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리향
천리향
- 장미숙(초원)
지고 나면 그만
다시 피어날 수 없는 꽃이어서
한 번이라도 더 보고 싶어
밤으로 향기를 따라가면
질듯 말듯 창백한 모습
몇 방울 물로 짧은 밤을 지켜주고
또 다시 나서는 새벽길에
말없이 바라만 보던 꽃의 눈이여
삼월이라도 음력은 아직 더딘 정월
시린 등 뒤를 돌아보며 달려오니
바람길로 먼저 온 그대 향기가
혼미한 나를 흔들었지요
주고 주고도
남아있는 기운마저 오롯이 짜내어
천리 밖까지 사랑물 흠뻑 적셔놓고
홀로 떠나는 가녀린 그대를
망연히 놓아야 하는
이 봄을 어찌하라고요
어머니 향기 나부끼는 봄을요.
(* 천리향 : 꽃향기가 천리까지 간다는 화초)
...설 지나 노환으로 누우신 친정 어머니께서
이제 다시 일어나실 기미를 주시지 않으시니 심난한 봄이에요.
평소 물 대신 드시던 사과즙이나 사이다도 마다하시고
며칠 전부터 물만 찾으시네요.
자주 밤으로 달려가서 밤새 엄마 손을 잡아드리고
새벽이면 생업으로 돌아오는 일을 반복하는 요즘입니다.
- 장미숙(초원)
지고 나면 그만
다시 피어날 수 없는 꽃이어서
한 번이라도 더 보고 싶어
밤으로 향기를 따라가면
질듯 말듯 창백한 모습
몇 방울 물로 짧은 밤을 지켜주고
또 다시 나서는 새벽길에
말없이 바라만 보던 꽃의 눈이여
삼월이라도 음력은 아직 더딘 정월
시린 등 뒤를 돌아보며 달려오니
바람길로 먼저 온 그대 향기가
혼미한 나를 흔들었지요
주고 주고도
남아있는 기운마저 오롯이 짜내어
천리 밖까지 사랑물 흠뻑 적셔놓고
홀로 떠나는 가녀린 그대를
망연히 놓아야 하는
이 봄을 어찌하라고요
어머니 향기 나부끼는 봄을요.
(* 천리향 : 꽃향기가 천리까지 간다는 화초)
...설 지나 노환으로 누우신 친정 어머니께서
이제 다시 일어나실 기미를 주시지 않으시니 심난한 봄이에요.
평소 물 대신 드시던 사과즙이나 사이다도 마다하시고
며칠 전부터 물만 찾으시네요.
자주 밤으로 달려가서 밤새 엄마 손을 잡아드리고
새벽이면 생업으로 돌아오는 일을 반복하는 요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