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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제(내 사랑 그대에게)

바다 5 1085
무제 (내 사랑 그대에게)


그대에게 (원래는 아들의 이름이었음)

한 때는
이승에서 내 아들이라 했던 그대
13년간을 온전히 살 부비면서 그대 볼에 뽀뽀하고
하루라도 못 보면 그리웠던 그대를
가슴속에 담아두고
젖은 울음 마른 울음 삼킨 세월이
두 해가 되어간다.

못난 아빠였지만
한번도 원망한적 없이
마지막 가는 길에서도 아빠를 격려하던 그대!
잘 있으라! 하고 떠나더니
다시는 소식이 없으니
그 쪽은 전화도 없느냐?

비 오는 도봉산을 해질녘에 올라
그대와 형아가 장난치던
원통사 아래 너럭바위에서
그대 흔적 찾았지만
바람소리 빗방울소리 무심하고
바위는 말없이 예대로 묵묵하더란다.
2003. 9. 8(월)

지난여름에 메모했던 저의 시 입니다.
시 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제 감정의 일부입니다.
* ** * ** *
아들에게 (아이의 이름을 공개할 수 없어 아들로 부름)

지금은 가을이 아주 깊어가는
11월 3일 월요일이란다.
 
네가 이승에 있을 때
넌 오늘 같은 날
혹시 노란유채꽃처럼 핀 은행잎이 가을바람에
노란 나비떼처럼 날아가는 것을 잡으러 달려가지 않았니?

타는 가슴을 이기지 못해 붉게 물든 단풍나무 밑에서
네 어렸을 적 손바닥 같은 단풍잎을 주어보지 않았니?

날마다 부자의 인연으로 연인처럼
뽀뽀하던 그 시절 너 지금 기억하고 있니?

비 오는 도봉산 자락에 흘러내리던 개울에서
혹시 네 아빠랑 가재는 잡지 않았니?

형아와 장난치던 원통사 너럭바위 가는 길에
아기다람쥐가 도토리 줍다말고
눈 말똥거리며 널 쳐다보던 일 생각나니?

아빠가 가을이면 제일 좋아하던 코스모스 길을
함께 걷다가 넌 저만큼 뛰어가다
운동화 한 짝 벗어들고 벌을 잡던 그 일 생각나느냐?

산비탈 돌아오는 길 유난히 가녀리고 곱게 핀
연보랏빛 들국화 한 다발 꺾어 엄마 품에 안겨주며
엄마머리에 꽂아주고 세상에서 제일 미인은
울 엄마라고 했던 그 날 기억나니?

아들아!
너 간 곳이 그리 멀더냐?
돌아오는 길을 잊었느냐?
아직 전화가 개통되지 않았느냐?
아니면 차비가 없어 못 오느냐?


아들은 아빠의 가슴 속에 살아 있어서 전화를 안 한답니다
늘 함께 있기 때문이지요

* *** * *** * *** *
어제 oo님의 글을 받고 또 제가 보낸 글을 다시 읽으면서 이 글을 며칠 후에
동호회게시판에 소개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올리고 싶은 이유는 내 마음의 노래를 통해서 아름다운 만남이 이루어지고
서로의 아픔과 기쁨을 공유하여 더 나아가 품격 높은 우정을 나눌 수 있는 곳이
바로 내 마음의 노래 동호회라는 것을 알리고 싶은 거지요
감히 외람되지만 허락해 주실 수 있는지요?
* *** * *** * *** *

예, 좋은 아침입니다
어제는 숙직이었습니다. 지난번에 선생님의 고마우신 초대를 거절한 죄도 있고
해서 못난 글이라도 보여드려야겠다고 마음먹고 보내드렸습니다.
선생님의 답장 너무 고맙고 황송해서 따로 잘 모셨습니다.
사무실은 텅 비어 혼자에다 지켜보는 아내도 없으니 선생님 글 읽으면서 실컷 울었습니다.
울고 나니 마음이 조금은 가라앉았습니다.
제 경험으로 다른 분들께도 권합니다.
울고 싶을 때 울음을 참지 마시라고...
울음마저 참으라는 건 너무 잔인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차마 내놓기 부끄러워 감추어 두었던 글이지만 선생님의 뜻에 따르겠습니다.
오전에는 출장이어서 답신이 늦었습니다.
선생님께 대한 인사는 천천히 오래도록 하겠습니다.

o o 드림 2003. 11.4

* *** * *** * *** *

그 아픈 마음을 나누고 싶었습니다. 저도 oo님의 글을 읽고 눈물이 나왔으니까요.
사람이 감정을 숨길 수는 없더군요. 좋으면 좋은대로 싫으면 싫은대로...
무슨 일을 하시는 분인지 몰라도 너무도 인간적인 따스함을 지니신 분 같았어요.

oo님의 아픔이 제 아픔이 아니지만 미지 때문에 울었던 경험 그 부모와 함께 울었던
경험이 있어서 더욱 그 아픔을 느낄 수가 있다고 한다면 위선일까요?

