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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에게 추억이 되어

바리톤 8 805
몇달 전 저의 아내가 며칠 간 연수를 받기 위해 서울에 올라가 있을 때 꿈속에서 대학시절 제가 좋아했지만 말 한 번 제대로 붙여 볼 수 없었던 같은 과 여학생을 본 적이 있었습니다. 아내가 집에 없을 때 다른 여자분을 꿈에서 보았다는 것이 아내에게 미안하기도 했지만 그로인해 저는 오랫동안 잊고 살았던 한 사람을 기억할 수 있었습니다.

그 꿈을 꾼 후 저는 잠시동안 15년이 지난 그 여자분은 지금 어떻게 살고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저와 같이 40을 앞두고 있는 나이에 지금쯤은 적어도 초등학교 학생의 아머니가 되어있을 그 여자분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아마도 20대 초반의 귀엽고 앳딘 얼굴 보다는 한 아이의 어머니로서 세월과 함께 원숙함이 그 미소에 묻어 나오리라는 생각이들었습니다.

제가 천문대음악회에서 이용임 선생을 만날 수 있었던 것처럼 우연히 어떤 음악회에서 그 여자분을 보게 된다면 과연 서로가 서로를 알아 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들었습니다. 더욱이 그 여자분은 저에게 추억속의 여인이 되었지만 저는 그 여자분에게 추억속의 사람이 되었을 가능성이 거의 없을 것으로 보아 더욱 서로의 모습은 낯선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첫사랑은 만나지 않는 법이라 하였지요. 그 말은 젊은 시절 푸릇푸릇한 모습이 다 지나고 세월과 함께 아름다웠던 그 모습이 다 지나간 후 다시 그 사람을 만난다면 많은 실망을 하게되어 결국 추억속의 아름다운 보물 조차 무너지고 만다는 이유겠지요.

