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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노을팜은 설국

이동균 5 992
사이버는 사이버로 끝나는 게 아름답다는 계시를 무시하고,

그 궁금증을 못 이겨, 마누라와 출발하기로 하고 전화를 드렸다.

놀 팜님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목소리에, 오늘 괜찮으냐고 다그쳤다.

오늘 해남 벌통 수송 작전에 나선다는 말에,

실망 반 안도 반, 왜 안도냐고?

혹시 실제 만났을 때의 어색함이나 불편함을 걱정한 게

사실이었으니까. 아니나 다를까 다시 연락이 왔다.

우리가 출발하면 일정을 바꾸어 가겠다는 적극적인 구애(?)

친구 분이 계시면 함께 오는 것도 좋겠다는 전갈,

10년을 함께 지휘하시고, 노래한 김양수 선생님 부부를

초대하였는데, 사모님의 손녀 보육관계로 불발,

선생님 혼자 모시기로 했다.

사실 우리 부부 틈새에 함께 여행하시는 게 불편하기도 하시겠지만

선생님의 개인전 소재 준비로 눈 사진 찍을 기회를 찾고 있음을 아는지라

억지로 초대했다.

안동, 영양까지는 그저 희끗 희끗한 산과 나무 사이의 눈에,

선생님의 얼굴에 실망의 빛이,

괜히 모시고 왔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웬 걸  영양을 지나 수비 계곡을 들어서는데, 어제 폭설이 왔나

착각이 들 정도로 눈이 길가와 산들에 온 통 하얀 천국이다.

오무 길 끝에 도착해서 전화를 했더니 비포장에다 눈이 쌓여

200미터를 걸어와야 한데, 그래서 지금 나가고 있다는 전갈,

들고 간 짐이 있어 기다리고 있는데,

멀리서 걸어오는 폼이 팜이 분명하다.

가까이 오는데 조금 이상하다.

분명 인터넷의 인상은 키가 크고 기골이 장대한

다소 내가 위축되어야 할 인상이어야 하는데

내나 별 차이가 없지 않은가?

그리고 내보다 별로 잘 생겼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는다.

(맘님 저는 제 말에 별로 책임져 본 일이 별로 없습니다.

너무 신경 쓰지 마십시오.)

근데 가까이 와서 인사를 하고 악수를 하는데

옛날 어린 시절 친구를 만난 느낌의 친근감을 주었다.

서로 스킨쉽을 강하게 하며 약간 오버하는 친근감을 표하였다.

그런 가운데 나는 살짝 팜님의 팔둑을 쓸어 봤다.

팔씨름에 대한 언급이 있었기에 근데 감이 잘 오지 않았다.

이 사람을 내가 이길 수 있을까?

200미터정도의 눈길을 걸어가는데 긴팔의 트레이닝복에 감추어진

그의 팔뚝, 일단 관심을 접었다.

초장부터 김선생님의 얼음판 슬라이딩 사건,

사실 걱정이 계속되었는데,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은 듯

다소 안도감이 생겼다.

아직 일주일전의 그 눈이 거의 그대로 쌓여 있는데

달라진 것은 가장 궁금했던 노을의 로댕 사이보그 눈사람

아뿔사 터미네이터의 마지막 장면을 연상시키는 허물어지고 있는

마지막 모습,  . . .여장을 풀었는데,

웬걸, 사진과 멀리서 보이던 그림처럼 보이던 동화속의 궁전은

아님이 분명한 것이 들어가는 방문이

문대신 두꺼운 담요로 드리워진 것,

분명 이건 숯가마 찜질방의 토굴이 분명하다.

하 이건 아닌데 내야 어차피 이런 출신이지만 연로하신

김 선생님이 불편하실까 걱정이다. 근데 이상하다.

이런 불편한 집에 초대한 사람들의 표정에는 전혀 자기들의 집이

불편해서 어떻냐는 등 일상적인 인사는 전혀 없다.

그저 자기들 식구들 한 두 사람 더 왔는 정도의 가벼운 마음에 다소 의아했지만

환경적응하면 한 적응하는지라 금방 평정을 찾았는데,

김 선생님도 별로 개의치 않으신 눈치이시다.

좀 별나게 사시는 분들이라 별난 음식을 하시리라 기대했는데

보통의 우리 밥상과 아무런 차이도 없다.

특별히 채식이니 웰빙이니 따위의 용어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듯하다. 아주 맛있게 저녁을 마치고

그 큰 집에 잘 방이 두 개라니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또 한 식구처럼 남녀가 나누어져 잘 방이 정해지고

각자의 짐을 나누어 옮기니 어린 시절 기다리던 수학여행에

자기 방이 정해진 듯 익숙해 져 버린다.

