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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노교수의 정년퇴임 음악회

조성재 4 1149

지난주 목요일 저녁에 공주문예회관 대강당에서는 아주 뜻깊은 음악회가 있었다.
공주대학교 사범대학 체육학과 박찬홍 교수님의 정년퇴임 기념 음악회가 그것이다.


정년퇴임 기념 음악회라고 하는 것도 뜻깊은 일이었지만,
음대 성악과 교수도 아니고 사범대학 체육학과 교수로서 음악회를 연다고 하는 것은
참 신선하고 흥미로운 일이었다.


박찬홍 교수님은 여러가지 면에서 참 독특하신 분이다.


내가 박교수님을 처음 보았던 것은 KBS '누가누가 잘하나?' 여름방학 특집 방송을
통해서였다. 2006년 7월 28일에 방송된 '할아버지,할머니와 함께 동요를...' 에 출연한

박찬홍 교수님은 '꽃밭에서'를 불렀다.

"동요는 어렷을적부터 좋아했습니다. 늘 부릅니다."

"제가 요즘 투병중입니다. 암으로 방사선 치료도 끝났고, 항암치료도 끝났습니다.
요즘처럼 어렵고 각박한 때에 동요를 부르면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고 마음이 깨끗해 집니다."

"건강히 좋아진다면 꿈이있는데 노인들을 위한 동요교실을 만들어서 노인들하고 같이 동요를
많이 부르고, 봉사하고 싶습니다. 꿈입니다."

"동요는 삼대가 같이 부를 수 있는 유일한 음악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집안의 화목을 위해서나,
노인들이 동요를 많이 부르면 치매에 특효약이라고 들었습니다. 노인들이 동요를 많이 불렀으면
좋겠습니다.희망입니다 !"

방송에서 박교수님이 인터뷰때 한 말이다.
참 감동적인 동요관이라 아니할 수 없다.


심사평에서 허미경 선생님은 박찬홍 교수님의 노래에 대해서
"아주 뛰어난 미성에 발음도 정확하시고, 음정도 좋으시고 그리고 프레이징 표현이 아주 좋았어요.
앞으로 기회가 되시면 동요가수로 데뷰하셔도 손색이 없을것 같습니다." 라고 평했다.


내가 박교수님을 직접 뵙게 된것은 작년 12월 9일 고양시 어울림누리 별모래극장에서 있었던
'꽃을닮은아이들' 제3회 정기연주회때였다. 김은주 선생님의 초청을 받아서 갔었는데,
바로 내 옆자리에 앉으신 분이 바로 박찬홍 교수님이었다. 이런 인연이...
우리는 서로 명함을 교환했고 단체사진찍기에도 함께 참석하였다.


두 번째의 만남은 금년 4월 말경, 내가 박교수님께 전화를 드림으로 이루어졌다.
서울시민대학에서 가곡을 배우는 분들이 mbc제25회 창작동요제에 합창단으로 참석하게 되었는데,
몇 사람의 자리가 비게 되었으니 그 빈자리에 참석해 주실 수 있느냐는 나의 제안에 대해 교수님은
일정이 맞질 않아서 어렵다는 대답과 함께 서울시민대학 가곡수업에 한 번 참석해 보고 싶으시다는
말씀을 하셨다. 그렇게 해서 지하철 한강진역에서 박교수님을 만나 함께 가곡수업에 참석을 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서울시민대학 2학기 수강신청일을 며칠 앞둔 지난 8월 초에 박교수님으로부터 나에게 전화가
왔다. 자신이 이번 8월달에 정년퇴임을 하게 되었는데 2학기때부터는 시간이 있어서 서울시민대학
성악의 이해반 수강을 하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되느냐는 문의 전화였다.

결국 박교수님은 '성악의 이해'반에 등록을 했다.

그 박교수님이 정년퇴임 기념 음악회를 한다는 초청 팸플릿을 나에게 보내왔었다.

'무더운 여름도 어느덧 지나고 아침 저녁으로 선선한 가을의 문턱에 서 있는 이즈음,
저는 그동안 정들었던 학교를 이제 막 떠나려고 합니다.

근 30년에 가까운 세월을 여러분들과 같이 보내면서, 많은 즐거움과 어려움을 함께
나누었습니다.

아름다운 추억을 간직한 채 물러나게 됨을 진심으로 감사드리면서, 너무나도 아쉬운
마음에 평소 즐겨 부르던 노래들을 모아 보았습니다.

부디 가족과 함께 오시어서 저와 같이 노래 따라 부르시고, 즐거운 마음으로 석별의
정을 나누어 주셨으면 정말 고맙겠습니다.

앞으로 남은 저의 앞길을 격려해 주시고, 많은 박수 부탁드립니다.

