앉고 나타나신 별님,
반갑습니다.
아이리스가 좀 어두운 까닭은 무엇일까요?
수패인 2006.05.27 09:50  
  아이리스는 홍채(각막과 수정체 사이에 있는 근육막)라는 뜻도 있지요.
이 홍채가 없으면 아름다운 붓꽃도 무지개도 볼 수 없지요.
아이리스가 홍채 외의 다른 뜻이 있는줄 처음 알았습니다.
지식의 편협함을 다시한번 탓하게 됩니다.
별헤아림님의 황홀한 기다림...월요일에 황홀하게 연주해 보렵니다.
에버그린 2006.05.27 11:19  
  별~님!  반갑습니다~ 
보라빛의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며 당당히 피워있는 ... 그저 예쁘다고만
생각했는데..  아이리스에도 그 많은 사연을 가지고 있었네요~~
"무지개" 랑 "생활에 기쁜소식" 을 준다는 뜻도 마음에 들어요~~
별헤아림 2006.05.27 12:23  
  김경선 원장 선생님.
관심법(貫心法)도 다루시나요? ㅎ.ㅎ.

그림에서의 아이리스가 어두운 까닭은 제가 그린 것이 아니라 영남대학교 출신 윤혜숙 화가님이 그린 것이라 알 수는 없지만 그림상 어두운 것만은 사실이군요.

제가 잠시 어두웠지요.
지난 15일 좀 불편해서 수업 후 병원을 찾았으나, 순환기내과 주치의 교수님께서 출장 중이시라, 미련스럽게 1주일 더 참으면서 20일에는 부천에서 내려 온 '등꽃의 노래' 작시자 임옥경씨를 '만나러 '정토회'에 가서 법문도 듣고, 108배도 하고 그랬지요.
드디어 월요일 출근도 못 하고 병원에 입원했지요. 조금 초조했지만 피검사, 혈관촬영, 심초음파만 하고는 아무런 처치도 않고 있다가, 화요일에 혈전용해제를 맞고는 정지했던 판막이 뚫렸습니다.
월요일과 화요일만 병가를 내고 수목금 출근을 해서 멀쩡하게 수업하고 병원에 들어가서 저녁 먹고 그리고 남들 다 자는 심야에 혼자 매점으로 가서 야근하는 간호사들과 우동도 사 먹고 그러다 병원에서 아침 먹고 출근하고...... .
어제는 퇴원을 해서 지금 푸지게 먹고 놀고 있지요.ㅎ.ㅎ.

그래서 더러 서울에 있는 분들이 저를 욕합니다. 몸이 아프다면서 자기 두 배는 더 다닌다구요. 제가 생각해도 비냥거림 받을 만하지요.^^* 
별헤아림 2006.05.27 12:23  
  슈패인님
님의 트럼펫 연주'님이 오시는지'를 떠올리며.
'황홀한 기다림'를 황홀하게 상상해 봅니다.^^*
저도 검색해 보려다 잊었습니다만
'눈물액' 이름에 '아이리스(iris)'란 제품명이 궁금했었는데,
슈패인님이 의문을 풀어 주셨군요. 감사합니다.

에버그린님
반갑습니다. ^^*
다가오는 유월 '기쁜소식' 가득하시길~~!
수패인 2006.05.27 12:44  
  별헤아림님..건강하셔야죠..학교일에 자녀양육에 여러모로 힘겨우시 겠지만
꾸준한 건강관리로 모두 잘해나가시리라 기원합니다.
와인이 혈전에 좋다던데...지난번 삼성동식당에서 와인마시던 생각 납니다.
제 가까운 사람도 심방세동이 원인이 되어 혈전이 생겨 와인을 자주 마시고는 많이 좋아졌다네요.
별헤아림 2006.05.27 13:04  
  ㅎ.ㅎ.
잊를 만하면 일 년에 한 번 꼴로 응급실에 들락거리다 보니..경북대병원이 제 집 같습니다. 교체된 판막이 오른쪽 삼첨판이라 피가 천천히 흐르다보니, 민감하게 막히지만 2주 전에 슬슬 반응이 나타나는 고로  돈이 좀 나가서 그렇지 죽을 염려는 거의 없지요. 누가 그러대요. 요즘은 '무병장수'가 아니라. '일병장수'라구요.

삼성동식당에서 슈패인님이 사 오신 포도주. 분명히 포도주맛인데, 누군가 술에 취하셨는지 '양주'라고 하더군요. 슈패인님의 말씀에 따라 저도 포도주로 종목을 바꾸어서....! 가을엔 아버지집에서 포도 가져다 직접 담가 봐야겠습니다.
해야로비 2006.05.27 14:07  
  별님~~자꾸 아프지 말아요~~맴이 마이 아파요~~
김경선 2006.05.27 14:17  
  초췌한 모습의 별님이
병실 창밖을 내려다 보는 그림이었습니다.
저는 말재주, 글재주도 없지만
손재주도 없어요.
 한 가지 가진 것은
그 사람을 간절히 생각하면
언젠가 어떠한 모습으로든지
만날 수 있어요.
 다음엔 밝은 아이리스를 보고 싶어요.
아이리스커피를 좋아하구요.
전 주말 오후 "Isa lei"를 따라 부르며
가사 적느라 시간을 보냈어요.
무리하면 혼냅니다!   
바다 2006.05.28 00:23  
  저도 아침저녁 출퇴근길에 붓꽃을 보며
내년 봄엔 우리 집에서도 볼 수 있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별~ 님!
 그런 일이 있었군요.
언제나 건강하시고 여름에 우리 만나 문학기행을 해야지요?
장미숙 2006.05.28 13:55  
  아!! 저도 푸른빛 꽃을 많이 좋아하는데..
별..님! 별..님!
언제나 감동의 글 감사드리며
더욱 건강하세요~~

별헤아림 2006.05.28 22:31  
  바쁘신 가운데서 늘 봉사하시며
밝음을 잃지 않으시는 해야로비님
귀감 삼아 분부하신 대로...ㅎ.ㅎ. ...하겠나이다!

김경선 원장 선생님
오늘은 비 온 뒤의 신선함이 콧끝에 닿는 듯합니다.
휴일의 안온함과 함께. ㅎ.

바다님
님의 닉이 떠 있어야 '내 마음의 노래'가 '내 마음의 노래' 같았었는데... .
늘 들어 올 때마다 '많이 바쁘신가.....?"라며 궁금해집니다.

장미숙 시인님
저의 유일한 계모임'이사화'의 1번 윤혜숙 언니의 작품이
문득 지난 달 29일 공연 때의 장미국 시인님의 모습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늘 아름다움과 건강함을 유지 하시길~~~!!
유랑인 2006.05.29 11:01  
  님의 글 제 카페에 옮겨서 붓꽃과 함께 심어 놓았습니다~  ^^
별헤아림 2006.05.29 14:14  
  잘 키워서 분양해 주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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