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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구에만 있을 줄 알았던 식스맨이......

권혁민 8 820
*식스맨 [Sixth Man]-농구에서 후보선수 중 가장 기량이 뛰어난 선수.
5명의 주전선수를 제외한 벤치 멤버 중 가장 기량이 뛰어나 언제든지 투입할 수 있는 선수로서 대체 투입 1순위의 후보선수를 가리킨다. 주전선수의 체력이 떨어졌거나 경기의 흐름을 바꿀 때, 또는 부상당한 선수가 생겼을 때 기용된다.

나의 음악생활에도 생길 줄이야.

그녀의 피아노 가곡반주는 여느 연주자의 것과는 확연히 틀리게 들린다.
그녀는 손가락으로 피아노로 노래를 한다.
그래서
피아노 반주만 듣고 있어도 듣는 이의 입이 절로 춤을 추고,
어깨춤이 저절로 들썩들썩 흥을내기 시작한다..

가곡의 반주를 하기에 앞서 먼저 시를 천천이 반복해가며 읽어면서 머리속으로 나름의 악상을 그리고- 이를 어떻게 표현해야 제대로 할 수 있는 것일까?를
연구하고 고민한다.
그래서 반복해 읽은 시를 모두 다 외우고나서야 비로서 피아노 앞에 놓인 악보를 보며 건반으로 눌러 본다는 그녀.

반주가 결코 성악가의 보조역활이나 성악가를 더욱 더 돋보이게 하는 밑그림이나 배경이 아니고 둘이 함께 부르는 뚜엣으로 생각하는 그녀.

전문 성악가들의 틀린 음정과 박자는 물론 가사까정 지적하여 교정해 줄 수 있는
실력을 지닌 그녀.

그런 그녀의 피아노 반주에 마추어 우리 가곡을 노래 할 수 있다면
그는 행운아중의 행운아요,
그녀는 이미 여왕이요,프리 마돈나가 되었어리라.

그런데,
며칠 전 집에 퇴근하여 옷을 갈아 입고 있는데
아이들 방에서 들리는 귀에 익은 피아노 소리.-이번달 내가 부를 노래-그 반주이다.
방문을 열고보니
깜깜한 방
피아노 앞에 앉은 큰 아들녀석 -악보도 없이 저 혼자 연주를 한다.
이미 암보를 모두한 듯하다.

여기에서 나의 행복한 고민과 갈등이 시작 되었다.

-이 시대 최고의 가곡 반주자에게 반주를 부탁하여 거기에 마추어 노래 할 것인가?

-이제 처음으로 무대위에 데뷔하는 나의 맏아들 반주에 마추어 아비가 노래 할 것인가?
아들녀석이 너무 진지하고 열심히 노력하니 차마 농(아니오,NO)을 못하겠다.

그래서
금방 원래의 반주자님게 전화를 해야했다.

민경씨,정말 미안한데.....여차저차해서

이번에는 우리 큰아들이 제 반주를 해준다고 하네요.
네에,
그럼 가곡교실 열리는 월요일날 거기서 뵈어요,
네에,감사해요.

그럼,앞으로 이 녀석을 확 나의 식스맨으로 삼아버려?
8 Comments
해야로비 2008.02.19 16:36  
ㅎㅎ 행복하시겠어요~~
듣는 저도 이렇게 가슴이 따뜻해 지는데....부럽습니다.
권혁민 2008.02.19 17:05  
어느날.
수술대기실에서 사시나무 떨 듯하는 환자에게
의사가 다가가 이렇게 말을 건네는데
"환자분 왜 이렇게 떠세요,이곳이 춥습니까?"

환자 왈-아니에요,실언 저 태어나서 처음 수술이라서요.
의사 왈-걱정마세요,저도 처음 수술이니까요.
환자 -(.........)
정문종 2008.02.25 02:17  
근데,,, 실제로 수술 받을때 수술대에 누우면 "춥다."는 생각이 제일 먼저 떠오릅니다,,, 그래서 이번에 지방흡입수술기(워터젯)를 들여 오면서 수술 테이블에 전기장판이 되는 '전동식'을 구입하였습니다,,, 무영등도 외과의사가 개원 10년만에 처음 달고요^^*
바다박원자 2008.02.19 21:53  
권혁민님의 글을 읽노라니 제가 정말 행복한 사람이라는 것을...
 감사하고 또 감사하고
그리고 보고 싶고 듣고 싶고... ㅎ
정창식 2008.02.20 08:57  
황명규님을 부러워 하던 권혁민님도 뜻을
이루신것 같습니다. 축하합니다.
2월 동호인 무대가 기대 되는군요.
오경일 2008.02.20 09:29  
민경양이 서운하겠소. 어느 맛집에 가시어 식사 대접이라도 해야 할것 같습니다.
하여간 뇌물이 잘 통한것 같습니다.
아들로 부터 아버지를 위한 마음 아니, 가족을 위하는 마음을 알게 하신 좋은 아버님의 역활을 다 한것 같습니다.좋은 연주 부탁 합니다.
박재웅 2008.02.20 20:54  
행복하시겠습니다. 그렇게도 부러워했던 일이 이루어지셨으니 얼마니 행복할까요. 기대가 됩니다.
정문종 2008.02.25 02:15  
아~ 식스맨 [Sixth Man]이 그런 말이었군요,,, X-man 과는 거의 반대 개념 이군요,,, 카랴얀도 그렇다면 식스맨 [Sixth Man] 이었겠습니다? 지휘자가 못나오는 바람에 갑자기 지휘를 맡게되어 그 길로 지휘자의 접어들어 세계적인 지휘자가 되었으니,,, "기회는 준비된 자의 것이다."라는 말이 실감이 나네요,,, 기회나 행운이라는 것은 준비된 자만이 취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