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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체 관측을 떠나다.

이동균 10 1129
어느 해,

벼루고 벼루던 천체관측을 떠나다

체력적 한계와 일요일 성당의 일 등 때문에,

못 가던 관측, 무조건 약속부터 하고 봤다.

대구 아마추어 천문 동호회 ‘첨성대’에 붙여,

별에 미친 놈, 몇 놈 데려 갈 계획을 했다.

지원자가 너무 많아 승합차 숫자에 맞추어,

너무 많은 숫자, 좀 추려서 한 차 맞추었다.

순진하기는 . .  . !

다음 날 아침이 되니 6명으로 준다.

참가자가 줄면, 자동차 랜트 비용이 더 부담된다니까, 두 놈이 또 떨어진다.

오히려 잘 되었다.

내 차 하나로 비용 부담 없이 갈 수 있다니까, 모두들 만세를 부른다.

이 얼마나 인간적이며, 교사로서의 사명감이 투철한 열성적인 선생이냐?

속으로 뿌듯하다.

당일 아침에 두 놈, 엄마가 과외 빠진다고 못  가게 한단다.

젠~장, 그러면 두 놈이라도 좋다!

나의 교사로서 사명감은 끝없이 불타고 있다.

나도 이렇게 열성적인 교사는 아닌데, 이상하다는 생각이 든다.

두 놈이라도 좋다, 출발하자니까, 두 놈도 또 머뭇거린다.

아~ 하,  너희 놈들도 ....  알았다. 천문반원으로 자격이 없는 놈들,

하지만 빠지는데, 부담 느끼지는 않아도 좋다.

치미는 화를 참으면서, 하지만 자제력을 잃지 않고, 부드럽게 이야기했다.

이 얼마나 인간적이며 훌륭한 교사냐?

스스로 생각해 봐도, 내가 수양이 많이 된 참 훌륭한 교사다.

가당치도 않은 우리 막내(소위 문제아, 파동초등학교에서 돌출행동 일등,

전체 선생님들 우리 아이 모르는 선생 없음.) 데리고 갔다.

여행을 상당히 즐기는 놈이다.

여행하면서 가장 관심을 가지는 분야는 "무슨 휴게소에서 무엇을 사먹을까"에 대한 계획과

어디서 봤는지 카 레이스 중계를 즐긴다.

“아, 앞서 가는 현대아반테 선수 액셀레이터 힘껏 밝고, 추월을 시도합니다만

노련한 아토즈 선수 차선을 교묘히 이용하면서 추월을 방해하는 사이

아~하, 크라이슬러 선수가 사이를 비집고, 선두를 꿰 차는 군요.

아~하 아토즈 이동균 선수 안타까운 표정의 어쩔 수가 없군요!”

"네 맞아요. 그렇게 차를 바꾸라고 제가 조언을 했는데,

그 선수는 고집 때문에 항상 1등을 놓치는 군요. 아~ 아깝습니다.”

하다가 지치면 잠이 든다. 

자다가도 휴게소 지나면 꼭 깨우라고 부탁하는 놈이다.

오기 전 방금 저녁을 배부르게 먹었어도,

휴게실에서 군것질 하는 문제와는 별개의 문제다.

저거 애비는 그 나이에 국채보상운동에 첨병 역할을 했는데,

그 핏줄은 어디로 갔는지 한심스럽다. 나라의 장래가 걱정이다.

좌 우 튼 애비로서도 한 치의 빈틈을 보여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고

내 수준에 안 맞은 자상한 이야기도 하면서

집에 가서 엄마에게 정말로 아빠와 교육적인 시간을 보냈다는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유도를 하면서 도착했다.

월령 좋고, 시야 좋고, 날씨 좋고,

대구의 광해가 조금은 지장이 되었지만 기가 막힌다.

음력 22일 하현 쪽이니, 초저녁에 화성을 관측하고, 밤이 깊어지면,

토성을 관측할 수 있겠다.

월령 좋으니, 오리온자리의 베텔쥬스와 리겔의 색깔을

확실히 눈으로 구별하면서 온도를 감지하고 싶다.

맨 눈으로 안드로메다대은하도 관측을 하고,

망원경으로 우주의 대 장관을 느끼고 싶다.