식사를 하고 계획에 없던 레슨이 시작되었고,

발성 의식에 혁명을 해야 하느냐 그냥 적당히 즐기고 마느냐 

갈등 속에 레슨은 시작되고,

복잡한 머리를 그냥 복잡한 채로 둔 채 밤은 깊어갔다.

아니 이렇게 확신을 가지고 이야기 하는 이론을 보니

궁금증이 생겼다, 애초 프로필을 몰랐던 나는 물었다.

당신은 보아하니 전공을 하긴 했는것 같은데,

학교는 어디를 나왔느냐니까 김영환이와 조수미하고 같이

공부를 했단다. 나의 세속적 궁금증이 더욱 증폭되었다.

그 사람들은 서울대 성악과 출신들인데

당신이 서울대 출신일리는 없고, 그럼....?

영환이와 수미랑 같이 노래할 때의 에피소드를 이야기 하면서

서울대 성악과 출신임을 확인하고,

덤으로 맘님이 고려대 출신임도 더불어 알았다.

근데 뭔 양봉을해?

이 뚱딴지같은 사람들,

서울대 성악과 출신 조영남씨보다 더 괴짜가 여기 있었는 것을

이제야 알았다.

장난기로 영양군내에는 그정도 학벌 없을테니

그 학벌로 이장에 출마해 보라는 나의 장난기어린 조언에,

사실 이장할 마음도 있었는데 그것도 벼슬이라고 집성촌의 결속력을

뚫지 못하겠노라는 괴이한 대답을 한다.

노을이의 대학입학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초등학교 시절 1학기는 시골에서 2학기는 서울에서

6학년 동안 전학을 6번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노을이 얼굴 봤다.

도시의 마마보이들이 공부 조금 못하면,

어릴 때 아빠의 직장 때문에 전학을 한 번 했는데,

그게 잘못되어서 어쩌고저쩌고 전학을 했는 통에 친구가 없고 등등

구구한 변명을 하면서 잘못됨을 변명하는데,

그 노을이는 이렇게 구김 없이 맑게 잘 크고 있는 비방은 무엇인가?

이게 정녕 프로폴리스인가 약꿀인가?

아님 화분꿀인가, 로얄젤리인가?

우리 막내놈에게 로얄젤리를 먹여 볼까?

이쯤해서 팔씨름을 언급해 볼까?

근데 이상하다.

팜은 저녁부터 그의 우퉁불퉁한 이두박근과 팔둑의 근육을

반팔티로 계속 과시를 하고 있었고,

그 사이보그 눈사람을 통해서도 과시했는데,

그도 아직 팔씨름에 대한 언급이 없다.

역시 나의 근력에 위협을 느낀 것 같다.

어차피 숫사자의 싸움에 남는 것은 서로에게 상처만 남기니깐.

애써 나도 팔씨름에 대한 언급은 회피했다. 

두 마리의 숫사자는 그렇게 서로를 인정하고 있었다.

밤이 깊어 마당으로 나왔다. 하늘을 봤다.

예상은 했지만 역시 하늘의 맑기가 숫제말로 죽여준다.

화성과 목성, 쌍안경으로 관찰해보는 플레이아데스성단, 히아데스성단

오리온자리의 대성운, 그야 말로 장관이다.

단지 산속이라 시야가 좁다는 게 아쉽지만 겨울철 은하수가 희미해

보기 힘 드는데 그것도 선명하게 관찰되었다.

영원히 만나지 못하고 지나쳐 버릴 뻔 한 좋은 사람들과의 만남에 잠을 청하기

아까운 시간이었지만, 양 사방팔방 쏟아지는 주먹돌과 호박돌등에서의

원적외선을 받으며 참을 청했다. 찜질방의 열기를

처음은 견디겠는데, 잠들려는 시간 쯤 서서히 뜨거워지는 

바닥의 열기에 겨우 잠이 들었는데 밤새 몇 번 뒤척였는지

기억이 나지는 않는다.

어째든 뼈 속까지 스며든 원적외선의 효과가

최소한 몇 년은 갈 것 같다. 아침에 일어나니,

내가 코를 골았다는 음해성 멘트가 쏟아진다.

나는 분명 골지 않았다. 그런데 골았단다.

결코 믿을 수가 없는 주변의 음해성 믿을 수 없는 증자들,

성질 좋은 내가 참아야지.

아침에 물을 아껴야 한다는 주인장의 주의 말씀에,

물 반 대야면 머리감을 수 있는 나만의 노하우를 숫이 적은 내 머리 감는데

이용해 상쾌한 아침을 맞이할 수 있었다.

벌써 김선생님은 바깥에 사진 촬영 구도 잡으신다고

하얀 피부가 발갛게 물들어계셨다.

