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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all we dance?'

노을 4 772
춤을 전연 추지 못하지만, 아니 가히 몸치(痴) 수준이지만 나는 춤이 좋다.
음악의 아름다움에 온몸을 실어 스텝을 밟으며 플로어가 좁다고 빙빙 도는
우아한 몸짓을 보고 있노라면, 보기만 하는데도 알 수 없는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음악을 듣다 왈츠나 탱고가 나오면 혼자 서툰 스텝을 밟으며 온 방 네 구석을 헤집기도 한다. 
 
춤을 소재로 한 영화도 꽤 본 셈이다.
발레 영화인 "안나 파브로바", 이사도라 던컨의 생애를 그린 "이사도라 던컨"을
비롯하여 "더티 댄싱"이니 "프래쉬 댄스"같은 본격적으로 춤을 소재로 한 영화말고도
요한 스트라우스의 "비엔나 숲속의 이야기"에서의 화려한 왈츠나
"여인의 향기"에서 알 파치노가 추던 정열적인 탱고를 보면서 음악만 들을 때와는
또다른 역동적인 감흥에 사로잡히곤 했었다.

젊었을 때 본 영화 "King and I"에서 데보라 카가 율 부리너에게 춤을
가르치며 부르던 "Shall we dance"는 율 부리너의 강렬한 눈빛과 함께 늘 잊혀지지 않는다.

이렇게 춤을 좋아하고 춤에 매료당하면서도 나는 왜 춤을 못 출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우선 속으로는 신명이 많으면서도 그런 신명을 스스럼없이 표현하지 못하는
타고난 쑥맥 기질 때문이다.
그것은 또 어쩌면 그 시절 춤에 대한 인식이 바람난 사람들이나 하는 것처럼 보이던 사회적 분위기를
전연 배제하지 못했던 까닭도 있을 것이다. 

한참 젊었을 때 직장 동료들이나 친구 따라 더러 나이트 클럽이라는 데를 가 본 적이 있었는데
도저히 플로어에 나갈 수가 없어서 구경만 하곤 했다.
이상한 일은 그런 내게 의외로 춤 신청이 잘 들어온다는 것이다.
어떤 사람이, 춤 못 추는 것 지켜봐서 다 알지만 자기가 리드하는 대로 음악에 몸을 맡기고 따라오면
된다고 꼬드긴다.  아, 음악이라면 나를 춤으로 이끌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용기를 내
그 사람이 시키는 대로 자세를 딱 잡는 순간, 내 몸은 그만 딱딱한 막대기처럼 굳어 버리고
귀에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저 어색하고 창피하고 진땀나서 죽을 지경이다 싶을 때 나를 리드하겠다고 호언장담하던 그 사람이
먼저 백기를 들었다.
'도저히 안되겠군요'
그 말을 하며 손을 놓아주는데 살았다 싶으면서도 어쩐지 아쉽고 서운하고 바보 같은 기분이 들어
속이 많이 상했던 기억이 있다.

재작년 연말에 그룹 '에어 서프라이즈'의 한국공연이 호텔에서 있었는데 친구 덕분에 보러 가게 되었다.
연말의 들뜬 분위기 속에 어디선가 아름다운 음악이 마치 폭포처럼 실내를 가득 채우며 흘러나와
그 소리를 따라 가보니 댄스 동호회들의 파티가 지하 볼룸에서 열리고 있었다.
여인들은 가슴까지 파이고 길게 끌리는 드레스를 입고 남자들은 턱시도로 성장을 했으며
영화에서처럼 화려한 샹들리에 불빛 아래 넓은 플로어를 누비며 춤을 추고 있었다.
웬일인지 출입문을 다 열어놓고 지나가는 사람들이 다 볼 수 있도록 해서 한참을 넋 놓고 구경하는데
내 안에서는 몸을 선율에 맞춰 맘껏 움직이고 싶은 욕구가 스멀스멀 살아나는 것이다.
그러나 어쩌랴, 혼자 흥얼거리며  음악에 맞추어 상체를 이리 저리 흔드는 것으로 만족할 밖에...

지금도 나는 춤에 대한 열정을 놓지 않고 있다. 언제라도 여유가 생기면 춤을 배우리라.
그래서 아름다운 선율에 내 몸을 싣고 몸과 영혼이 다같이 무아지경에 한 번 빠져볼 일이다.
춤과 음악은 서로 어울리어 더 빛나고 더 큰 환희를 낳는다.
음악이 몸에 영감을 불어 넣어주고 몸이 선율을 받아 화답하는 그 멋진 순간을 꼭 맛보리라.
'shall we dance?'  춤이 나를 아직도 초대하고 있다. 

4 Comments
노을 2006.12.14 18:00  
  가곡의 방에서 춤 이야기 괜찮나요?
저희 학교 홈피에 올렸더니 선후배들의 숨어있던 '끼'가 마구 드러나기에 너무 재미있어서 내마노에도 올려봤습니다.
요즘 너무 심심해보여서요. 홈피 새 단장을 기하여 춤에 대한 담론을
한 번 벌여볼까 합니다. ㅎㅎㅎ 
송월당 2006.12.14 20:37  
  노을님 춤에 대한 이야기 듣다 보니 시민 대학 스포츠 댄스 반이 절로 그려집니다. 보통 동 사무소에 여러 강좌 안에 스포츠 댄스 반이 있는데 남자들은 안 받아 준다고 제 남편이 한번 호기심에 갔더니 그랬다더군요.
시민 대학 수료식때 구경 온 남편이 스포츠 댄스 발표하는 것 보고 배워 보고 싶다 하여 다음 학기에 등록을 같이 했어요.
헌데 남편은 결석도 가끔하고 지각도 가끔하니 도저히 진도를 따라 갈 수 없어 저 혼자 마치고 다음,다음 학기도 저 혼자 등록하여 이번 학기 까지 4학기를 하게 되었어요.동작 익혀서 음악 맞추어 춤을 추면 참 재미 있지요.거기서도 남자들은 동작 익히기가  어려워 중급반에서 5팀이 발표회에 나가는데 남자는 2명이고 3명은 남장 여자랍니다.
이번 12월19일 수료식에 유열자랑 한팀이 되어 자이브를 한답니다.
노을님 다음 학기에 등록하여 배워 보세요.
김웅범 2006.12.16 09:40  
  언제라도 여유가 생기면 ???
지금 이 순간이 당신의 일생에서 가장 하고 싶은 일을 할 바로 그 순간입니다.
The sooner, the better.
바다 2006.12.16 10:06  
  노을님!
 언제라도 춤을 배워보고 싶은 마음..
저도 제 안에 그런 마음이 가득해요.
  저랑 같이 한번 해볼까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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