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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시

바위 5 1081
나비의 여행(旅行) 정한모 지음

아가는 밤마다 길을 떠난다.
하늘하늘 밤의 어둠을 흔들면서
수면(睡眠)의 강(江)을 건너
빛 뿌리는 기억(記憶)의 들판을,
출렁이는 내일의 바다를 날으 다가
깜깜한 절벽(絶壁),
헤어날 수 없는 미로(迷路)에 부딪히곤
까무러쳐 돌아온다.

한 장 검은 표지를 열고 들어서면
아비규환 하는 화약(火藥) 냄새 소용돌이.
전쟁(戰爭)은 언제나 거기서 그냥 타고
연자 색 안개의 베일 속
파란 공포(恐怖)의 강물은 발길을 끊어 버리고
사랑은 날아가는 파랑새
해후(邂逅)는 언제나 엇갈리는 초조(焦燥)
그리움은 꿈에서도 잡히지 않는다.

꿈에서 지금 막 돌아와
꿈의 이슬에 촉촉히 젖은 나래를
내 팔 안에서 기진맥진 접는
아가야!
오늘은 어느 사나운 골짜기에서
공포의 독수리를 만나
소스라쳐 돌아왔느냐.

5 Comments
바다 2003.06.24 22:48  
  바위님!
안녕하세요?
참 아름다운 시군요

제일 마지막 연이 가슴에 잔잔한 감동을 주며 그 놀란 아가를
빨리 따뜻한 가슴에 품어주고 싶군요

이 홈에서 늘 행복한 시간 되시길 빌면서 또 아름다운 글 읽게 해 주실 수 있지요?

감사합니다
바위 2003.06.29 12:29  
  隣家小兒來撲棗  老翁出門驅小兒
小兒還向老翁道  不及明年棗熟時

이웃 집 꼬마가 대추 따러 왔는데                 
늙은이 문 나서며 꼬마를 쫓는구나.               
꼬마 외려 늙은이 향해 소리 지른다.               
"내년 대추 익을 때에는 살지도 못할걸요."

바다 선생님 감사합니다.
감성이 풍부하심이 부럽습니다.
생각여 짐이 보여
선생께 드림니다...

 
바다 2003.06.29 17:18  
  너 대추 따러 왔구나

꼬마야!
올 가을엔
대추가 풍년이구나

올 가을엔 대추가 풍년
내 인생의 사연만큼
올망졸망 주렁주렁

이 쪽 가지는
추석명절 차례상에
저 쪽 가지는
우리 부모 제사상에

앞집 담 넘어간
가지는 설 명절에
동서남북으로 뻗은 가지 
다 따 우리 할멈 보약으로....

그러고도 남는구나

꼬마야!
너 대추 따러 왔구나
 
제일 높은 꼭대기
탐스러운 대추는
배고파 날아온 새들에게

제일 낮은 가지에
주렁주렁 열린 대추는
너 오길 기다리며
탐스럽게 열렸단다
 
이웃집에 사는 넌
다 따가도 괜찮다
네 바구니가 넘치도록 따가거라

우리네 인생도 저 대추처럼
때가 되면 거둬지지 않겠느냐?

꼬마야!
다 따가도 좋으니
내년 대추 익을 때
널 볼 수 있으면 좋겠다.
김건일 2003.06.29 18:51  
  대추나무



김건일



이곳 저곳 돌아다니다 온
고향집 대문께에
대추나무 한그루
대추나무 이파리 만큼
많이도 대추를 매달고 있네

한그루 대추나무 보다
불안한 나의 위치에서
대추는
참 많이도 열매 맺었네

어머님과의 약속도
지키지 못하였는데
한가위는 찾아오고
대추나무의 대추는
까뭇 까뭇 익어가기만 하네

천지를 이곳 저곳
돌아다녀 봐도
열매 맺지 못한 나
회한만
까뭇 까뭇 여물어지네

바위 2003.06.30 11:53  
  靑山半邊雨 
落日上房鍾

푸른 산 반 쪽에선 비가 내리고   
해지는 상방에선 종이 울린다.   


 김 선생 님 전에...

고맙습니다.
그 회한은
이미 잘 익은
대추 빛이 묻어나네요...

건필 건강 기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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