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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투가 빚어 내는 푸른 연정의 죽음

김형준 0 887
그 사람과 악수를 하자 옆에 사람이 눈을 흘겼다. 왜 그랬을까.
늘 보는 그 사람도 맘에 큰 애정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럴 수가 없다. 과연 그랬다면 왜 만남이 이루어지지 않겠는가.
미안했다. 악수하지 말 걸 그랬다는 생각이 자꾸 든다.
다시는 보지 않을 사람과  악수 해서 매주 보는 이의 마음이 아프면 싫다.
매주 본다고 해서 그렇게 좋은 인연이라고 할 수도 없다. 대화가 없으므로...
그냥 맘 속에서 이루어지는 대화는 뜻을 분명히 알기가 참 힘들다.

질투였을까. 질투는 과연 무엇일까. 아름다운 시간을 함께 갖기 위해
모임을 위한 준비를 같이 하자는데 그것이 왜 남녀의 문제로 비약할까.
무겁지도 않은 플라스틱 의자들을 함께 나르다 보면 정이 쌓일텐데.
발성 연습 시켜주는 것도 피아노 양보하는 것도 다 좋은 감정이 생겨야 가능한 건데.
이기적인 생각과 태도가 너무나 불쾌해서 한 마디 한 것이 치명타였나 보다.

남은 옆에서 모임 준비를 하는데 모른 척하고 피아노 치고 노래하는 사람.
같이 하자고 했더니 불평을 주저리 주저리 풀어놓다 열 받아선 집에 가는 사람.
반주할 사람 내쫓았다고 앞뒤 아무 것도 모른 채 헛소리 하는 사람.
거의 잘 알지도 못하는 데 반말을 막 지꺼려 대는 상스러운 사람.
이리 저리 궁지에 몰린 사랑은 나 몰라라 하고 저 멀리서 '보리 피리'나 불어대는 사람.

아, 정말 싫다!
이렇게 해서 2년 동안 줄기 차게 그 먼 거리를 100미터 인냥 보았던 인연과 Adieu인가!
만남이 우연이었듯이 헤어짐도 전혀 예기치 않은 시간과 방식으로 찾아드는 것인가.
깊이와 넓이를 쉬이 측정하기 어려운 예술의 경지에 들어가기 위해 기를 쓰건만
예술이란 친구는 그다지 쉽게 곁을 내 주지 않고 자꾸 얕은 냇물에 코 박기 일쑤다.

나이가 가득 찼어도 굵고 여유있는 그 사람의 목소리.
젊은이와 유사한 면이 많지만 그다지 음악적이지 않은 것 같았다.
스토리텔러로서는 매지션에 가까운 경지에 든 것은 분명하지만
예술가로서는 아예 기준을 정해서 평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다.
한 번 인사한 것으로 너무 많이 삐치면 안 되는데.
하긴 그건 상대방의 마음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쓸데없는 착각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수 천명이나 되는 무리 속에서 아무리 빛나는 보석일지라도
그리 쉽게 눈에 띌리가 없는 것이다. 너무 상상력을 키우면 썰렁한 꿈이 올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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