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이는 X머리 위에 화산이 터졌다
숱이 끝내주게 많은 머리털을 한 때 자랑했었다.
이마가 너무 좁다고 친구가 이야기 하자 약이 올랐다.
이미가 좁으면 마음이 좁고 어쩌고 하는 말이 듣기 싫었었다.
한 번은 그 친구 앞에 나타났는데 이마가 갑자기 넓어졌다.
어찌 된 일이야?
응, 면도칼로 살짝 면도했어. 이젠 좀 넓게 보이니?
그래 그래. 내가 졌다! 히히...
머리털 문제는 유전에 의해 결정이 되는 것 같다.
20대 후반부터 머리 숱이 점점 더 적어지고 있었다.
미치겠다. 이 젊은 나이에 대머리가 되다니, 어휴!
아무리 고민을 해 보아도 소용이 없었다. 어떤 샴푸를 쓰면
도움이 된다 해서 써 보아도 빠지는 머리를 붙잡을 수가 없었다.
차라리 사랑하는 여자가 떠나려 한다면 무릎 꿇고
통사정이라도 해볼텐데 머리칼에게 빌 수는 없지 않는가.
돌아 버리겠다!
이러한 탄식하며 고민하던 날이 수없이 많았다. 속알머리만
없다면 좀 나았을텐데 주변머리까지 점점 줄어들고 있었다.
동창 하나도 대머리의 공포를 함께 겪고 있었다. 허나 그는
누군가의 말을 듣고 일치감치 가발이라는 도피처를 택했다.
아무리 진짜 머리칼을 보여달라고 해도 '피식' 웃기만 하고
보여주길 거부했다.
목욕탕에 담에 한 번 같이 가,
거기에선 할 수 없이 가발을 벗으니까.
친구가 가발을 써도 용감한 이 아저씬 가발 쓰길 거부했다.
자연 그대로가 좋단다. 가끔가다 '인격 있어 보인다!' 든가
'더 멋있어 보인다!'든지 지나가는 말로 남들이 하는 칭찬이
그다지 듣기는 싫지 않았다. 비록 지나가는 말임을 잘 알지만,
때론 빈말 내지는 입에 발린 말일 수도, 냉소적으로 내뱉은
기분이 그다지 좋지 않은 코멘트이기도 했지만 어찌 하겠는가.
대머리가 되는 것이 내 운명인 걸!
이렇게 십 수년을 잘 견뎌왔다. 결혼도 하고, 아들도 하나,
딸도 하나 두었으니 그런대로 잘 살아오고 있는 셈이다.
흥, 머리털 많다고 더 잘난 것 있어?
근데 사건이 터졌다. 대형 사건이다. 다이나마이트 정도의
폭발 사고가 아니었다. 약속이 있어 지하철을 탔다.
지하철 3호선 충무로 역 근처에서 벌어졌다. 약속 장소는
종로 3가였다. 두 정거장만 무사히 갔으면 되었는데.....
노약자석 앞에 서있었던 것이 문제의 발단이 되었다.
마침 노약자석에 앉아 있던 분이 내리자 빈 좌석이 생겼다.
40대인 이 대머리 아저씨는 목적지도 다 왔고, 노약자석이라
그냥 계속 서 있으려는데 옆에서 누군가가 뭐라고 말을 하였다.
얘, 앉으시라고 말씀드려.
쳐다보니 어느 젊은 엄마가 초등학교 4, 5학년쯤 되어 보이는
딸에게 하는 말이었다. 헌데 본인이 앉을 생각을 안하고
머리가 번쩍번쩍 거리는 이 아저씨에게 앉으시라고 시키는 것이다.
이 어여쁜 소녀가 옆에 서 있는 대머리 아저씨를 한참
쳐다보더니 공손하게 말했다.
할아버지, 여기 앉으세요!
천둥 벼락이 이 아저씨의 머리를 강타했다.
할아버지? 내가 왜 할아버지야?
이제 겨우 40대 중반 밖에 되지 않았는데...
멍하니 그냥 선채로 생각을 해보니 아무래도
반질반질한 머리가 문제였던 모양이었다.
사실 얼굴에는 주름이 거의 없는 어찌 보면
동안인데도 불구하고 머리칼이 없다 보니 그 소녀에겐
할아버지처럼 보였나 보다.
그래서 뭐라고 그랬어?
할아버지가 아니라고 그러지?
친구에게 그 이야기를 하자 위로 겸 그렇게 묻는 것이었다.
그냥 아무 말도 안했어.
친구가 농담을 건넸다. 제일 가까운 친구이다 보니
허물없이 하는 말이었다.
주민등록증을 꺼내 나이를 확인해 주지.
에이, 뭐 그렇게 까지.
이참에 가발 쓰는 것을 고려해 보는 것이 어때.
이덕화가 선전에 나오는 것을 보니까 꽤 괜찮아 보이던데.
글쎄, 아주 비싸지 않을까.
적어도 천 만원 정도는 갈 것 같은데.
에이, 그럴리가 있어.
그렇게 비싸면 과연 몇 명이나 사려 들겠어.
마음씨 착하고, 순수한 이 대머리의 중년 아저씨는
졸지에 초등학생 소녀에 의해 '할아버지'가 되는
비운을 겪었다. 두고 두고 조금은 맘 아픈 기억이 되겠지만
관대하고 여유로운 성격을 지닌 그인지라 그리 크게
고민하지도 않을 것 같다.
그래도 친구가 슬쩍 얼굴을 처다보자 머리가 번쩍번쩍
거리면서 눈에서는 눈물이 글썽글썽 거리고 있는 것 처럼
보였다. 조금은 마음이 서글펐던 것일까....
