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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한 지리종주기

barokaki 1 801
회원 여러분 안녕하신지요.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씩 들러 회원님들의 글도 보고, 음악도 듣고
쉬면서, 저 역시 어줍잖은 글도 올려보기도 하고 그랬습니다.
늦었지만 회원 만명 돌파를 진심으로 축하 드립니다.

11/13 -11/15 지리산에 다녀 왔습니다. 기온은  좀 떨어져서 쌀쌀했지만
아주 맑은 날씨에 바람도 잦고 동행도 아주 오랜 친구(국민학교 동창)였고
해서 잊을 수 없는 기억을 남기고 왔습니다.
그러고 보니 올해만 지리산 종주를 네번 하였습니다.
산이 좋아서 자꾸만 갔습니다.

지난 여름, 기상사정으로 도중 하차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 때 메모해 두었던 것을 올려보았습니다.

특별히 올 겨울에는 눈이 많이 오는 날을 택하여 소백산에 다녀올 예정입니다.
한번도 좋고 두번도 좋고요. 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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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패한 지리종주(8/17 -8/19)

- 8월 16일(토요일)

  * 밤 10시 50분 서울역 출발.

- 8월 17일(일요일)

  * 새벽 4시 10분 구례구역 도착   
      부근 식당에서 간단히 아침을 해결하고 지리산으로 출발함.
  * 새벽 5시20분 화엄사 도착. 칠흙 같은 어둠 속에 산사에는 역시 비가 내림.
    노고단으로 출발함. 빗줄기는 가늘어 졌으나 여전히 비는 계속 내림.
    중재와 코재를 오를 때에는 숨이 턱까지 차 오름.
    어두컴컴한 산길에 안개비가 자욱히 내리고 있었음.
    마치 선경에 이른 듯 신비로운 기운이 감 돔.
  * 8시 45분 노고단 산장 도착. 바람이 거세짐.
    간혹 비가 그치긴 하였으나 여전히 바람에 섞여 비가 뿌림.
    멀리 있는 산봉우리의 구름이 간혹 벗겨지며 웅장한 자태를 나타냄.
  * 9시40분 천왕봉을 향하여 출발. 이때에는 비가 그치고 있었음.
    능선길엔 온갖 야생화와 푸르른 신록이  절정의 여름을 노래하고 있었음. 
    그러나 안개에 휩싸인 지리산은 역시 오리무중.
    산 아래로는 심연을 알 수 없는 막막함이 구름에 가리워져 있었음.
    반야봉 역시 조망 불가.
  * 11시20분 임걸령 도착. 점심. 마침 비가 개여 식사에는 지장이 없었음.
    싸 가지고 간 등심을 구워 먹음.
  * 13시30분 임걸령 출발.
  * 15시 화개재 도착. 반야봉은 우회함. 여기서 30분 쉼.
    다시 비가오기 시작함. (이때부터 다음 날까지 계속 비가 옴)
    토끼봉을 힘들여 오름. 연하천 산장까지 상당히 힘든 길이 이어짐.
    종주 첫째 날 오히려 힘이 더 든 드문 경우임.
  * 17시30분 연하천산장 도착. 비는 여전히 흩뿌리고 있었음.
      취사장 바닥이며 모든 산장 바닥이 질퍽거림.
      어느 새 해가 기울고 밤이 오고 있었음.
      서둘어 버너에 불을 붙이고 식사함.
      질퍽한 바닥이었지만 깔판을 깔고 퍼질러 앉아 먹음.
      햇반과 오뎅국 소주, 오이지 무침이 메뉴였음.                     
      언제나 그렇지만 이 종주코스에는 예기치 않은 팀들이 있기 마련.
      그것을 여기에 소개하지 못함이 유감.
      침상과 침낭을 배치 받고 취침.                       
      축축한 마루바닥, 굽굽한 침낭, 밖에는 여전한 빗소리,
      주위의 환경은 수용소를 무색케 함.
      피로에 지친 등산객들은 곧 잠에 빠져들고...
      웃음 소리는 들려오지 않음. 숙연하고, 무언가 침통한 분위기...

