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 > 커뮤니티 > 자유게시판
자유게시판
연주.감상후기, 등업요청, 질문, 제안, 유머, 창작 노랫말, 공연초대와 일상적 이야기 등 주제와 형식, 성격에 관계없이 쓸 수 있습니다.
단, 영리 목적의 광고성 정보는 금지하며 무단 게재할 경우 동의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
기존의 회원문단은 자유게시판으로 통합되었습니다.

천리향

장미숙 10 1156
  천리향
- 장미숙(초원)

지고 나면 그만
다시 피어날 수 없는 꽃이어서
한 번이라도 더 보고 싶어
밤으로 향기를 따라가면
질듯 말듯 창백한 모습
몇 방울 물로 짧은 밤을 지켜주고
또 다시 나서는 새벽길에
말없이 바라만 보던 꽃의 눈이여
삼월이라도 음력은 아직 더딘 정월
시린 등 뒤를 돌아보며 달려오니
바람길로 먼저 온 그대 향기가
혼미한 나를 흔들었지요
주고 주고도
남아있는 기운마저 오롯이 짜내어
천리 밖까지 사랑물 흠뻑 적셔놓고
홀로 떠나는 가녀린 그대를
망연히 놓아야 하는
이 봄을 어찌하라고요
어머니 향기 나부끼는 봄을요.

(* 천리향 : 꽃향기가 천리까지 간다는 화초)


 
...설 지나 노환으로 누우신 친정 어머니께서
이제 다시 일어나실 기미를 주시지 않으시니 심난한 봄이에요.
평소 물 대신 드시던 사과즙이나 사이다도 마다하시고
며칠 전부터 물만 찾으시네요.
자주 밤으로 달려가서 밤새 엄마 손을 잡아드리고
새벽이면 생업으로 돌아오는 일을 반복하는 요즘입니다.




 
10 Comments
노을 2007.03.22 16:35  
  어머니의 향기였군요.
아래 글을 보지 않았더라면
꽃의 무상함으로 읽어낼 뻔 했어요.
힘드시지요?
저희 어머니도 3월에 가셨지요.
방금 우리 엄마 가신 날을 추억하며
블로그에 글 한 편 써놓고
이 글을 대하게 되니 남다르게 다가옵니다.
힘내세요. 
해야로비 2007.03.24 00:18  
  긴~겨울을 지나, 봄이되면...이렇듯, 안타까운 소식들이 간간이 들립니다.
이 봄을 이겨내시면...좋으련만.....소망을 가져봅니다.
바다 2007.03.24 12:54  
  그래요.
어머니의 향은 천리향이지요.
이제 이승을 떠나면 어머니의 향은  가슴속에 늘 함께 하실 것입니다.
이 봄 이별연습을 많이 해야겠네요.
꽃구름언덕 2007.03.25 00:19  
  지금의 마음을 가늠 할것 같아요.
이 봄에 피어나는 새삭처럼 다시 기운차려서 몇번의 봄이라도
더 지나시며 사랑의 향기를 주시면 좋으실텐데요. 힘내세요.
산처녀 2007.03.26 14:43  
  그래도 이별의 연습을 하면
좀 날것 같애요.
연습도 예고도 없이 부모님을 보내고 돌아서는
허탈한 제 모습 때문에 많이 울었어요.
자주 뵙고 만저 들이세요 .
송인자 2007.03.26 17:48  
  이별도 연습이 필요하답니다.
언제고 맞이해야 할 과정이겠지만...속 아프시겠습니다.
장미숙선생님이 보고 싶은데.....참 기회가 닿지 않네요
장미숙 2007.04.02 22:22  
  위로의 기도를 주신 여러 님들께 감사드려요~
어머니께서 이 봄을 다 채우지 못하시고 가셨기에
시를 수정하여 남깁니다.
꽃구름언덕 2007.04.03 09:09  
  그러셨군요. 저희집에 핀 천리향을 보며 님의 어머님을 생각했는데
꽃향이 천리를 간데도 언젠가는 지는군요.
모두가 들뜬것 같은 봄인데  장미숙시인님께는  슬픈봄이군요.
꽃은 져도 천리 만리 남는 어머님의 거룩한 사랑의 향기로 이겨내소서
그래도 천지에 가득한 꽃들의 인사 속에 가셨으니 조금 위안 받으세요.
노을 2007.04.04 14:44  
  그새 그런 슬픔을 당하셨군요.
이럴 때는 모든 위로의 말이 다 상투적인 것 같아 무슨 말씀을 드려야 할지
모르곤 하지요.
젊어서 부모님을 보내드린 탓인지 그래도 오래 사시다 가신 경우를 보면
자꾸 우리 부모님 너무 빨리 가셨는데 하는 생각만 납니다.
한 번은 겪어야 하는 일, 그 슬픔조차 승화되어 시심으로 피어날 줄
기대합니다. 빨리 추스리시세요. 초원님.     
장미숙 2007.04.05 12:04  
  꽃구름언덕님과 노을형님의 기도가
하늘길로 떠나신 저희 어머니께로 닿아질 줄 믿어
감사한 마음을 드립니다.
제목
게시물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