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문증'에게
‘비문증’에게
처음엔 스치는 바람인가 했지. 그 바람에 실려 작은 먼지 하나 속눈썹에 살짝 앉은 줄 알았지.
심심한 햇빛이 장난을 치는 것으로도 생각했지. 무엇인가 있는 듯 없는 듯, 날 놀리는 줄 알았지.
그런데 바로 너였구나. 갈 곳이 그렇게 없더냐? 세상 넓은 곳, 좋은 곳 다 마다하고, 그렇게 좁고 습한 곳이 좋더냐?
네 스스로 걸어 나가길 원했는데…… 잊고 지내다 어느 날 문득 네가 조용히 떠났다는 것을 뒤늦게 알기를 바랬는데…… 헛된 바람이었나 보구나.
그래 그렇다면 그대로 있거라. 다만 더 이상 짓궂게 굴지는 말아다오. 너도 남의 집에 허락 없이 들어왔으니, 집주인 부탁 하나는 들어줄 수 있겠지?
불청객에 빈방 하나 내어주고 그와 동행하는 일. 그것도 사람 사는 일.
(2011. 1. 14)
** 飛蚊症/vitreous floaters
처음엔 스치는 바람인가 했지. 그 바람에 실려 작은 먼지 하나 속눈썹에 살짝 앉은 줄 알았지.
심심한 햇빛이 장난을 치는 것으로도 생각했지. 무엇인가 있는 듯 없는 듯, 날 놀리는 줄 알았지.
그런데 바로 너였구나. 갈 곳이 그렇게 없더냐? 세상 넓은 곳, 좋은 곳 다 마다하고, 그렇게 좁고 습한 곳이 좋더냐?
네 스스로 걸어 나가길 원했는데…… 잊고 지내다 어느 날 문득 네가 조용히 떠났다는 것을 뒤늦게 알기를 바랬는데…… 헛된 바람이었나 보구나.
그래 그렇다면 그대로 있거라. 다만 더 이상 짓궂게 굴지는 말아다오. 너도 남의 집에 허락 없이 들어왔으니, 집주인 부탁 하나는 들어줄 수 있겠지?
불청객에 빈방 하나 내어주고 그와 동행하는 일. 그것도 사람 사는 일.
(2011. 1. 14)
** 飛蚊症/vitreous floate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