그리고 글을 아주 잘 쓰십니다.
동호회 게시판에도 살아가는 이야기 가끔씩 올려주셔요
여기는 글을 잘 쓰고 못 쓰고의  문제가 아니라 자기의 진솔한 삶의 이야기를 쓰는
곳입니다.
oo라는 분의 답 글에서 본 oo님의 글이라든가 추석 귀향기 등 너무나 진솔하고
공감이 가는 글들이었습니다.
* *** * *** * *** *
<무제>는 그 분이 보내주신 글의 제목이었습니다.
이 분을 알게 된 것은 제 어린 제자의 죽음을 알린 글 때문에 알게 되었으며
이 분도 아들을 잃은 큰 슬픔을 지니시는 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5 Comments
바위 2003.11.07 02:13  
  無深 따라 ...

애롯한 사연
나눔하는 벗님들께 ...
백석 님 글 놓고 갑니다.

바다

바닷가에 왔더니
바다와 같이 당신이 생각만 나는구려
바다와 같이 당신을 사랑하고만 싶구려
구붓하고 모래톱을 오르면
당신이 앞선 것만 같구려
당신이 뒤선 것만 같구려

그리고 지중지중 물가를 거닐면
당신이 이야기를 하는 것만 같구려
당신이 이야기를 하는 것만 같구려
바닷가는 개지꽃에 개지 아니 나오고
고기비늘에 하이얀 햇볕만 쇠리쇠리하여
어쩐지 쓸쓸만 하구려 섧기만 하구려
오숙자.#.b. 2003.11.07 08:43  
  아니 이럴수가, 이럴수가...

그런데 이런일이 일어났다
현실인 것이다

34세의 한창 미래를 설계할 일꾼이
갑자기 가버렸다

방글방글 세상모르는 5살난 딸을 두고...


바다님!

수십년을 형제처럼 지낸
연기자 박원숙씨의 외아들
서 범구의 못다한 생
저세상에 가서
마저하라고
마지막 노자를 주었습니다

아니 이럴 수 가...
그런데
이런일이
현실이었던 것입니다.
장미숙 2003.11.07 17:03  
  어머나~ 이럴수가..
박원숙님의 아드님을 TV를 통하여 본적이 있는데..
아내와 함께 예쁘게 선물 가게를 운영하던
모습이 생생한데..
오숙자교수님과 이런 친분이 있으셨군요.
어쩌면 좋아요...
위로의 마음을 담아 깊은 기도로 함께 하고싶습니다.
음악친구 2003.11.07 23:29  
  뭔가 울컥~

나도 모르게 코가 맵습니다
한숨이 나옵니다

전 부모님도 두 분 다 살아계시고, 우리 아이들도 건강합니다
이런 제가 어찌 떠나보내는 슬픔을 안다 하겠습니까~

그런데도 바다님과 그 oo분의 글을 읽고  숨을 쉬기가 힘들어 크게 한숨을 쉬어 봅니다

전 불교신자는 아니지만 윤회를 믿습니다

그 천사같은 아드님은 분명 저 꼭대기 아름다운 곳에서  다시 태어나기 위해 준비하실거예요
아님, 어쩜 이 세상에 다시 환생하여 있을지도 모르죠

먼저 번 생이 짧았기에 분명 다음 생은  아주 아주 길거예요
전 그렇게 믿습니다

오늘 밤엔 이 글을 함께 하시는 모든 분들께 기도 하겠습니다
동심초 2003.11.08 00:22  
  거진으로 내려 오면서 꼭 가보려고 햇던 곳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차마 그곳을 갈 수가 없었습니다
 아직도 저는 그곳을 갈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나 봅니다

 아담한 학교가 보이고 옆으로는 바다가 보이고 뒤로는
 야트막한 산이 감싸고 있는 곳에 작은 무덤 하나..

 13년 전에 먼저 보낸 마음이 따뜻했던 내 큰 조카

 차창 밖으로 스쳐 지나가며  차마 볼 수 없었던 그곳

 오늘 바다님의 글을 읽으면서 내일은 용기를 내어
 고운 꽃 한아름을 안고 그아이를 찾아가렵니다

그러나 오늘은 그아이의 생각으로 한없이 울고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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