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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유님의 < 어떤 망년회 >를 퍼 옵니다

정우동 5 776
보 낸  이 : 이정유 <ljy3528@korea.com" rel="nofollow">ljy3528@korea.com>
받 는  이 : 정우동 <jeongwoodong@hotmail.com" rel="nofollow">jeongwoodong@hotmail.com>
보낸 날짜 : 2006년 12월 23일 토요일 오전 2: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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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이정유 선생이 그 친지들과 서울사범동창들을 위하여 운영하고 있는 개인 블로그
(http://blog.daum.net/ljy3528 '고집불통')에 실린 글을 양해를 얻어 퍼 왔습니다.
이 선생님의 블로그에 후배 분들이 많이 방문하여 선배님들의 경험과 지혜를 배우고
선배들은 후배들의 새로운 발상과 패기를 배우도록 블로그 상호방문을 자주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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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목 :  어 떤  망 년 회



  해마다 세모가 되면 모두 바쁘다. 정리하고 넘어가야 할 게 많아서이기도 하지만 몇 군데 망년회에는 얼굴을 내밀어야 하기 때문이다.

  올해에도 몇 군데는 이미 거쳤지만 엊그제의 가곡동호인 망년 모임만큼은 세상이 두 쪽 나더라도 참석하기로 전부터 별렀었다.

  젊었을 때의 망년회 기억으로는 술을 떡이 되도록 먹고 열나게 떠들다가 끝에 가서는 서로 어떻게 헤어졌는지 모르게 끝내는 일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이 모임만큼은 절대로 그렇지 않다는 것이 특징이다. 음식을 먹으면서 조용히 남의 노래와 연주를 감상하면서 담소를 나눠야 하기 때문에 왁자지껄한 분위기는 용납되지 않는다.

  시간이 남아서 조금 일찍 도착했는데 벌써 평소 알고 지내던 2, 30명의 얼굴이 반갑게 맞아준다.

이 모임의 좌장으로서 늘 분주하게 회원들을 보살피는 '영원한 오빠' 정우동 선생(나보다 4살 아래)과 회원들에게 자칭 형님과 큰오빠라며 큰소리 치는 이용수 교수의 얼굴에는 오늘 행사는 대만원이라는 자신감에 희색이 가득하다.

  생기는 것 땡전 한 푼 없지만 항상 모임의 주역으로서 애쓰는 이 두 분이 보고 싶어서 온 분이 대부분일 것이라는 느낌마저 든다.

  경향 각지에서 70 여명의 회원이 모였다. 가곡이 그냥 좋아서 모이는 분들이다. 이번 뿐이 아니다. 행사가 있을 때마다 제주도를 제외하고 천리길을 마다하고 달려오는 회원이 부지기수이고 수도권 전철이 닿는 곳까지 합치면 모인 사람의 3분의 1은 서울 시민이 아닌 것 같다.

  내빈 축사가 끝난 다음, 초청 성악가로 테너 이요한 교수가 멀리 거제에서 노래 두 곡 선사하고자 달려와 먼저 시원하게 '박연폭포'를 흘려내렸다. 이어 바리톤 백경현씨도 국민가곡 '떠나가는 배' 등 두 곡을 열창했다. 이로써 나는 참가비 이만원을 다 건진 셈이다.


  이번에는 잔뜩 벼르고 찾아온 회원들의 솜씨 자랑 순서이다.

모두 열 분이 신청했는데 전주 MBC 가곡제에서 대상을 받았다는 분은 군산에서 반주자까지 대동하고 오셨다.

또 우리 모임에서 가끔 트럼팻 솜씨를 자랑하는 현직 의사 선생님은 '첫눈 내리는 밤'(신귀복 곡) 연주로 분위기를 달구어 놓았다.

특히 이 분이 트럼펫을 다시 들게 된 사연은 혼기를 앞둔 부모의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사연은 딸의 혼사를 앞두고 선물문제로 고심하던 중 마침 학창시절 트럼팻을 연주했던 기억이 떠올라 다시 연습, 새 해 벽두에 직접 축가를 연주할 계획이라는 것이다. 

