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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경 같은 사람으로

별헤아림 2 1112
배경 같은 사람으로
권선옥(sun)

네가 서 있는 배경에는
배경 같은 사람들만 있었으면 좋겠네

해가 뜨고 해가 지는 곳에
말없이 서 있는 한 그루의 나무

달이 뜨고 달이 지는 곳에
말없이 피고 지는 한 송이의 박꽃

내가 앉아 있는 배경에도
그런 배경 같은 사람들만 있었으면 좋겠네

허리케인이 휩쓸고 간 황량한 적토 위에
태양을 등지고 서 있는 한 그루의 높은 나무
너는 그런 배경 같은 나무로 남았으면 좋겠네

한 줄기 빗금만 남은 그믐날 밤 적막 속에
가녀린 달빛으로 피고 지는 한 송이의 하얀 박꽃
나도 그런 배경 같은 박꽃으로 살다 지겠네

<2004.12.17.>
2 Comments
우지니 2004.12.22 23:35  
  수 많은 사람들의 공통된 마음은 배경이 있는 사람이었으면 하는 바램이 있겠지요.
그러나 배경이 없이도 우뚝 설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더 할 나위 없이 좋겠고 또한
내 자신이 다른 후배들에게 배경이 되어준다면 더 더욱 좋을 것입니다.
허리케인 같은 무서운 천재지변에도 흔들리지 않는 배경이 있다면 이 세상에 무엇이 두려우리까?  그렇지만 배경을 너무 믿고 자만하다가는 오히려 배경이 없느니만 못 할 것입니다.
소박하게 피고지는 가녀린 하얀 박꽃도 초가 지붕이나 울타리를 배경으로 일생을 아름답게 장식하며 둥근박덩이를 우리에게 선물로 남겨 주는데...
우리네 사람들도 배경의 은덕을 입으면 그만한 댓가를 사회에 환원해야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별헤아림 2004.12.23 15:41  
  깊이 있게 생각하지 못 하고 쉽게 쓰는 졸시에도 따뜻한 마음으로
많은 생각을 가지고 대하시는 우지니님의 자상함에 감사드립니다.

나이가 들어감인지 지난 날들을 자주 회상하게 됩니다.
대학 3-4학년 때인 것 같습니다.
제가 무척 좋아했던 남학생이 영화 보려 가자고 해서 본 영화가
'허리케인'이었습니다.
흑인 원주민들을 지배하기 위해서 원정간 백인의 딸과 원주민 청년이
눈빛으로도 서로의 마음을 주고 받을 정도로 서로에게 끌립니다만
둘 사이에는 인종, 문화, 그리고 주위의 모든 사람들...
모든 상황들이 장애만 있을 뿐이었습니다.
원주민 흑인 청년은 그 곳의 풍습에 따라 원주민 여성과 결혼을
하게 되고, 백인 대장의 딸은 아버지의 명령에 따라 본토로 돌아가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태풍'허리케인'이 닥칩니다. 소중했던 모든 것들이 하나하나 날아가고 휩쓸려 갑니다.
생할용품도 집도 사람도 모두. ..
둘을 갈라놓고 지배하던 모든 사람들과 이질적인 문화의 장벽마저 허물어지고 휩쓸려 떠내려 가고 자연마저 거센 폭우에 견디질 못하고 사라져 버린 황량한 적토위에 쓰러진 나뭇가지에 의지하여 눈부신 햇살에 지친 눈 뜨는 이는 흑인 청년과 백인 여자 둘뿐이었습니다.

위 시 5연은 문득 그영화의 마지막 장면이 떠올라서
적어 본 것입니다.
'허리케인이 휩쓸고 간 적토 위에 한 인간의 생명을 건질 수 있는 나무'나
'그믐밤의 한 가닥의 희미한 달빛으로도 꽃을 피울 수 있는 박꽃'은
현실적으로 존재하기 힘든 존재, 그래서 '소망하는 존재'일 뿐입니다.
제가 'power'나 'background'로는 생각해 보지 않고
'말없이 지켜 주고 믿어 주는 사람'들과 영화의 장면들만 머리에 두고
쓴 것이라 잘못된 말이 없나 다시 읽어 보았습니다.
하지만
우지니님께서 언급하신 'background'로 생각해 봐도 다양하고
괜찮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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