이런 생각도 들었습니다. 저에게 그 여인이 추억의 사람이 된 것처럼 어쩌면 저도 다른 사람에게 추억의 사람이 되어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말입니다. 물론 저에게 다가와서 저를 좋아한다는 고백을 한 여자분은 단 한 분도 없었지만 ^^ 어쩌면 정말 어쩌면 한 때 잠시나마 저를 마음속으로 좋아했었고 저를 추억의 사람으로 기억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리고 우연히 어떤 장소에서 저를 본다면 저는 과연 "첫사랑은 다시 만나지 않는 것이다."라고 하는 말처럼 추억속의 아름다운 보물을 무참히도 깨어뜨리는 사람이 되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우리가 연예인을 좋아하는 이유는 어쩌면 연예인은 추억속의 아름다운 모습을 늘 유지하는, 아니면 거의 근접하게 유지하고 있는 추억속의 첫사랑을 대신해 주는 그런 사람들이 연예인이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탈렌트 노주현씨의 경우 제가 초등학교 저학년때 이미 거의 서른이 가까운 나이였지만 미남 스타로서 많은 여심을 사로잡는 분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60이 거의 된 연세에도 불구하고 물론 젊었을 때의 푸릇푸릇함은 없을지 모르지만 연세에 맞도록 중후함과 멋진 미소를 간직하고 있는 분이기에 그로인해 젊은 시절 노주현씨를 좋아했던 분들의 기대를 깨지 않기 때문에 여전히 노주현씨가 인기를 얻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누군가의 추억이 되어 있을지 모를 우리가 연예인들 처럼 외모를 관리하기란 정말 어렵습니다. 젊은 외모를 간직하기 위해 꾸준히 피부를 관리받을 수 있는 시간도 경제적인 여건도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주어져 있지 않습니다. 뿐만 아니라 외모가 상품인 연예인의 경우 배가 나오지 않는 이상적인 몸을 유지하기 위해 열심히 운동을 하지만 대부분의 보통사람들에게 그렇게 운동을 할 수 있는 시간과 여건은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나이가 들 수록 살아온 인생이 얼굴에 쓰여져 있다는 말이 있는 것 처럼 젊은 시절을 대신할 수 있는 원숙하고 아름다운 미소와 아름다운 가정을 성실하고 평화롭게 꾸며가고 있는 그런 모습들로 "추억속의 사람"으로 어느정도 필요가 채워지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온화한 마음과 성실한 생활 그리고 아름다운 가정 속에서 좋은 부부 그리고 좋은 부모의 모습이 우연히 나를 추억속의 사람으로 기억하고 있을 지도 모를 사람을 만났을 때 그 사람에게 좋은 추억을 무너뜨리지 않을 수 있는 최선의 배려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험한 세상의 파도속에서 지친 모습이 아니라 그 가운데 따뜻한 미소를 간직할 수 있는 그러한 모습이 나를 추억의 사람으로 기억하고 있을지도 모를 그 혹은 그녀에게 아름다운 추억을 평생 간직할 수 있게 해주는 따뜻한 배려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사십이 되고 오십이되고 혹은 팔십이 되어 젊은 시절의 푸릇푸릇함은 모두 지나갔다고 해도 말입니다. 
8 Comments
송월당 2007.02.05 23:02  
  바리톤님 제가 본 인상은 아주 깨끗한 외모가 바리톤이라는
닉이 잘 어울린다는 느낌이었어요.
모르긴 해도 아마 학창 시절에 어느 여학생이 좋아했을 것 같은데요..
저희 서현 교회에 전도사님이 새로 오셨는데 님 처럼 성악을 하신 분이라는 말을 듣고 바리톤님을 떠 올렸어요.
아름다운 글 잘 읽고 가며 늘 즐거운 생활 되시기 바래요.
김경선 2007.02.06 07:57  
  솔직한 마음의 이야기들을 나눌 수 있는 내마노에서
님들을 만남은 축복입니다.
수패인 2007.02.06 09:17  
  연예인 말씀을 하셨는데 좋아했던 연예인이 세월이 흘러 자연스럽지 못한 모습을 보일때 실망을 느낀적이 있었죠. 세월을 거스르면서 까지 저일에 그토록 매달려야 하는 생각에 측은함도 느끼구요.
얼마전 TV에서도 보도 된 내용인데 근엄하거나 존경할만한 아버지상은 온데간데 없고 젊은이들의 취향에만 맞춘듯한 주책맞고 푼수 덩어리인
아버지상만 드라마에 보인다고...
얘기의 방향이 좀 어긋났는데 연예인 얘기가 나오다 보니.
권혁민 2007.02.06 11:16  
  음악인은 음악의 끈을 놓지 않는 한은 어디서,언제던 서로 만날 수 있지요.비록 객석에서 만나 눈인사를 대신하던 아니면 휴식시간에 나가 차를 한잔 마시던 예전 추억을 그리며 이야기 할 수 있다면 이도 음악이 주는 또다른 선물이고 축복 일겁니다.노래 한곡에 추억이 노래 한곡에 사연이 주렁주렁 맺혀있는 바리톤님은 진정 음악을 순수하게 즐기시고 가슴으로 진정 사랑하시는 분이십니다.
오경일 2007.02.06 15:06  
  감추고 싶은 비밀이 있는데 바리톤님은 이글 쓰시고 혼나지 않았을까
걱정 되네요.
저도 이글을 보니까 옛날 생각이 나네요.
저는 친구 동생이라 여러번 만나 보았는데
10여년전 만났을때 오빠 좋아 했었는데 하는 말을 듣고도 아무말도
하지 못했던 일이 생각나 괜스리 얼굴이 빨게지네요.
나의 마음을 알려 주고도 싶었는데...
노을 2007.02.06 15:46  
  정말 사모님께서는 이 사이트 안 보실까요? ㅎㅎㅎ
그래도 추억이 있다는 건 즐거운 일이지요.
바리톤님을 만난 적은 없지만 사진만 봐도 누군가를 다시 만났을 때
실망은 드리지 않을 듯 싶습니다. 그대로 잘 세월을 견디시면 훗날에도...
현규호 2007.02.07 18:23  
  어느날 수락산 길을 오르고 있을 때이다. 앞의 세 여인네 뒤를 따르게 되었다. 그 여인네들은 삼십이 훨씬 넘어 보였다. 체면이고 비밀이고 다 팽개친 나이가 되였나 보다.
어떤 여인네 왈 자기는 가끔은 학창시절에 사귀던 남자들의 모습을 떠올려 본단다. 어떤 이는 이름이 가물가물하고, 어떤 이는 얼굴은 생각나는 데 이름이 생각이 안나고, 어떤 이는 이름도 얼굴도 생각이 나질 않는다고 했다.
내가 이 여인네의 앎의 상대였다면  이 유형 중에 어디에 속할까 하며 쓴 웃음을 지은 적 있다.
노을 2007.02.08 17:32  
  현규호님 이름 보니 반가워요. 너무 오랜만이시라....
어떤 유형이기를 바라시나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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