  다음은 노익장을 과시하는 회원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먼저 최고의 원로 회원 홍양표 교수를 빼놓을 수 없다. 멀리 대구에서 가끔 노래를 부르기 위해 상경하신다.

18번은 '황태자의 첫 사랑'에 나오는 'Drinking Song'인데 마리오란자 보다 더 잘 부른다는 게 주위 사람들의 평이다. 그런데 오늘은 이수인 곡의 '사랑의 노래'를 이중창으로 하신다고 한다.

작년에는 마산에서 열린 아마추어 가곡제에서 김경선 님(현지 여의사)과  현제명 곡 오페라 '춘향전'의 '사랑가'를 불렀다는 소식을 듣고 '노익장의 표본' 이라고 축하를 드린 적이 있다. 

 오늘은 평창에서 팬션사업을 하는 메리 여사와 다정하게 손을 잡고 등장했다. 이중창을 하는데 두 분이 마치 연습이라도 한 것처럼 호흡이 척척 들어맞는 데다가 마치 오페라 주역의 남녀처럼 사랑 연기가 너무 리얼하여 가히 환상적이다.

 나이로 따지자면 부녀지간 정도지만 펼쳐지는 기막힌 앙상블에 관중 모두 입을 다물지 못하고 '얼쑤' 하는 추임새가 절로 이어지고 더 리얼하게 하시라고 성화가 빗발쳤다. 오늘 모임에서 단연 압권이다.

 이 말을 메리 여사에게 전하고 싶다.

"메리 여사!  매달 행사 때마다 자비로 떡이랑, 과일이랑 온갖 정성 다해 회원들에게 먹거리 봉사를 하시더니 이제 열광의 박수로서 보답 받았소이다."

  우리 회원 중에는 홍 교수 외에도 노익장을 자랑하는 분이 몇 분 더 계시다. 이 모임에 참여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듀엣으로 명콤비를 이루는 60대 후반의 여인 두 분이다.

컴퓨터 실력으로 말하면 포토샵을 할 정도로 높은 수준이고 오늘은 행사를 담기 위해 캠코더까지 들고 나오신 신여성이다.

오늘도 이중창으로 눈길을 끌었는데 한복을 곱게 차려 입고 정성스럽게 노래부르는 모습이 무척  아름다워 보인다.

  다음에는  '노래가 좋으면 이렇게 좋을 수 가 있나?' 할 정도로 가곡에 심취한 정병학 선생의 이야기이다. 이 분도 홍양표 교수와 같이 70을 갓 넘어선 분이다.

고령에도 불구하고 몇 달 전 모임에서 '불타는 강대나무'를 테너의 미성으로 열창, 갈채를 받았다. 노래가 좋아 일주일에 세 곳 가곡교실에 빠짐없이 나가신다고 하니 부지런함과 그 미성이 부럽다. 

  작곡가로서 '내 마음의 노래'에 애정이 많은 분을 꼽는다면 단연 초기에 가곡부르기운동 본부를 이끌었던 작곡가 오숙자 교수님이다.

우리 음악계 최초의 여성 오페라 작곡자면서 우리 가곡에 각별한 열정을 보이셨고 사회자 이용수 교수의 소개처럼 나이를 알 수 없을 만큼 항상 아름다움을 견지하는 분이다.

  또 불멸의 가곡 '얼굴'의 작곡가 신귀복 선생은 내 친구 차주용과 각별한 사이여서 나와도 자연스럽게 가까운 사이가 되었다.

회원들 간청에 자작곡 '얼굴'을 열창하시더니 박목월 시의 자작곡 '물새알 산새알'을 회원들과 함께 선창, 후창, 복창을 거듭하며 분위기에 맞춰 덩실덩실 춤까지 추신다. 무척 기분이 좋으셨던 것 같다.

  '내 마음의 노래' 사이트는 발전을 거듭하여 이제 4만 여명이 가입한 메머드급 사이트가 되었다. 재작년에는 '내 마음의 노래 합창단'까지 생겼다. 화음 맞추기가 가장 까다롭다는 혼성 4부 합창단이다.