2007. 8. 30(목) 박 찬 홍 올림 '


멋진 연주복을 입고 무대에 나온 박교수님은 '대관령'(박경규 곡), 'O del mio amato ben'
(오 ! 나의 사랑하는 님, Donaudy 곡), '사우월思友月'(구두회 곡), 'Musica Proibita'
(금단의 노래, Gastaldon곡), 'Amor ti vieta'(참을 수 없는 사랑, Giordano 곡), '그리운
금강산'(최영섭 곡), 'O del mio dolce ardor'(오 ! 나의 감미로운 사랑,오페라 'Paride ed
Elena'중에서,Gluck곡), '애모'(황덕식 곡), '박연폭포'(한국민요), '청산은 나를 보고'
(김동환 곡), 그리고 마지막으로 다함께 동요 '바닷가에서'와 '과수원 길'을 불렀다.


물론 찬조출연자들도 세 명이 있어서 '청산에 살리라'(김연준 곡), '그리운 그대'(이안삼 곡),
'그대 있음에'(김순애 곡), '꽃구름 속에'(이흥렬 곡), '옛날은 가고 없어도'(이호섭 곡),
'Die Forelle'(숭어,F.Schubert 곡), '보리밭'(윤용하 곡), '경복궁 타령'(한국민요)이 중간
중간에 음악회의 흥을 돋우어 주었다.


박교수님의 가족들과 친지들, 그리고 동문들과 지인들, 무엇보다도 박교수님으로 부터
지금까지 체육학을 배운 젊은 제자들이 빼꼭히 운집한 가운데 열린 음악회여서인지
한 곡 한 곡 노래가 끝날때마다 우레와 같은 박수소리와 함께 함성 소리 또한 높았다.
참 흐뭇한 정경이 아닐 수 없었다.


암 투병으로 체중이 말할 수 없이 떨어져서 허약해 보이는 모습이었지만,
최선을 다하여 끝까지 교수의 직임을 완수하고 이제 정년퇴직을 앞둔 노 교수님은
그날 유감없이 혼신을 다하여서 노래를 불렀다.
노래를 마칠때마다 얼굴에 커다란 미소를 머금던 노교수...
눈빛은 초롱초롱 빛났고 한없이 진지해 보이는 모습이 감동스러웠다.
어쩌면 음악과는 별로 관계가 없어보이는 체육학과 교수님이 우리나라 가곡과
세계 명곡들을 거침없이 부르고, 또한 동요를 잊지 않는 모습이 그렇게도 아름다워 보일수가
없었다. 분명 이러한 모습이 임지를 멋지게 떠나는 모습이려니...


그러나 박교수님은 떠난 것이 아니다.
이제 또 시작이다.
당장 이번주 목요일 오후부터는 한남동에 있는 서울시민대학에서 나와 함께 가곡을 배우고 있는
수강생 박찬홍 교수님을 볼 수 있으리라 ! 얼마나 멋진 인생인가 !


박교수님의 건강을 빌어본다.
그리고 동요교실을 열어서 노인들과 함께 동요를 부르고 봉사하고 싶다는 그분의 꿈이
이루어 지기를 빌어본다. 사실 그 꿈은 나의 꿈이기도 하다.▩


 

 

4 Comments
송월당 2007.09.03 16:02  
  조성재 목사님 감동적인 글 잘 보았습니다.
누구든 직업에 관계없이 하고 싶었던 일을 해보는 것이 소망일진대 박찬홍 교수님 같이 멋지게 정년 퇴임식을 음악회로 하신 것이 보기도 참 좋습니다.
9월 학기에 시민 대학 성악의 이해반에 오신다니
반갑게 뵈올 수 있겠네요.
또 내마노 가곡 부르기에도 오시게 되기를 희망해봅니다.
김경선 2007.09.03 16:33  
  감동적인 글을 올려주신 님께 감사드립니다.
박찬홍교수님의 육체적 고통이 사라지기를 바랍니다.
고광덕 2007.09.04 16:35  
  세번 째의 암수술 후에도 절대 굴하지 않고 노래에 사시는 분입니다. 육체는 약해지얼정 정신만큼은 누구보다도 건강하신 분입니다. "만일 노래가 없었다면 내가 이만큼 건강하게 살 수 있을까?" 하고 항상 노래를 아끼시는 분입니다.
정년과 상관없이 노래를 부르시는 박교수님의 모습은 누구에게나 본보기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항상 노래와 함께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심우훈 2007.09.07 12:16  
  감동스럽고 귀하고 존경스러운 사연 입니다.

선생님 부디 암 이겨내시고
좋은 노래 오래오래 즐겁게 행복하게 부르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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