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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가 여우꼬리 흔들자, 미래가 디스코 추었다

김형준 0 806
고통과 슬픔의 상처를 껴안고
피눈물을 흘리다 다시 흘리다가
어쩔 수 없이 과거라는 시간과 공간을 떨쳐버리고
아직은 전혀 보이지 않는 어둠과 불안 속에 싸여있는
미래를 향해 깊은 강물 속으로 걸어들어갔다.

그토록 푸대접하고 괴롭히던 교만한 과거가
갑자기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어댄다.
도저히 믿을 수가 없는 짓을 해대기 시작한 것이다.
'왜 저러지! 한 번도 하지 않던 짓거리를'
잘못했다가는 쉽게 동요가 되어 다시 붙잡힐 뻔 했다.
여우 꼬리에 완전히 휩싸여 들어갔다간
끝모를 후회의 구렁텅이로 떨어져 다시 올라올 수 없을 것이다.

강물을 건너자 높고 험한 바위산이 앞에서 반긴다.
한숨만 나올뿐 도저히 발걸음을 옮길 용기가 생기지 않는다.
무서운 짐승들, 추위, 가시덩쿨, 뾰족한 돌, 독사....
저 산을 넘어야 밝고 따스한 미래가 기다린다는데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그곳에 무엇을 손에 쥐고 갈 수 있을까.
여우는 꼬리 치며, 교활한 웃음을 웃어대며 다시 오라 한다.
왜 그리 어려운 길을 가려하냐며 유혹을 하는 것이다.
'그냥 눌러 앉을까. 가끔 저 여우에게 괴롭힘 당하는 것만
참으면 될 것 아닐까. 어떻게 저 험난한 길을 걸어갈 수 있단 말이냐'

미래는 곰 발바닥처럼 큰 무게에 눌려 보이지 않는 부드러운 존재.
그것을 쫒아 가기가 왜 이리도 힘들고 어렵단 말인가.
희망의 무지개는 거기 밖에 없다는데 가고 싶은 맘이 들지 않는다.
미래도 과거처럼 여우 짓을 하면 좀 용기를 얻겠는데
곰처럼 묵묵히 아무런 말을 하지 않고 멋 없이 우뚝 서있기만 한다.

비록 바위산의 정상 바로 뒤에 낭떠러지가 있다 하더라도
이젠 앞으로 갈 수 밖에 없다.
아무리 천 년 묵은 여우가 재주를 넘고, 미녀로 둔갑하고, 꼬리 쳐도
가야 한다. 갈 것이다.
혹시 아는가 그 어리석게만 보이고 재미없이 보이는 곰이
마늘을 하나, 둘 먹으면서 오래 참고 서 있다가
내가 오길 기다려 새로운 생명의 세계를 함께 만들려고 할지도 모른다.
가야지, 가야만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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