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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예찬(신간서적 어머니의 사진 중에서)

정영숙 0 777
가을예찬



                                                                                                정영숙



가을은 창문을 열어야 보인다. 무작정 떠나야 만난다. 걸어가는 것보다 완행버스를 타고 떠나면서 가을의 숨소리를 들어야 안다. 차창을 열고 들녘을 보라! 비록 내가 심어놓은 추수할 곡식은 아니더라도 황금 알이 조랑조랑 달려있는 벼와. 부러질 듯한 나무에 매달려 있는 과일을 바라보면 배가 부를 것이다.
가을은 입으로 말하지 말고 마음으로 말을 해야 느낀다. 수필집. 시집. 참회록 같은 책을 읽으면서 담담히 인생을 관조해 보면 미래를 생각하고 지혜를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글을 써 보라! 잘 쓰려고 애쓰지 말고. 주저하지 말고 그저 맘 가는 대로. 말 하고 싶은 대로 문자로 옮겨 보면 그것이 글을 쓸 수 있는 출발점이 된다.

가을은 마지막 가면서 스스로 몸을 불태우고 가야 아름답다. 만약 붉게 타지 않고 잎마다 검은 반점이 찍혀 있다든지 힘없이 그대로 떨어진다면 산과 들은 악취 풍기는 거름 밭이 될 것이다. 그러므로 가을은 붉게 타야 제 몫을 다하는 것이다.
가을은 마음이 깨끗해야 보인다. 가을 하늘은 구름 한 점. 티 한 점 없이 맑고 깨끗하고 부드럽다. 나는 더 높고 푸른 가을 하늘을 바라보면 금단의 과일을 따 먹기 전 순결한 알몸으로 에덴동산을 뛰어다녔던 창조시대를 생각하게 되고. 나 같은 허물 많은 사람이 어찌 하늘바다 곁에 서겠는가 하는 부끄러움도 온다.

가을은 사랑을 하여야 존재한다. 창조주도 우리를 위하여 땅위의 모든 것을 거저 주었다. 우리도 가난한 자. 병든 자. 옥에 갇힌 자. 위로받아야 일어날 자에게 사랑하고 베풀어야 한다.
가을은 겨울을 알리는 신호등이다. 만약 가을이 빠지고 여름에서 겨울로 바로 간다면 우리 인생도 극과 극으로 갈 것이 아닌가 우려도 온다.

가을은 고독의 징검다리다. 나그네가 아니더라도 가을이 오면 가슴이 추워지고 눈물이 난다. 아무도 찾아올 리 없건만 왠지 문밖을 얼쩡거리게 된다. 전화벨 소리도 기다려진다. 가을 달에 눈을 맞추면 그리움의 시를 쓰게 한다.

가을은 예술품이다. 한 폭의 유화다. 유화 속에 진리가 그려져 있다. 산과 들에 허드러지게 피어있는 수수한 꽃들과 꾸밈없이 제 맘대로 피어있는 꽃들을 보면 안온한 평화가 온다. 가을 산을 보라! 봄내 여름내 인내하며 단 한 벌의 푸른 옷만 입더니. 마지막에도 단 한 벌의 빨간 옷만 입고 가는 무욕의 가을 산. 그 산속에 들어가 천천히 걸어가면 머리도 숙여지고 목에 힘도 빠지고 몸도 유연해 지며 인생의 마지막을 어떻게 정리를 해야 되는가 하는 깨달음도 온다. 그래서 가을을 어느 시인이 생각의 계절이라고 했든가? 아! 짧고 소중한 이 가을을 어떻게 어디에 담아 두어야 될지 마음의 파도가 친다.


                                      http://blog.naver.com/jhemi/9091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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