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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솔천 가는길

별헤아림 2 1039
도솔천 가는 길
권선옥(sun)

나그네 붉은 마음 해마다 반기어
봄 오면 선운산에 피어나던 동백꽃
청량한 소슬바람 불어오는 가을 날
그 사연 못 잊어 상사화로 돋아났네
손잡아 마주하니 도솔천 외원(外院)이라
말도 없이 아이처럼 천상 사람 되었구나

마른 풀 흩날리는 고운 흙 밟으며
처마 끝 풍경소리 가슴에 담아본다
해 저문 하늘 아래 작은 아이 손잡고
비탈진 산길 따라 옛 성터 지나가네
꿈 깬 듯 돌아보니 도솔천 내원(內院)이라
일렁이는 갈대의 맘 성불을 기다리네

<2005. 5. 14.>
2 Comments
우지니 2005.05.16 14:47  
  시어들이  자연스레  참 좋으네요.
별헤아림님이 노래를 부르고 서 있는 느낌이 드네요.
오랫만에 차분히 들어와 보니
 새로운 회원님들도 많고
좋은 일도 많고 그러네요.
잘 감상하고 갑니다.
별헤아림 2005.05.17 14:12  
  우지니님..!
반갑습니다. 외국은 잘 다녀오셨는지요?
늘 격려해 주셔서 깊이 감사드립니다.

2005. 5. 14. 토요일
깨다 자다 그러기를 여러 번. 아이들을 아이들을 학교에 태워다 주고는 다시 잠이 들었다. 아침 9시 38분.
일어나야 할 시간. 자리에서 일어나기가 싫었다. 누워서 그대로 전화를 했다. 교장 선생님께로. 언제나 웃는 목소리. 오늘 일어나서 해야 할 일을 미루고 그대로 더 자고 싶어서이다. 피곤하다. 교장 선생님은 60 세을 바라보는 연세지만 동그란 두상에 때로 귀여운 분이란 생각이 든다. 감히.
통화가 끝나자 또 잠을 잤다.
난 왜 이렇게 살고 있는가. 왜 이렇게 살고 있는가. 다리의 흉터들. 바이러스가 스쳐간 자국인가. 궤양의 조짐들이 늘 나를 위협한다.
자유시로 쓴 '도솔천 가는 길'을 자다 깨다 노랫말로 정리하기 시작했다. 천상 사람들이 욕기(慾氣)를 다스리는 외원(外院)에서는 손만 잡아도 만족하는 합궁의 길로 들어선다는 전절(前節)과 석가가 미륵정토에서 도를 닦아 성불하는 내원(內院)의 후절(後節)을 마무리했다.
대학 후배 작곡가 님을 저녁 6시경에 만나기로 했으나, 나가는 일이 번거로웠다. 생각해 보니 e-mail로 보내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으르니 자꾸만 꾀가 생긴다. 하지만 지난 달 26일께 옮겨 온 나의 병실엔 컴퓨터는 있어도 인터넷은 되질 않는다. 동대구역 맞이방으로 가서 e-mail을 보내야 한다.
아이러니컬하게도 부지런했으면 이 노랫말을 억지로 만들지도 않았을 것 같다. 늦어도 2주만에 하나를 써 달라고 했지만 이런저런 집안 일과 감기로 못 하겠다는 말을 하려고 두어 번 전화를 했지만 연결이 되질 않았다. 그러다 돌아서니 벌써 약속 한 날짜가 다 되어 있는 것이었다. 궁여지책(窮餘之策)으로 유일하게 불교적 색채가 있는 '도솔천 가는 길'을 수정 대신하기로 한 것이다. 정해져 있으니까 어쩔 수 없이 하게 된 일이다.
저녁 무렵 핸드백의 단추가 빠져서 그냥 들고 다녀도 지장은 없지만 수선을 맡길까 하는 생각에 길을 나섰다.
아직 날은 훤하다. 병실에서 세상으로 걸어 나온다. 눈이 부시다. 동대구 역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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