(대 장관이라니까, 망원경으로 보면 거대한 은하가 이~따만하게 보이는가 생각하면 오산이다. 사실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은하사진은 보통 노출을 30분 이상씩 주고 찍은 사진에 놀라는데, 망원경으로 보면 그냥 희미한 안개 내지는 담배연기처럼 보일 뿐이다. 예를 들면 몇 년 전 돌아가신 어머님께서 망원경으로 보면 우주 저 멀리 보일 듯 말 듯 희미한 영상으로 보이는데, 망원경에 카메라를 장착해서 지구 자전 속도와  반대로 그 영상을 추적하면서 30분정도 빛을 모아서 현상을 했더니, 그렇게 보고 싶던 어머니의 모습이 나를 사랑스러운 모습으로 바라보는 모습이 나왔는데 그 영상이 빛의 속도로 200만년 여행해서 온 영상이라는 것을 알고 여러분들의 가슴이 떨리지 않는다면 인간이 아니지.)

이 놈 봐라. 도착하자 말자 언제 집에 가느냐고 졸라 재낀다.

'아휴, 이걸 콱!'

폐교인데다 온갖 집기들이 널 부러져 있으며, 바람이 설렁 설렁 불 때마다

흔들리는 나뭇가지가 어른이 나도 오싹해 지기도 한다.

게다가 복도에는 한 때에는 귀했을 실습용인지 팔 떨어진 마네킹도 있다.

"여고괴담"은 외울 정도로 봤던 놈인지라, 겁도 나지.

겁은 더럽게 많은 놈이다.

지구과학 교사로서 아마추어 관측 팀들을 보면 부끄럽기 짝이 없다.

인사하고 저녁을 먹는 자리에서 꼽사리 맨 으로 체면유지를 위해,

양주 한 병을 내어놓고 식사를 했다.

귀찮아서 장비는 가지고 가지 않았기에, 남의 장비에 의존해서 관측을 하고,

갈 때마다 하는 결심이지만 좀 자주 다녀야겠다고 공염불 같은 다짐을 해 본다.

아들이 춥다고 난리다. 아휴, 이걸 콱!

서둘러 관측을 정리하고,

첨성대 고마운 사람들을 뒤로하고 귀로에 나섰다.

내가 나중에 세상을 지배 하게 되면,

지구상에 있는 발전소를 모두 폭파해 버리고,

전 세계인들 모두 일주일에 한번은 반드시 하늘을 보게 만들 것이다.

그렇게 따뜻해진 가슴을 온도계 측정하여 78℃가 안 되면,

될 때까지 밤하늘의 우주를 보게 할 것이다.

문명의 발달은 전기로부터 출발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간들이 만든 문명의 이기물들,

자기들이 만든 것에 취해서, 우주 속의 자기 주제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인간이란 미물들, 지들이 우주를 알아?

우주속의 자신의 존재가 얼마나 하잘것없는지를 알기는 알아? 

웃기는 인간들, 지들이 만든 하잘 것 없는 인공위성 하나에

우주를 지배하는 줄 착각하는 인간들, 정말 웃기고 있다.

우주를 보고, 겸손해지지 않은 자 없으며,

겸손한 인간들이 사는 세상에,

자국의 이익을 위해 전쟁을 일으키는 나라 없을 것이다.

강대국의 구두 발에 형제들을 잃어버린 한을

테러로 보복하려는 나라는 없을 것이다.

나는 자비롭고 사랑이 넘치는 지구를 다스리는 대통령이 되어야지,

하고 결심하면서 오솔초등폐교를 뒤로하고 집에 오니 새벽 2시다.

아! 정말 오늘은 훌륭한 교사였고 자상한 아버지였다.

일기 써야지.
10 Comments
정용철 2009.04.06 15:17  
결국 한 명도 안 따라간 탁월한 학생들의 선택!!

중2 여름 방학,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 건물이 있는 봉정사(鳳停寺)와
그 뒷 산에 더 오래 된 폐사에 가까운 계목사라는 절이 있는
안동 사람들은 다 아는 유명한 학가산을
이샘 비슷하게 물상 선생님과 함께 거창한 지구탐사를 했었다.

석영 운모 장석이 화강암의 삼대 물성이란 선생님 말씀은 기억이 흐린데,
8부 능선 휴식중 제피나무 밑에 혼자 숨어서 미싯가루 잡숬던 모습이 더 생생합니다.

 먹을 것 없던 시절 점심 거른 학생들의 눈길이....

