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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운사

벽악(碧嶽) 3 1155
춘백春柏을 모르고 시 쓴다는 나를 
절은 용납하지 않는 듯하여
불편한 마음으로 주변을 맴돌다 술만 마시고
술 마시고도 꽃을 이해하지 못하는 나를 
산은 받아들이지 않는 듯하여
중턱을 더 가지 못하고 계곡을 따라 내려왔다
계곡은 물을 가리켜
저렇게 흘러야 하느니라 했으나
종일 무릎은 덜커덕거리고
발목은 삐그덕거렸다
춘백이 피고 지는 것은 잠깐이다
나는 오래 고여 있는 빗물 같아서
속으로는 장구벌레 소금쟁이 같은 
구질구질한 사연들을 키우고 있어서
계곡의 굴곡을 따라 
흐르듯 흐르지 못한다
노승 같은 절은 산다화山茶花 붉은 꽃말 앞에서
불온해지는 내 속내를 다 알고 있는 듯했다
불편한 심사를 일찌감치 눈치 채고 있는 듯했다
어서 오라는 듯, 등을 떠미는 절간을 
춘백보다 붉은 얼굴로 빠져나와 
조명등이 유치한 맥주집으로 간다
무릎은 덜커덕거리는 소리를 냈고 
발목은 여전히 삐그덕거렸다

  ㅡ정해종ㅡ


曇花一現담화일현(담화가 피어 향기가 물씬 피어나는 순간이 바로 꽃이 지는 때) !
꽃이 없는 봄을 생각할 수도 없듯이,
바람을 거슬러 꽃향기를 맡을 수도 없듯이.
4월 둘째주말, 반가움에 도솔암까지 단숨에 달려가기는 했지만.......
잘려진 대나무숲 그러나 언제이듯 반기는 계곡의 맑은 물, 검회색 물빛.
한여름날의 상사화도, 조용하고 호젓한 천년고찰 선운사의 동백(春柏)은
오히려 5월이 제격이라 합니다.
사스에다, 잦은 봄비 때문에 봄은 길어질지 모르지만 
과수농가의 시름도 있는 듯 합니다.


 

3 Comments
박금애 2003.05.01 01:19  
  선운사 입구에 있는 서정주님의 "육자배기" 云云하던 시비가 생각납니다.
몇년전 무박으로 선운산을 오르면서 일출을 보고 도솔암에서 아침을 보냈던 기억도 납니다. 그때는 4월의 끝주 였지요. 잊지 못할 붉디 붉은 동백꽃.
평화 2003.05.06 11:28  
  벽악님! 참으로 오랜만이십니다.
항상 건강하시지요?
꽃이 없는 봄을 생각할 수 없고,
바람을 거슬러 꽃향기를 맡을 수도 없다는
말씀이 참으로 가슴에 와닿습니다.
모든일에는 순리가 있다는 말씀으로...
제 역할이 있다는 말씀으로 그리 들려서...

늘 건강하시고 온화한 미소 변함없기를 바라겠습니다.
달무리 2003.05.10 15:33  
  얼마전 우연히 선운사엘 다녀왔습니다.
그저 발길이 닿는데로 가다보니 고창 선운사이었거든요
붉게 물든 동백속에서 제 모습도 붉게 변했답니다.
그 자취에 취한건 아니고 그 입구의 곡차에 ..........
암튼 님의 자취덕분에 다시 한번 그향기에 취해 보네요
그리고 복분자ㅅㅜㄹ도  일품이던데.....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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