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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야, 넌 지금 어디에

바다 4 1128
아가야, 넌 지금 어디에

바다/박원자

아가야!
지난 해 3월
넌 머리에 수건을 쓴
알프스소녀 하이디처럼
내게 왔었지

동녘하늘의 샛별처럼
초롱거리던 네 눈
마치 자석처럼
날 따라 다녔지

어느 날부터
샛별 같던 네 눈은
자꾸만 흐려지고
내려앉기 시작하더구나
 
해바라기처럼
나만 보던 네가
고개를 숙이고
구토를 하면서
네 세상은 자꾸만
작아지고 있었지

 어느 날
갑자기 봤던 수학 시험
혼자서 백점을 맞아
날 기쁘게 했던 아가야

 소풍날 넌
김밥 도시락을
내게 주며
맛있게 잡수세요

 그 날 봄바람이
꽤 쌀쌀했는데
그 지친 몸
힘들지 않았더냐

 꼭두각시 춤
지친 몸 이끌고
식은 땀 닦으며
하늘거리던 아가야

 학급 대표선수 뽑는다고
달리기하다 넘어져
다시 일어나
안간힘을 다 쓰다
결국은 포기하던 아가야

 그 푸르른 5월에
병원에 갇히더니
1년 후에 중환자실로
날 부르더라

 백설 공주처럼
다시 살아날지도 모르니
하얀 드레스에
유리관에 꽃을 많이 넣어
뚜껑을 닫지 말라던 아가야.

 천사가 널 데리러 오면
하루만 더 있다 가게
애원하겠다더니
넌 그 힘도 없었느냐

네 앞에 차려진
맛있는 진수성찬
거들떠보지도 않고

끈 달린 반나의
옥빛드레스 입고
멋진 화관 쓰고
 미스코리아처럼
날 보고 웃더라

 네모난 액자 속에 갇혀
또 하나의 검은 휘장이
둘러진 줄도 모르고...

 이제 한줌의 재가 되어
산으로 갔느냐
바다로 갔느냐

 아가야!
넌 지금 어디에 있느냐         

**** ******* ***********
이 아이는 2002년도에 제가 맡았던 아이로
2003년 6월 2일 하늘나라로 갔고
그 해 7월에 쓴 글로  단암님의 글을 보고 생각나 올렸습니다.
 아직 피어나지 못한 채 하늘나라로 간 어린 영혼들이
천국에서 영원한 안식을 누리길 빕니다.

4 Comments
바 위 2006.06.06 03:20  
  바다는 그룻없다 넓으면 되는거지

사랑도 제자 어림 눈물로 일게하니

그도야 시인의 천심 아름답다  충언요
단암 2006.06.07 09:26  
  이 땅에서의 이름이 '미지'라고 기억하는데 하늘나라에서 잘 있지? 이 슬픔의 땅에 다시는 오지말고 그곳에서 머물러라.  너를 사랑하시는 선생님께 예쁜 미소를 보내렴.   
바다 2006.06.07 14:07  
  권운 선생님!
늘 따뜻한 관심 감사드립니다.
매번 같이 읽어도 권 선생님의 글 속에는 깊은 진리가 들어 있습니다.
많이 배우게 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바다 2006.06.07 14:08  
  단암님!
맞습니다 . 그 이름이..
미지로 인해 단암님과 글을 나누게 되었고 단암님은
어느 누구못지 않은 시인이시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글 많이 나누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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