이마가 너무 좁다고 친구가 이야기 하자 약이 올랐다.
이미가 좁으면 마음이 좁고 어쩌고 하는 말이 듣기 싫었었다.
한 번은 그 친구 앞에 나타났는데 이마가 갑자기 넓어졌다.
어찌 된 일이야?
응, 면도칼로 살짝 면도했어. 이젠 좀 넓게 보이니?
그래 그래. 내가 졌다! 히히...
머리털 문제는 유전에 의해 결정이 되는 것 같다.
20대 후반부터 머리 숱이 점점 더 적어지고 있었다.
미치겠다. 이 젊은 나이에 대머리가 되다니, 어휴!
아무리 고민을 해 보아도 소용이 없었다. 어떤 샴푸를 쓰면
도움이 된다 해서 써 보아도 빠지는 머리를 붙잡을 수가 없었다.
차라리 사랑하는 여자가 떠나려 한다면 무릎 꿇고
통사정이라도 해볼텐데 머리칼에게 빌 수는 없지 않는가.
돌아 버리겠다!
이러한 탄식하며 고민하던 날이 수없이 많았다. 속알머리만
없다면 좀 나았을텐데 주변머리까지 점점 줄어들고 있었다.
동창 하나도 대머리의 공포를 함께 겪고 있었다. 허나 그는
누군가의 말을 듣고 일치감치 가발이라는 도피처를 택했다.
아무리 진짜 머리칼을 보여달라고 해도 '피식' 웃기만 하고
보여주길 거부했다.
목욕탕에 담에 한 번 같이 가,
거기에선 할 수 없이 가발을 벗으니까.
친구가 가발을 써도 용감한 이 아저씬 가발 쓰길 거부했다.
자연 그대로가 좋단다. 가끔가다 '인격 있어 보인다!' 든가
'더 멋있어 보인다!'든지 지나가는 말로 남들이 하는 칭찬이
그다지 듣기는 싫지 않았다. 비록 지나가는 말임을 잘 알지만,
때론 빈말 내지는 입에 발린 말일 수도, 냉소적으로 내뱉은
기분이 그다지 좋지 않은 코멘트이기도 했지만 어찌 하겠는가.
대머리가 되는 것이 내 운명인 걸!
이렇게 십 수년을 잘 견뎌왔다. 결혼도 하고, 아들도 하나,
딸도 하나 두었으니 그런대로 잘 살아오고 있는 셈이다.
흥, 머리털 많다고 더 잘난 것 있어?
근데 사건이 터졌다. 대형 사건이다. 다이나마이트 정도의
폭발 사고가 아니었다. 약속이 있어 지하철을 탔다.
지하철 3호선 충무로 역 근처에서 벌어졌다. 약속 장소는
종로 3가였다. 두 정거장만 무사히 갔으면 되었는데.....
노약자석 앞에 서있었던 것이 문제의 발단이 되었다.
마침 노약자석에 앉아 있던 분이 내리자 빈 좌석이 생겼다.
40대인 이 대머리 아저씨는 목적지도 다 왔고, 노약자석이라
그냥 계속 서 있으려는데 옆에서 누군가가 뭐라고 말을 하였다.
얘, 앉으시라고 말씀드려.
쳐다보니 어느 젊은 엄마가 초등학교 4, 5학년쯤 되어 보이는
딸에게 하는 말이었다. 헌데 본인이 앉을 생각을 안하고
머리가 번쩍번쩍 거리는 이 아저씨에게 앉으시라고 시키는 것이다.
이 어여쁜 소녀가 옆에 서 있는 대머리 아저씨를 한참
쳐다보더니 공손하게 말했다.
할아버지, 여기 앉으세요!
천둥 벼락이 이 아저씨의 머리를 강타했다.
할아버지? 내가 왜 할아버지야?
이제 겨우 40대 중반 밖에 되지 않았는데...
멍하니 그냥 선채로 생각을 해보니 아무래도
반질반질한 머리가 문제였던 모양이었다.
사실 얼굴에는 주름이 거의 없는 어찌 보면
동안인데도 불구하고 머리칼이 없다 보니 그 소녀에겐
할아버지처럼 보였나 보다.
그래서 뭐라고 그랬어?
할아버지가 아니라고 그러지?
친구에게 그 이야기를 하자 위로 겸 그렇게 묻는 것이었다.
그냥 아무 말도 안했어.
친구가 농담을 건넸다. 제일 가까운 친구이다 보니
허물없이 하는 말이었다.
주민등록증을 꺼내 나이를 확인해 주지.
에이, 뭐 그렇게 까지.
이참에 가발 쓰는 것을 고려해 보는 것이 어때.
이덕화가 선전에 나오는 것을 보니까 꽤 괜찮아 보이던데.
글쎄, 아주 비싸지 않을까.
적어도 천 만원 정도는 갈 것 같은데.
에이, 그럴리가 있어.
그렇게 비싸면 과연 몇 명이나 사려 들겠어.
마음씨 착하고, 순수한 이 대머리의 중년 아저씨는
졸지에 초등학생 소녀에 의해 '할아버지'가 되는
비운을 겪었다. 두고 두고 조금은 맘 아픈 기억이 되겠지만
관대하고 여유로운 성격을 지닌 그인지라 그리 크게
고민하지도 않을 것 같다.
그래도 친구가 슬쩍 얼굴을 처다보자 머리가 번쩍번쩍
거리면서 눈에서는 눈물이 글썽글썽 거리고 있는 것 처럼
보였다. 조금은 마음이 서글펐던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