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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천상병 시인

탁계석 6 1161
그러니까 그 때가 80년 중반이었을까. 정확한 연도는 생각나지 않지만
나의 친구 화가 이청운 이 성화전을 할 때 였다.

이 때 이청운 화가가 천상병 시인과 친했던 까닭에 천상병 시인과 그림전을 함께 구경하게 되었다.
나와는 정식 인사가 없었던 관계이지만 아랑곳 하지 않고 그림을 입에 침이 마르도록 그 특유의 웃음을 웃으시며 칭찬 하는 것이었다.

아, 이 어린 예수 얼굴 좀 보세요, 얼마나 천진합니끼. 천재야, 천재야 라며 누가 듣던지 말던지 신이나 어린아이 같은 표정으로 그림을 칭찬하고 반기는 것이었다.


나는 그 때만해도 그 사정을 잘 모르던 때였고  좀은 주책스러운 노인으로 받아 들였는데 전시를 보고는
앞 구멍가게에 가서 소주를 콜라 마시는 컵에 하나 가득 따라 마시는  모습이 생생하다.


그 뒤로 천시인의 목여사가 하는 귀천을 자주 들러  천 시인의 천원 동냥도 늘 보게 되고 시인의 화법에

익숙하게 되었다.


천 시인이 세상을 떠나고 3년째 되던해인가 나의 기획으로 중앙일보와 공동으로  '귀천'이란 추모 음악제를 만들어 천 시인의 작품을 낭송하고 곡으로 만들어진 작품들을 연주하였다.

상당히 큰 규모였고 중앙일보는 모든 경비를 부담해 주었다.


목여사는 남편에게 보내는 편지를 낭송해 장내 관객의 눈 시울을 뜨겁게 했다.
 

그리고 그 다음 주기인가는  묘지에 가서 기념식도 하였고 두고 두고 천 시인의 시를 읽게 되었다.


시인이 의정부에서 산 연유로 지난해 부터 매년  천상병 추모 예술제를 펼치고 있다.


목여사가 직접 담근 귀천의 모과나 유자차의 맛을 잊을 수 없는 것은 물론이고  시인이 듣던

작은 사이즈의 라디오에서 나오는 음악은 마치 시인의 노래 처럼 들린다.

그 어떤 연주장에서 진솔하고 가슴을 파고 드는 것이다. 


음악은 절대적으로 분위기와 조화를 이루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지금도 그  자리에 앉으면 선연하게 다리와 손을 떨며 철없는 개구장이 처럼 중얼거리는  시인의 흔들
림.  모진 고문의 후유증이 아니던가.

 
귀천 시를 보니 문득 떠오른 단상을 적어 보았다. 그 때 사진이라도 한 컷 찍어 둘 것을 ....


지나고 나면 아쉬운 것이 한 둘이던가.

 






6 Comments
강하라 2005.08.13 00:53  
  몇년 전에 천상병 시인의 '요놈 요놈 요 이쁜놈'이라는 시집을
읽은 적이 있는데 그 시들을 읽으면서 천상병 시인이 어떤 분이셨는지
조금 아주 조금은 알 수 있어서 마음 한구석에서 뭔가 해결되지 않았던
문제가 풀리듯이 시원함을 느꼈습니다.
탁계석 선생님 감사합니다. 다시 그 책을 꺼내들고 한번 더 봐야겠네요
지나고 나서 아쉬워지기 전에.. 안녕히 주무세요..
바다 2005.08.13 01:32  
 
탁계석 선생님!
오랜만입니다. 더위에 잘 지내셨는지요?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며칠 전 성당 장례미사에서 수녀님들 50여 분이 묵상곡으로
<귀천-김충희 곡>을 부르는데 얼마나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요.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다고 말하리라....

악보를 구해 열심히 배우고 불렀습니다. 
 
旼暎 오숙자 2005.08.13 10:21  
  천상병 시인의 생애에 관한 얘기는 가슴 찡 하게만드는
가슴아픈 일화가 많습니다.
그런 고통과 고독 속에서 결국은 아름답게 삶을 승화시킨
이 말
"이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다고 말 하리라..."
鄭笠 2005.08.14 00:22  
  "괜찮다 괜찮다 다 괜찮다" 하는 용서의 말 한 마디에
이 세상의 내 마음의 모든 불안은 깡끄리 가셔지고 맙니다.

"괜찮다 괜찮다 다 괜찮다" 하는 긍정의 말 한 마디에
이 세상의 시비 선악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큰 깨달음이 있습니다.
애창운동본부 사무국 2005.08.14 01:36  
  제가 이 곳을 알게 된 것도 천 시인님의 "귀천"을 변훈 선생님 작곡으로 발표된 악보를 찾으러 다니면서이지요..

부산 한울림 합창단 단장님으로부터 변훈 선생님 친필 악보 복사본을 귀하게 받아 볼 수 있었던 것도 이곳에 올라온 연주회 소식을 통하였구요..

다 멋있다는 세상보기가 자신과 자신의 삶을 다 멋있게 만들고..
천원에 만족이 무욕과 안빈낙도의 빛을 발합니다.

이 세상 소풍을 김밥 한줄로 다녀가지요~~~
우지니 2005.08.14 07:45  
  이 세상에 나와서 돌아가는 길
힘든 고갯 길이 많으셨을텐데

모든 아픔도  기쁨도
 아름답게 승화시키신  시인님께 많은 교훈을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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