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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전

열린세상 4 763
생전(生前)의 박건호님 모습.
마산에서 열린 모임에 참석하여 인사하는 모습입니다.
4 Comments
고진숙 2007.12.13 15:06  
대중 가요 작사가의 톱 클래스의 1인으로서 알려진 대로
많은 히트곡을 낳은 한 작사가였습니다.

그가 오랜 동안 투석을 해야 하는 투병을 해 왔었는데,
결국 갈 길을 갔습니다.
애석합니다.
자기의 이벤트가 있을 때는 나를 초청해 주곤 했었는데.

그는 대중 가요로 성공한 예술인이지만, 한국 시단에 등단한 시인이기도 했습니다.
어릴 적의 꿈을 중년을 넘기고 초로의 인생이 되기까지
대중 가요로서 공인의 자리를 확고히 지켜 온 분인데도 
그는 겸손했습니다.
 
5,6년 전에 어느 문예지의 추천을 거쳐
시인으로 한국 문단에 등단을 하고야 만 것입니다. 

어릴 적의 꿈을 기어히 이루고자 하는
그의 예술혼은 그토록 강렬했던 것입니다.

박건호는 갔어도
그의 노래는 오래도록 남아
뭇 사람들의 생활에 활력을 넣어 주고
많은 이들의 정서를 함양하여 국민의 가슴 속에 오래 살아서
희노애락을 순화시켜 줄 것이 틀림 없습니다.

다시 한번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나그네 2007.12.13 20:06  
참으로 아까운 분입니다..
제가 알기로는 작사는 3천곡이 넘고 시집은 11권이나 내신걸로
기억합니다..제가 이분의 시집을 한권 가지고 있는데
그중에 모자이크라는 시가 있습니다.
"유리상자 안의 신화" 라는 아홉번째 시집중에 있는 시를 옮겨봅니다..


모자이크 / 박건호

 - 심장병동에서 

 
얼마 전에 가슴 뼈를 톱으로 자르고 
심장으로 통하는 두 개의 관상동맥을 교체했다
옛날 같으면 벌써 죽어야 했을 목숨
그저 황송할 따름이다
어릴 때는 생각이나 했던가
팔이 부러지면 다시 붙듯
목숨은 다 그런 것인 줄 알았다
사금파리를 딛어 발이 찢어졌을 때는
망초를 바르고
까닭없이 슬퍼지는 날이면 하늘을 보았다 
그러나 나는 커가면서 계속 망가져 갔다 
오른 쪽 수족이 마비되고 
언어장애가 일어나고
아무 잘못도 없이 시신경이 막히면서 
몸도 마음도 만신창이가 되었다
설상가상
어릴 때부터 아파오던 만성신부전이 악화되어
콩팥도 남의 것으로 바꿔 달았다
누구는 나를 인간승리라고도 하지만
이건 운명에 대한 대반란이다
신이 만든 것은 이미 폐기처분되고
인간이 고쳐 만든 모자이크 인생이다
그렇다고 나를 두고
중세기 성당 벽화를 생각하지는 마라
모자이크가 얼마나 눈물겨운 것인지
너희들은 모른다
신촌 세브란스병원 심장병동에서
톱으로 자른 가슴 뼈를 철사줄로 동여 매고
죽기보다 어렵게 사는 법을 배우는 것을
구소련 여군 장교같은 담당 간호사도 모른다
밤새 건너편 병실에서는
첨단의학의 힘으로 살아나던 환자가 
인간의 부주의로 죽어 나갔다 
나는 급한 마음에 걸어온 길을 돌아다 본다
그러나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



-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열린세상 2007.12.14 13:22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모자이크"를 읽고서는...
鄭宇東 2007.12.14 18:42  
2006년 정월 모처럼의 마산모임에서 인사는 못 드렸어도
이후 가곡음악회등에서 먼 발치로 여러차례 뵈온 적이 있습니다.
시인의 아호 土偶 (흙으로 만든 장난감따위) 그대로
자기처럼 매끄럽지 못하고, 금은 세공처럼 세련되지 못해도
가식이 없고 인정이 있고 시골의 수더분한 삼촌같은 모습입니다.

매년 매해 시월의 마지막 밤이면
우리국민 누구나나 뒤질세라 다투어 흥얼거리며 노래 부르는 
이범희 작곡, 이용이 부르던 국민가요 잊혀진 계절은
이 시인 토우 박건호 작사가가 쓴 시입니다.

시문학도를 꿈꾸고 젊은 시절부터 11권의 시집을 내었으나
대중가요 3000여곡의 우리나라 최다 작사가로 알려지고 성공하고서도
시인은 종종 순수가곡음악회의 뒷자리에 모습을 보이며 그의 작품이
예술가곡으로 노래 불려지기를 염원하였다고 들었습니다.

최근 명성교회 글로리아 홀에서 열린 평화음악회에서
그의 시 제니의 연가가 임긍수 선생님의 작곡으로 임청화 교수님에 의해
발표되어 호평을 받았는데 마침 시인은 이런 사실도 모른 혼수상태에서
돌아 가셨다니 애석하고 또 애석합니다.

유명을 달리한 토우 박건호 시인의 명복을 삼가 비오며
막 시작된 그런 작업이 이어져 부디 그의 염원이 이루어 지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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