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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엽은 모아서 뭐하시게요?

권혁민 2 1197
늦가을
창경궁안에는 낙엽만치 구경꾼도 참 많다.
낙엽을
노신사 두 분이 지나며 밟으니
낙엽이 비명을 즐겁게 지른다.
바스락 바스락.
그래도 이런 비명이라도 지르니 좀 덜 미안하시다고.
찬 가을비라도 내리는 날이면
비명도 한마디 제대로 못 지르고 밟히고 마는 낙엽이
얼마나 불쌍하고 애처러운지.

그래, 그게 시를 쓰는 시인의 마음이지.
맞아,
그런 마음이 우거진 산 숲길을 혼자 거닐던 산사람의 심성이지.
그 노인들 옆에서 함께 걷는 불혹을 갓 넘긴 아들같은 이는
그들의 대화를 조용히 듣고 있다.

길가 보도위에서 주운 손바닥보다 더 큰 플라타너스 잎 하나가
그의 손에 어린아이의 풍선처럼 들려있다.
그 줄기를 자주 만지니 그의 손에는 금새 배어드는 나뭇잎 특유의 냄세.
그 냄세가 그리 싫지는 않은지
연신 그의 손을 코에대고 킁킁 거리며 냄세를 들어 마시고 있다.

선운사 어귀에서 한번 본 적 있었던 백송을 보았고
식물원에 들러 박쥐난도 보고
모과 분재도
콩잎파리 같이 작은 난도 감상하고
불붙은 홍단풍나무 밑에서 얼굴도 더 붉게 익을 수가 있었다.
 
선생님이 너무 피곤해 하시는 것 같아
창경궁은 세밀하게 다 감상하지 못하고 나왔지만 서울대병원 레스토랑에서
인상이 그 마음만치 넉넉하신 세분과 함께
 점심을 나누고 돌아오는 나는
비로서 이달이 11월임을 알았고 가을의 끝자락임에 서있음을 깨달았다.

공원벤치에 앉아 음료수를 마시며
열심히 낙엽을 모아 자루에 담는 일을 하시는 분들께
궁금증 많은 불혹인이 또 이렇게 물어 본다.

"아저씨,그 낙엽들은 모아서 어디다 쓸려고요?"
"예에,이렇게 끌어 모아서 행락객들이 다니는 그 길에다 갔다 뿌리지요."
그랬었구나
그제서야 우리들은 우리가 걸어 왔던 길을 다시 한번 고개를 돌려 되돌아 보았다.
왠지 비명소리가 더 크게 들린 이유가 여기에 있었구나.
그분들의 수고가 숨어 있었구나.

선생님,하루 빨리 완쾌하시어
예전처럼 건강하신 두 발로 성큼성큼 우리의 산을 오르시길 .......
그리고 우리에게 정겨운 산이야길 더 많이 들려주시옵소서.
2 Comments
권혁민 2007.11.08 18:20  
'산나그네'의 저자 이 종균님께서 몸에난 별로 반갑지 않은 손님을 제거하는 수술을 서울대병원에서 받으시고 통원치료를 하시던중 인연이 있는 분들끼리 함께 점심이나 했으면 바라셔서 정 우동님,단암님그리고 저 이렇게 넷이서 함께 낙지복음에 황태조림에 우거지국으로 내마노 이야기를 나누며 책이야기를 산이야기를 화제삼아 맛있게 드시고 바로 옆에 있는 창경궁을 찾아서 산책겸 운동겸 한바퀴 휭하니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바로 어제일입니다.
K1이라는 격투기를 즐겨보시는 분, 산이야기만 나오면 얼굴색이 변하고 억양이 반음쯤 더 올라간다."선생님,가을이 되면 제일 한번 가고 싶은 산.가장 기억되는 산은 어느산인가요?"
"허허허,그런 산은 없지요,산은 봄 여름 가을 겨울 4계절 모두 다 아름답지 가을이라 더 특별히아름다운 산은 없지요?"그런말도 내 책에 다 나와 있는데.......
선생님께서 선물로 주신 책을 죄다 읽지 못한 무지를 또 다시 드러내고 말았지요.
바리톤 2007.11.16 17:10  
상상만 해도 정말 정겨운 만남이었을 듯 싶습니다.

비록 나이는 많이 젊지만 저 또한 선생님들과 함께 정겨운 자리를 함께하고 싶어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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