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 > 커뮤니티 > 자유게시판
자유게시판
연주.감상후기, 등업요청, 질문, 제안, 유머, 창작 노랫말, 공연초대와 일상적 이야기 등 주제와 형식, 성격에 관계없이 쓸 수 있습니다.
단, 영리 목적의 광고성 정보는 금지하며 무단 게재할 경우 동의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
기존의 회원문단은 자유게시판으로 통합되었습니다.

제 가진 것 남 주니 행복하여라

현규호 9 793
집사람이 타 주는 커피를 마다할 명분을 못찼았다. 아침 일찍 일어나 조반으로 마시는 커피를 오늘은 손수 끓였다. 늦잠에서 일어난 집사람이 아무소리 않고 커피를 내민다. 어쩌랴 이번에 거절하면 내가 청할 때 혼자 해결하라고 심통을 부리면 재간이 없다.

덕분에 뽀얗게 날밤을 지새야 했다. 이어폰을 꼽아 잠 자는 사람을 배려했다. '전체 선택'을 눌러 몇번인가를 들었다. 옛 사람들은 뭘했나? 호기심이 발동하여 2002년도 자유게시판의 화일을 뒤저기니 아는 분들이 나온다.

박원자(지금은 바다)님이 비목(지금 내마노)의 운영자님에게 '님의 노래'와 '사랑의 노래' 악보를 애절하게 구하시고 하옥이님이 자비를 베풀자 환히 기뻐하시는 모습이 떠오른다.
오숙자님이 이안삼님의 소개로 비목의 싸이트를 알게 되셨다며 가입인사를 하시고 이어 본인이 작곡하신 '철 없이 흘리던 눈물'과 '곤륜산의 고은 옥을' 드리려고 하는 데 어찌하여야며 묻는 글도 보인다.

나부코, 미니내, 나그네, 동상, 봄이 오면, 대파리, 돌배나무, 박금애님, 평화, 음악친구님, 민수욱(규방아씨)님, 해아래, 흰들레....많은 분들이 분주하게들 활동하셨다. 제가 '님'자를 붙이지 않은 분들은 다 어디 가셨나? 이민이라도 가셨나? 나도 이분들 처럼 조금 후엔 뒤안길로 사라지지는 않을까?

나도 처음 싸이트에 가입하고 내가 원하는 가곡 몇 곡 듣고, 악보 꺼내 노래 배우고, 남이 볼 새라 슬그머니 나오곤 했다. 이게 전부였다. 어떤 분이 글을 올렸는 지? 무슨 사연이 있는 지, 뭘 전하려고  게시문을 올렸는 지, 관심 밖이였다.

어떤 날 마포에서 가곡교실이 열린다는 소식이 눈에 들어왔다. 아무래도 프로들이 동호회에 나올 테니 전부들 수준급이려니 하고 아마추어는 손을 들고 말았다. 이젠 대학로에서 한단다. 코 앞에서 벌어지니 한번 가봐야겠다고 결심(?)하고 메모까지 하고 그날 부르겠다는 노래들을 미리 익히기까지 했다. 막상 그날 까마귀 고기를 먹었는 지 집사람이 가곡교실 않갔느냐는 채근을 듣고서야 시간 지난 줄을 알았다.

그러다가 양양에 산불이 나고, 낙산사가 타고, 바다님의 처절한 마음이 글로되여 눈에 들어왔다. 바다님의 마음이 되여 보려고 소위  댓글을 나도 실었다. 그후 바다님의 꼬드김으로 날 내마노 합창단으로 내몰고, 난 지금 염치없이 치졸한 글을 마구 뿌리는 천방지축이 되였다.

내 생각 조금 떼어 남 주니 이렇게 행복한 것을. 가곡교실에서 내마노 합창단에서 만나는 분들이 얼마나 내겐 활력소가 되시는 분들인지. 새삼 세상 사는 재미가 솔솔하다. 합창 연습하려고 길 바닥에 뿌리는 시간이 4시간. 저녁 5시에 집 떠나 집에 오면 자정. 그래도 사춘기가 된 듯 그날만 되면 가슴이 뛴다.
9 Comments
바다 2005.06.15 23:48  
  현 선생님!
현 선생님께서 가곡교실에 참여하시고 합창단원이 되시면서
기쁘게 생활하시니 보는 이가 다 기쁩니다
정말 반갑고 귀한 글 잘 읽었습니다
우리 내마노의 역사를 다 읽으셨군요.
그 때부터 지금까지 바다는 언제나 그 자리에 이렇게 있습니다.

