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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경북 영양 문학 기행기 -승무-

송인자 5 1224
“정지용”선생님의 추천으로 문단에 데뷔한 지훈선생님은 종군 문인단으로 전쟁터를 누비기도 했으며, 초기에는 전통지향적인 서정시를 쓰셨으나 후반기에는 투철한 현실 인식으로 사회의 부조리와 부패를 비판하며 역사의식을 담은 작품을 쓰셨답니다.

우리 모두가 선생님의 대표작이라고 알고 있는 “승무”는 약관(弱冠) 19세 때의 작품이랍니다.
기막히지 않습니까.

승무 (僧舞)

-지훈-
얇은 사(紗)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파르라니 깎은 머리
박사(薄紗) 고깔에 감추오고,

두 볼에 흐르는 빛이
정작으로 고와서 서러워라.

빈 대(臺)에 황촉(黃燭)불이 말 없이 녹는 밤에
오동(梧桐)잎 잎새마다 달이 지는데

소매는 길어서 하늘은 넓고
돌아설 듯 날아가며 사뿐히 접어 올린 외씨버선이여!

까만 눈동자 살포시 들어
먼 하늘 한 개 별빛에 모두오고,

복사꽃 고운 뺨에 아롱질 듯 두 방울 이야
세사(世事)에 시달려도 번뇌(煩惱)는 별빛이라.

휘어져 감기우고 다시 접어 뻗는 손이
깊은 마음 속 거룩한 합장(合掌)인 양하고

이 밤사 귀또리도 지새우는 삼경(三更)인데
얇은 사(紗)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 <문장>(1939) -

오마나! 세상에나!
시 공원의 위쪽에는 황금 칠을 한 선생님의 동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게 영 마음에 걸렸습니다. 마치 유치원생 그림처럼 몸통에 비해서 유난히 머리가 컸고 조금도 고고한 빛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조각이 어렵다고 하지만 그건 너무 했습니다.

더욱 기막힌 것은 그 옆 춤추는 승려의 모습입니다. 신비롭기는커녕 둔중해 뵈는 고깔과 코끼리 다리처럼 양쪽 땅 바닥에 내려와 있는 튼실한 소매는 “얇은 사 하이얀 고깔은..-중략- 휘어져 감기우고...”가 상상되기는 커녕 폭소가 터졌습니다.

저만 그런 게 아니라 대다수분들이 그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불경스럽게도 그곳은 이번 여행 중 가장 크게 웃었던 곳이 되고 말았습니다. 문학관을 주관하시는 곳에서는 이러한 점을 참작하셨으면 좋을 듯싶습니다.

공원 주변에는 애써 가꾼 작약, 수국 등 고운 꽃이 몽우리 져 있었습니다. 그것들이 환하게 피면 더욱 화려한 나들이가 될 것입니다.

우리가 간 20일 까지가 예술제 기간이라서 조지훈 선생님 생가 앞에는 아직 천막이 쳐져있고 전통놀이 체험, 도자기, 음식 등을 판매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사람이 없고 한산했습니다. 좀 더 북적거렸으면 좋았으련만, 서울에서는 밟힐 정도로 지겨운 인파가 그곳에서는 아쉬웠습니다.

대문 앞에서 지훈선생님의 사모님과 미국에서 오신 큰 아드님과 함께 단체 사진도 찍고 선생님 생가를 둘러봤습니다. 예전 양반들은 귀한 손을 좋은 집에서 출산케 해서 선생님은 큰 집에서 탄생하셨답니다. 그 집은 주변 집들에 비해서 모든 게 크고 좋았습니다. 지금 글 쓰는 분들은 가난한 분들이 많지만, 예전에는 글이 여유 있는 계층의 몫이었을 겁니다.

다음엔 시장을 구경했습니다. 산나물 체취 기간이라서 각종 산나물이 넘쳐났습니다. 산나물도 한 봉지 사고, 해바라기 씨도 샀습니다. 영양읍은 이번 행사를 위해 많은 투자를 한 모양입니다. 산나물을 사면 튼튼한 천 가방까지 줬습니다.

어여뿐 고추 아가씨들이 다트 게임을 주관해서 고추를 나눠주는 행사도 있었지요. 저는 1번을 맞춰서 고춧가루를 선물로 받았습니다. 꽝!이 나와도 커피믹스만한 고춧가루 한 봉지를 주니 아주 너그러운 게임입니다.

계속되는 김진시회장님의 너스레. “여기 모인 사람이 영양사람 답니다.”웃음이 나왔지만 씁쓸한 일입니다. 이 지방에서는 흔하고 흔한 게 아카시아였습니다. 차로 달리다 보면 주변의 산과 마을에 온통 아카시아가 하얗게 폈습니다. 창을 열면 적당히 희석된 은은한 향을 맡을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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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Comments
송인자 2007.07.13 11:42  
  중앙에 노란 가디건 차림의 키가 크신 분이 미국에 사는 장남이시고,
그 좌측에 키가 자그마한 분이 지훈 선생님 사모님이십니다. ^^
바 위 2007.07.15 13:46  
  송 바람 솔바람은 인 자하신 자 비시라

이 마을 마음불러 승무춤 추임새라

오늘은 임 조동탁님 생신이듯 웃소그려...


늘 좋은 소식
고맙습니다...
장미숙 2007.07.16 15:32  
  어찌 이리도 맛깔스러이 글을 쓰시는지요~^^
송인자 작가님과 함께 시원시원 문학기행을 하는 듯 합니다.
송인자 2007.07.18 12:20  
  장미숙선생님
만날 때마다 어쩜 저리도 여성스러우실까 싶어서 부럽답니다.
본인의 미소짓는 모습이 얼마나 아름다운지..아시는지 모르겠네요.^^
송인자 2007.07.18 12:22  
  바위 선생님
제 이름을 멋지게 풀어주셔서 감사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