 30 여명의 단원이 연습한 솜씨를 자랑하려고 자리를 같이 했다. 차례가 되니까 고기를 먹던 자리에서 그대로 일어나 합창을 하는데 음식점 분위기에 비해 화음이 단연 예술이다.

음식점 분위기가 마치 황태자의 첫 사랑의 무대 하이델베르그의 산만하고 어둑 침침한 맥주집처럼 느껴지는 데다가 합창단의 화음이 즉흥적으로 부르는 대학생들의 우렁찬 합창처럼 착각에 빠지게 한다. 


  글이 짧아 모든 걸 소상히 나타내지는 못했지만 이와 같이 화기애애한 분위기에 감동을 받으셨는지 내빈으로 참석하신 홍일중 시인께서 즉흥시를 쓰셨다.

홍 시인께서는 이미 널리 알려진 최영섭 선생의 거작 '금강산의 사계 연가곡' 네 편에 노랫말을 붙이신 분이다. 오죽 분위기가 좋았으면 즉흥시까지 쓰셨을까. 오숙자 교수께서 곡을 붙이신다고 하니 기대가 된다.   

    끝으로 행사 준비 때문에 파김치가 되었을 정우동, 이용수 님께 박수를 보내며 아래에 홍일중 시인의 즉흥시를 담는다.

 

  아! 내 마음의 노래여

 

                              홍일중

 

이 서울 외진 한 구석에
사랑의 마음 하나 외로이 안고
너도 나도 하나 둘 모였구려

 

너도 나도
우리속에 궂은물 내 밀리듯 밀리다가
오늘 작은 웃음 하나 안고
여기 모였구려

 

너도 가슴의 노래
그래 나도 또한 마음의 노래

작은 노래 하나 안고 여기
이 구석에 모였구려

 

여기 외로운 벗들이여
마음의 노래 부르러
그리운 저 하늘 끝에 떠나던 추운 철새처럼
그래도 외로운 벗들이여 너도 그리고 나도
서로 부추기며 손 잡아주며

 

아 내 마음의 노래여
내 마음의 소리여

                                                             

                                            2006년 12월  19일

 
 




 
 
5 Comments
해야로비 2006.12.23 13:51  
  순서 하나하나 기억하시어 이렇게 글로써 표현 해 주시님...그날의 그 분위기가 다시금 살아납니다.
못 오신 분들...많이 샘 나시겠어요.  감사합니다.
이정유선생님....내년에도 건강한 모습 매달 뵙기를 원합니다.
서봉철 2006.12.25 12:08  
  마치 저가 현장에라도 있는 것 처럼 생생하게 써 주셨군요.
참석 했었더라면 얼마나 큰 감동을 받았을까....
지방이라서 문화 행사에는 참가하지 못하지만 이런 기회를 통해서 동참하게 되니 다행입니다.
내마노 회원이 된지 2년반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너무 많은 것을 얻어 간직합니다. 회원님들 새해에는 늘 건강하소서.
산처녀 2007.01.21 11:40  
  정말 샘나는 글입니다. 지역 탓하면서 일년에 한번이나 참석할까 하는 저는
매번 후기에 더 관심이 가는군요. 잘 ㄹ읽었습니다. 그대로 감동입니다
정우동 선생님 건강하십시요.
김메리 2007.06.26 22:29  
  6월 가곡교실에 가서야 결국 작년 망년회후기를 읽게되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어쩌다 이렇게 잼나는 후기를 빼놓고 못읽었는지 이상하기 짝이없습니다ㅎㅎ
자세하게 써주셔서 기억이 더욱 새록새록하는군요
특히~~홍양표교수님 에고고 뵙고싶어요
근데 진짜루 사랑연기 리얼했나요?ㅋㅋ
홍양표 2007.12.19 09:52  
메리야, 내 딸아,
아버지와 딸의 연가, 사랑의 노래
이제야 찾아 보니 메리만 했을 젊은 시절이 그리워 지고
매번 메리와 함께 부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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