한 바퀴 돌고, 나가면서 촬영을 하실 계획을 잡고,

아침 식사를 했다.

맘님의 깔끔한 식사 차림에 또 한번 감사를 드리고,

양봉 농가에 올 때 틀림없이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꿀을 많이

먹을 것으로 기대했는데, 아직 꿀 입에도 못 대어 봤다고

넉살을 떠니, 그렇게 아끼는 꿀이라며

집에 도착하면 키가 10센티 정도는 커 있을 꿀이라면서

몇 숱갈을 주어서, 약꿀을 맛있게 먹었다.

이쯤해서 팔씨름?

에이, 상처를 남기지 말자.

그래서 두 마리 사자의 결투는 누구랄 것 없이 무기한 순연되었다.

오늘부터 팜은 산촌의 토목공사와 바위를 들며 칼을 갈고 있으리라.

식사 후 서로의 스케줄을 위해 서둘러 채비를 하고 나오는데

200미터를 걸어 차에 도착할 때 쯤,

김선생님의 가방이 보이지 않았다. 다시 눈길을 되돌아갔다.

미안하다는 인사와 다시 맘과 작별을 하고 150미터쯤 오는데,

망원경을 두고 갔다며 다시 돌아오란다.

겨우 받으러 가는데 다시 전화 왔다. 망원경 캡이 빠졌다는 맘님의 전갈,

미안하다는 말도 족 발려 못하겠다.

진짜 진짜 팜님과 작별하고, 눈덮힌 들판을 정신없이 헤매며

셔터를 눌리고 눌렸다.

분명 김선생님께서 어제 넘어지신 곳이 아프실 텐데,

이어지는 감동적 설경에 셔터를 눌린다고 다 잊어버렸는가?

아니면 정말 숱가마의 원적외선으로 완치가 되어버렸는가?

그렇게 우리들의 여행은 정리가 되어갔다.

선생님의 다음 개인 전시회는 ‘노을의 노래’라는 테마로

설경을 소재로 한 전시회가 될 것 같다.

팜 맘님께서 선생님의 전시회에 꼭 오시겠다는 약속과 함께

수하 계곡은 멀어져 같다.
5 Comments
열무꽃 2008.02.04 07:19  
참 잘했어요, 이동균샘
경북 영양하므 조지훈시인이 생각나구요.
노을팜네가 그곳에서 이장선거에 나오시려면
조지훈후예들을 가곡으로 장악해야되지 않을까요?
이제 해남으로 떠나신다니
마산사람은 어디서 만날 수 있을꼬?
오경일 2008.02.04 10:33  
수하계곡에서의 하루밤 !
좋은 시간 보내고 오신것 같습니다.
저는 아직 찜질방 구경도 못해 봤는데 좋은 꿀도 드시고 정말 키가 크셨는지 궁금함니다.
노을팜님과 비슷한 체구시면 이동균님도 상당한 키?
저도 목에 좋다는 프로폴리스를 좀 먹어 봐야 하는데 혼자만 드셨는지요.
녹음 작업 다 끝내시고 편안하게 즐기시는군요.
부럽네요....
4차 녹음때 응원 혹시 안 오실라라 서울역에 KTX 주차시켜 놓으시고 함 오십시오.
주차비 드릴께요.
좋은 사진도 더 올려 주시고요.
송월당 2008.02.04 10:59  
이동균님 여유있게 그 좋은 곳을 다녀 오셨군요.
글 솜씨 좋으시어 묘사도 잘 하셨어요.
설경이 멋져 보인 수하 계곡에 다시 눈이 오면 가 보고 싶어요.
이동균 2008.02.04 23:07  
송월당님, 수하는 아직 설국이옵니다. 아마도 이겨울 내도록 . .
오경일님 내마노의 녹음 미루었다는 비보를 이제야 접했나이다.
전화위복이란 말은 항상 필요한 경우에 쓰이도록 만들어진 말이지요.
김경선원장님, 뭔 열무꽃이요? 그냥 김원장님이면 될 것을 사람 궁금증만 유발시켜놓고.
해남이 수비보다 마산이 더 가까운 고로 . . .
놀~맘 2008.02.07 17:44  
'열무꽃' 원장님!
지난 소담 수목원 음악회 때,
저희 내외가 수목원 이름 붙으면 무조건 좋아 하고 보는 이유로
가 보고 싶었는데.. 꼭 가려고 맘 먹고 있었는데..
막상 닥치니 농삿일이라는게 항상 뒤꼭지에 달려 있어 가기가 쉽지 않더라구요.
누군가 목 빼고 기다려 주는것도 아니고...^^
다음엔 옆구리 좀 찔러 주세요.  담박에 달려 갈께요.
누구처럼 눈은 찌르시질 말고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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