4차원 세계를 거슬러 올라 가면
생전의 어머님 모습이 현재 우리 눈에 보이는 은하수 보다 먼저 보인다는 말씀이
부질 없이 바둥거리는 우리 미물들의 삶을
다시 돌아 보게 합니다.
(숙연...)
이동균 2009.04.07 11:57  
결국 한 명도 안 따라간 탁월한 학생들의 선택!! (정용철님 어찌 그리 참혹한 말씀을  . . !)
이샘 비슷하게 물상 선생님과 함께 거창한 지구탐사(지질탐사가 맞겠죠)를 했었다.
석영 운모 장석이 화강암의 삼대 물성(참 옛날에 쓰던 용어네요, 정용철님의 기억력이 연세를 넘어 하늘을 찌르네요,요즈음은 7대 조암광물이란 용어로 석영,장석,운,감람석,휘석,각섬석,흑운모로 공부하고 있습니다.)이란 선생님 말씀은 기억이 흐린데,
8부 능선 휴식중 제피나무(제 기억으로는 오리나무로 기억을 합니다.) 밑에 혼자 숨어서 미싯가루 잡숬던 모습이(어찌 학생들을 야외실습까지 시키시는 열성적인 선생님께서 혼자 운운하시는 것은 도무지 .  ..) 더 생생합니다. (기억하셔야할 것은 기억이 흐리고.  잊어도 좋을 잘못된 기억은 그리도 생생하십니까?)  정용철님 그냥 해본 소리니 마음상하지 마시옵소서!
열무꽃 2009.04.06 16:23  
나도 싫어하는 것 절대 억지로
하지 않기에는 아들쪽 찬성표.
이동균 2009.04.07 12:00  
마음을 비우면 행복해진다는 것을 한 껏 체험하고 있습니다.
鄭宇東 2009.04.07 16:57  
머리위의 고원한 우주와 천체의 법칙을 찾으며 사색하던 탈레스는 발밑을 못보아 
웅덩이에 빠져 시정배들에게 비아냥과 조소를 당했습니다.
그 다음해에 탈레스는 천문과 기상을 관찰한 그 실력으로 올리브농사를 풍작으로
잘 지어 돈을 많이 벌어 부자가 되어서는 조소자들을 다시 조소하였습니다.
 
책에 흔히 낭만적으로 그려져 있듯
연인과 둘이 마주 앉아 밤하늘의 북두칠성을 보며 알파부터 에타별까지 차례로
두브헤 메라크 페크다 메그레즈 알리오트 미자르 아르카이드 하고 별이름을 외던
시절도 다 지나고 보니 프랑스의 미식가이며 요리사인 브리야 사바랭이 
"새로운 음식의 발견은 새로운 천체의 발견보다 우리 인류에게 더 값진 일이다"
고 한 뜻을 차츰 이해할 것 같습니다.
이동균 2009.04.08 08:21  
정선생님의 해박한 지식은 제가 어떤 말을 해도 정선생님의 손바닥안을 벗어날 수가 없네요.
두브헤, 메라크,페크다, 메그레즈, 알리오트, 미자르, 아르카이드, 브리야 사바랭  . . .
어~휴,
정용철 2009.04.09 11:46  
저도 이선생님과 동감입니다.

이선생님은 정선생님 글의 마지막 구절을 새겨 들으십시요.
지구학 하신다고 하늘만 쳐다보지 마시고
인류에게 값진 일을 찾아 보심이?

예를 들면 저에게 막걸리 대접을 한다 든지...
이동균 2009.04.09 15:22  
네! (중얼 중얼 중얼 . . . . )
다솜미 2009.04.08 11:55  
동균샘 자석이 부모맘 알리가 있남유...
그래서 옛날 어른들이"니도 자석 낳아바라~~" 했지예.
전에 여고때 교감샘이 음악 전공이었는디
엄청 절 어여삐(?) 여기사 묵을때도 온나~~~ 숙직때도 신작 가곡 좀 갈차주라~~ㅎㅎ
그란디 묵는것만 묵고 도망빼이 쳤심더.
아마 샘 제자도 갈까 했다가 막상 갈란께 거시기 해서 샘 맘 내삐고 도망 쳤는가베예...
내는 가~들 맘 알것같은디~~~ㅋㅋ
샘도 아마 알끼구마....
그래도 오뎁니껴 막내가 따라 나선기....그기 중요한기라예~~~
이동균 2009.04.08 13:01  
갸가 별에 대해서 털끝 만큼이라도 관심이 있어서 따라 나섰더라면
다솜님 말씀이 백 번 옳지요. 그나마 그런 열정도 식는 듯하여 노을이 아름다와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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