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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잎의 여자

열린세상 4 790



한잎의 여자(女子) 1


오규원



나는 한 여자(女子)를 사랑했네.
물푸레나무 한 잎같이 쬐그만 여자(女子),
그 한 잎의 여자(女子)를 사랑했네.
물푸레나무 그 한 잎의 솜털,
그 한 잎의 맑음,
그 한 잎의 영혼,
그 한 잎의 눈,
그리고 바람이 불면 보일 듯 보일 듯한
그 한 잎의 순결과 자유를 사랑했네.


정말로 나는 한 여자(女子)를 사랑했네.
여자(女子)만을 가진 여자(女子),
여자(女子) 아닌 것은 아무것도 안 가진 여자(女子),
여자(女子) 아니면 아무것도 아닌 여자(女子),
눈물 같은 여자(女子),
슬픔 같은 여자(女子),
병신(病身) 같은 여자(女子),
시집(詩集) 같은 여자(女子),
그러나 영원히 가질 수 없는 여자(女子),
그래서 불행한 여자(女子).


그러나 영원히 나 혼자 가지는 여자(女子),
물푸레나무 그림자 같은 슬픈 여자(女子).


++++++++++++++++++++++++++++++++++++++

오늘 아침 신문에서
시인 오규원(吳圭原)의 부음을 보았다.
4 Comments
바다 2007.02.03 12:11  
  제목도 좋고 시도 참 좋군요.
이렇게 아름다운 시를 쓰신 분이 운명하셨다니 삼가 조의 를 드립니다. 그러나 시인께서  남긴 시는 많은 분들의 가슴에 오래도록 감동을 주리라 믿습니다.

열린세상님!
 잘 지내시지요?
금년 4월에는  꽃숲이 아닌 섬진강변에서
두번째 만남이 되기를 빌어봅니다. ㅎ
고진숙 2007.02.03 16:05  
  인터넷을 푹 쉬고 있다가 오늘 열어 보니, 시인 오규원 씨가 작고했다고? 열린 세상 님을 통해 알게 됐군요. 재주가 심오한 분이었는데,
그림이 좋아 옮겨 갔습니다.
장미숙 2007.02.05 11:05  
  한적한 오후다
불타는 오후다
더 잃을 것도 없는 오후다
나는 나무 속에서 자본다.
*
오규원 선생님께서 병실에서 간병 중이던 제자시인의 손바닥에
손톱으로 쓰신 마지막 시라는군요.(아침 신문에..)
旼映오숙자 2007.02.06 12:16  
  저도 오규원의 마지막 시를 어느 시인의 블러그에 남겼지요

한적한 오후다
불타는 오후다
더 잃을것 없는 오후다
나는 나무속에서 자본다.

인생은 짦으나
그의 시는 영원히 남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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