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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하게 안아주세요

강하라 3 821

안녕하세요? 또 접니다. 

늦가을 날씨치고는 나-른-하지요?
얼마전 어린 왕자를 다시 읽고난 후 책을 다시 펴들었는데
이 글의 내용과 조금은 통하는 구석도 있는듯 하고..
누군가를 사랑하고 싶기도 한데-- 남자는 없고..^^ 

조금만 기다리세요-- 제가 마지막 월요일에 이 책 한아름 사들고 갈께요
뭐 하나 제대로 하는게 없어서--  얼마 안되는 책이지만 선물하고 싶어서요..^^
책 선물하기 좋은 계절이기도하고.. 책 선물받기도 좋잖아요--
'가곡과 책'-- 잘 어울리잖아요~


<도종환 산문집 사람은 누구나 꽃이다> 중에서

청주에서 외곽도로를 타고 피반령을 넘는 길가엔 벌써 코스모스가 피기 시작합니다.
저는 그 고개 너머에 있는 황토집에 가 있습니다.
몸이 안 좋아 학교도 잠시 쉬면서 몸과 마음을 추스르는 시간을 갖고 있는데요,
이 집은 친하게 지내는 후배 한 사람이 병 깊었던 자기 동생을 위해
동생과 함께 지었다가 동생이 세상을 뜬 위 비어 있어서 제게 와 있으라고
배려핸 준 집입니다. 아니 그 후배가 느닷없이 찾아와 갈 데가 있으니
차에 타라고 하더니 저를 거기 데려다 놓았습니다.

그 길을 오갈 때면 코스모스 꽃들이 내게 손을 흔드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앞에 있는 꽃이 손을 흔드는 걸 보며 뒤쪽에 서 있는 꽃들이 무슨 일이야 하고
고개를 내미는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러면 나도 그 꽃들을 향해 손을 흔듭니다.
"안녕, 반가워!" "너희 정말 곱고 아름답다." "잘 있어. 또 만나."
꽃들에게 그렇게 말하면서 고개를 넘습니다.
간혹 마주 오는 차나 앞에 가던 운전자가 오해를 하며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때도 있는 것 같습니다. 자기를 보고 손을 흔드는 걸로 알고.

언젠가 종례시간에 "얘들아, 끝나면 곧장 집으로 가지 말고
길가에 핀 꽃들에게 손도 흔들어주고, 나무도 한 번씩 안아주고 가거라"하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그랬더니 한 녀석이 "선생님 그러면 남들이 미쳤다고 그래요" 해서
한바탕 소란스럽게 웃었습니다.
"미쳤다고 해도 괜찮으니까 나무도 한 번 안아주고 풀이나 벼의 머리칼도 쓰다듬어주고
그러면서 가. 하늘도 한 번 쳐다보고, 집에 가 보았자 바로 컴퓨터 앞에 몇 시간씩 안자
있거나, 학원 가서 어두워질 때까지 문제 풀다 와야 하잖아."
그날 몇 명이나 내 말대로 했는지는 모릅니다.
선생님도 엄마들도 그저 끝나면 곧장 집으로 가라고 말합니다.
가서 무얼 하는지 거기까진 생각하지 않습니다.
워낙 학교와 집 사이의 공간이 험하고 유해하기 때문에 하는 걱정임을
모르는 건 아닙니다.
그러나 그렇게 사는 동안 우리는 꽃 한 송이 나무 한 그루를 제대로 바라보거나
사랑할 줄 모르고 살고 있습니다.
꽃이든 사람이든 제대로 바라보고 사랑하지 못하기 때문에 제대로 사랑받지도 못합니다.
사랑하지도, 사랑받지도 못한 결핍감은 가슴 깊은 곳에 무겁게 쌓여 있습니다.
이 시대를 사는 많은 사람들이 그래서 혼자서는 다 외롭다고 느끼고
가슴속이 왜 이렇게 허전할까 하면서 삽니다.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이란 책을 읽어본 사람들은 기억할겁니다.
루레릭병에 걸려 죽어가는 모리 교수가 제자 미치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가 아기로서 삶을 시작할 때, 누군가가 우릴 돌봐줘야 생명을 유지할 수 있어. 그렇지?
그리고 나처럼 아파서 삶이 끝날 무렵에도, 누군가가 돌봐줘야 생명을 유지할 수 있어.
그렇지?..... 하지만.....아이 때와 죽어갈 때 외에도,  그 중간 시기에도 사실 우린
누군가가 필요하네."
모리 교수에 의하면 사람들은 어릴 때 어머니가 우리를 안아주고 흔들어주고
머리를 쓰다듬어주던 그런 무조건적인 사랑, 무조건적인 보살핌을 더 받고 싶어하는데
대부분은 충분히 받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람 마음 깊은 곳에서는 어떤 식으로든
그 시절로 돌아가길 바라는 마음이 있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갓난아기 시절이나 늙고 병들었을 때가 아닌 때에도 우리는 누군가 나를
따뜻하게 안아주길 바란다는 겁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누군가 나를 정말로 포근히 안아주길 바랍니다.
편안하게, 진심으로 따뜻하게 사랑해  주길 바랍니다.
그런 마음으로 안아주는 사람이 곁에 있길 바랍니다.
여자만 그렇게 바라는 게 아닙니다. 남자도 그렇습니다. 젊은 남자만 그런 게 아닙니다. 
어린이도 누군가 자기를 안아주고 인정해 주길 바라고, 늙고 쇠잔해져 가는 사람들도
안아주고 위로해 주는 사람이 곁에 있길 바랍니다.
사람들은 마음속으로는 사랑받기를 갈구합니다.
우린 너무 외롭게 살고 있습니다.
먼저 안아줘 보세요.
나무든 사람이든 먼저 안아주면 그도 나를 따뜻하게 안아줄 것입니다.
3 Comments
해야로비 2005.11.12 22:11  
  맞아요.
누가 나를 따뜻하게 안아 주기만을 기다리고 있지...
내가 무조건적으로 안아 주려고는 하지 않는게 제 현실이네요.
웬지..먼저 안으면...손해 보는것 같아서.....그래서...

그런데...하라님은...먼저 안아 주시려고 하네요.
아~!  처음에 하라님의 멘트가 생각나네요.
음악회에 가서....인사를 하고싶었으나...하라님을 아는척 하는 삶이 없어서...그래서 아쉬워했던...그런...글들...
그러나...
이젠...하라님이 먼저 따뜻하게 나눠주려고 하시네요.
ㅎㅎ  11월 가곡교실엔..좀더 일찍 갤러리 더 스페이스에 가 있어야겠네요.  하라님의 따뜻한 사랑을 받기 위해....
서들비 2005.11.13 01:16  
  그러 참 좋은거 같아요.
마음을 안아주는것도 좋지만
실제로 따스한 체온을 나누는것이 .........
처음엔 좀 낯 섫고  어색하지만 ,
우리 많이 안아줍시다.  ^^*
성성모 2005.11.13 01:18  
  이계절도 서로를 안아주라고 기온을 내리는건가봐요.
그런데 우리별들은 내가안아주는걸 왜 그렇게싫어하는지 모르겠어요.
지들이 컷다고 그러는지는 몰라도 여간 서운한게 아니에요.
사실은 엄마도 안아달라고하는건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