그리운 이름들이여
이제 다시 이 곳으로 돌아와주세요
많이 보고 싶습니다.

현 선생님!
감사합니다
바다 2005.06.15 23:49  
  박금애 선생님은 지금 건재하시며 가곡교실에도 오시고
홈에도 자주오십니다. 평화는 요셉피나로 종종 오고 글도 남기고요.
음악친구는 지난번 가곡교실에서 접수를 보았구요.

흰들레님은 사회를 보시는 임승천 시인님의 첫번째 닉이었답니다. 
 
 
           


 
윤교생 2005.06.16 00:45  
  감사합니다.
내마노의 일대기를 간략하게 듣는듯 합니다.
저희들도 너무 열심히하시는 모습에 절로 고개를 숙입니다.

행여 큰 낙심을 하시지 않으실까하는 염려도 조심스럽게 해보곤합니다.

힘드시더라도 우리와 늘 함께 하시길 희망합니다.
해야로비 2005.06.16 01:45  
  선생님이 지나간 역사를 뒤집어 주시니...저도...한때 현규호선생님 같이 지난 게시판을 다 뒤져 읽던 일이 생각납니다.
한참을 즐거워 쫓아다니다....지난일들이 궁금하여 선생님과 똑같은 생각들을 했었지요.
저도......바다님같이 오래 오래 이자리에 있고 싶어요.
선생님도 함께 해요~~오래도록...
서들비 2005.06.16 13:00  
  현선생님의 살인미소가
사람들에게 얼마나 큰 기쁨을 주는지 아세요?

선생님의 재미있는 글이
우리들을 얼마나 즐겁게 해주는 지 안세요?

함께하는 시간들이
우리의 생활에 얼마나 큰 활력이 되는지 아시죠!!!!

모두 감사할 뿐입니다.
유랑인 2005.06.17 10:19  
  저는 매번 이렇게 멋진 현 선생님 옆에 붙어 앉아서 노래하구 있다구요~~~
옆에만 있어도 멋져지는 것 같습니다..
세월이 어느 만큼 가서
선생님연세 쯤 되는 때에도 지금 현 선생님 자리에 저두 그렇게 있을 수 있기를 바램해 봅니다.
천진하시기까지한 그 미소의 얼굴로....
건강하시고 오래오래 함께 하세요~~
현규호 2005.06.17 11:04  
  제 주변에 계신 분들이 제게 오래 참아 주시는 것을 잘알고있음니다. 알아도 무심히 하고있음니다. 참아주셔서 고맙슴니다.
불란서에서 있던 일이라고 하더군요. 정사인 지는 모르겠으나, 신하가 왕께 궁정 밖에서 군중들이 데모를 하고 있다는 보고하는 중에 왕이 기침을 하면서 ma sacre toux (왠 기침인가!) 하자 신하는 massarez tous!( 전부 죽여버리게!)로 알아 듣고 군중을 전부 죽였다는 말이 있어요. 발음은 둘 다 '마싸크레 뚜'이긴 하죠.
전 후자로 말씀하셔도 전자로 알아듣고 처신할 테니 부디 용서들 해주세요.
감사함니다.
현규호 2005.06.17 15:38  
  p.s. sacre 에 e에 악쌍이 있고, massarez 가 아니고 massacrez 로 바로 잡슴니다.
사랑노래 2005.06.19 20:30  
  정말 대단하십니다. 선배님!
존경합니다. 선배님!

가곡을 듣고 부르다가 합창 연습까지 하신다니...?!!!
선배님의 맑고 깨끗한 성품을 뵙는 듯합니다. ^_^

다음 가곡교실에 참석해서
꼭 선배님의 노래를 듣도록 하겠습니다.
제목
게시물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