- 8월 18일(월요일)
 
  * 아침 7시 일어남. 대부분의 등산객들은 이미 떠나고 없었음.
      밖에서 찬바람이 들이치자 한기가 듬.
      세수를 하는둥 마는둥 아침을 먹고 9시에 천왕봉 쪽을 향하여 출발함.
      빗줄기는 더욱 세어지고 바람도 거칠어져 있었음.
      산장의 분위기로 보아서는 대부분 하산한 듯.
      등산로에는 인적이 드물고 대신 지천으로 피어있는 야생화를 벗하며
      발길을 옮김.
  * 11시경 벽소령 산장에 도착함. 온 몸이 완전히 빗물에 젖음.
      벽소령 산장은 시설이 깔끔하여 대피소로서 충분함.
      비와 바람이 내리치는 언덕에 서 있노라니 이곳에서                     
      머물고 싶은 유혹이 치밀어 오름.
      비스킷을 먹은 후 다시 출발.
      여기서부터 세석산장까지 6키로의 험한 길.
      험한 만큼 경치도 일품이었지만 그날은 전혀 앞을 분간할 수 없었음.
      운해라는 것도 맑은 날 높은 곳에 올랐을 때 볼 수 있는 풍경임.
      갈수록 빗줄기가 거세어짐.
      같이 간 일행은 모처럼의 산행이었을 텐데 아쉬워....느껴짐.
      무거운 심정으로 세석산장에 도착하니 오후 2시.
      이곳에 도착할 즈음 강풍이 더해지고 폭우가 쏟아져 내림.
  * 다시 기분을 전환하고 버너에 불을 붙임.
      소주를 곁들이자 다소 분위기가 부드러워짐.
      그때 싸이렌이 울리며 호우주의보, 폭풍주의보, 게릴라성 호우주의보,
      낙뢰주의보가 발효됨.
      모든 등산객들은 하산(다른 곳으로의 하산도 안되고 오직 거림이라는
      곳으로만 하산 허용)하든지 세석에서 대피하라고 방송.
      장터목 산장이 그날의 목적지(세석에서 1시간30분 소요)였으나
      산행은 허용되지 않음. 다음날도 기상특보가 해제되지 않는다고 함.
      하산을 결정함.
  * 오후 4시 거림 도착. 민박. 목욕. 식사(백숙). 소주를 제법 마심.

- 8월 19일(화요일)

  * 8시 일어남. 산채백반. 날이 갬. 청명함. 신록이 눈이 부심.
      하얀 구름들이 빠르게 흘러감. 바람이 불자 숲의 내음이 풍겨옴.
      계곡의 물방울이 무지개빛으로 영롱함.
      마루에 앉아 풍경을 감상함.
      어제밤 세석에서 묵었던 등산객들이 내려오기 시작함.
      기상특보로 산행이 중지되어 모두 이리로 내려오고 있다고 함.
      이유인 즉, 계곡의 물이 불어 다른 곳의 산행은 불허한다고 함.
      옳은 판단임.
  * 진주행 시외버스 승차. 녹음이 우거진 시골길을 달림.
  * 12시40분 진주발 서울행 무궁화 열차에 몸을 실음.
      옥천 부근에 당도하자 다시 비 뿌리기 시작. 이후 내내 강우(降雨).

- 정상적으로 산행이 이어졌을 경우 : 세석에서 장터목으로 이동
  여기서 일박. 화요일 새벽 천왕봉 등정 해돋이. 다시 장터목으로 하산.
  아침 식사 후 백무동으로 하산. 지리산 종주 종료.

1 Comments
정우동 2003.11.27 07:04  
  仁者樂山 ..... 백두대간 같은데를 종주하면서 호연지기를 기르시는 분들 보면 참 대단하게 보입니다. 앞으로 기회가 닿으면 나도 한번 긴숨의 종주에도 따라 나서볼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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