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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 지

호수나무 4 825
 
<편지>


그리운 사람 하나쯤 큰 산맥 너머에 두고
우체국 하나쯤 고개 너머에 두고
하얀 백지에 잉크를 묻혀가며
밤새워 편지를 쓰고 싶다

달이 밝다고
파도소리 때문에
그대 그리워 잠 이룰 수 없다고
속절없이 세월이 간다고....

처녀 적 봄 짙은 한 때
우체부가 주고 간 그대의 편지는
차마 해 저물도록 뜯지도 못하였거니
식구들 다 잠든 한 밤을 기다려
등잔불 심지 낮추고 떨며 읽던 연서

이제는 나이들어 머리 희끗한 세월
핸드폰 이메일로 소식을 전하자면
어쩐지 결론만을 추궁 당하는 서글픈 마음

그래도 이 봄 다 하기 전에
사무치는 정
밤 지새워 편지 하나 써 볼까

날 밝으면 한가하게 우체국 창가에 서서
우표 하나 붙여서 띄워나 볼까
자전거 탄 우체부를 기다려
가슴 저린 그대의 답신
밤새도록 읽고 또 읽어볼거나

그리운 사람 하나쯤 큰 산맥 너머에 있다고 하고



4 Comments
수패인 2006.06.01 17:28  
  컴퓨터 자판에 밀려 점점 설자리를 잃어가는 편지...
하지만 컴에는 없는 따스한 정이 있지요.
단암 2006.06.02 09:50  
  70년대 산골 처녀 총각의 정서가 잘 드러나 있습니다. 그무렵 저는 우체부마저 부담스러운 누님의 편지 전령사를 하곤 했습니다. 빛 바랜 흑백사진을 보는 느낌입니다. 좋은 시 잘 읽었습니다.
꿀꾸리 2006.06.08 16:30  
 
희끗한 머리,속절없는 세월 중에도 달 파도 그리움. . .  곱네요.
한 친구가 38때, "야, 짝사랑이 제일 건전한 사랑이야!"해서 다들 깔갈댔던 적이 있습니다. ㅎ.. 그리운 사람, 큰 산맥 너머에는 없을지라도 큰 세월 너머에는 있었으니 행운입니다. 그 그대를 짝사랑 하십시오. ㅎ.
권하고 싶은 책이 있습니다.    <나,황진이 /김탁환 /푸른역사>
읽고나서 한동안  저는 황진이가 그리웠습니다.
淸 岩 2007.05.29 00:33  
  그 옛날 편지-
생각나고 그립고
떨려오는 가슴으로 뜯을 수 도 없어서
주머니에 넣고 다니다가 잊어버린 편지.
그 시절이 그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