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 갔다 오면서
치과 갔다 오면서
정영숙
60년 넘게 생명을 꼭꼭 씹어오든 하얀 이가
누르스름한 색깔로 바뀌더니
머리. 얼굴. 귀. 마음까지도 울리며 찌른다.
치과 가기 싫어
인내심의 줄을 늘어트리고 실시한 약 효험이 부족하여
할머니께서 하시던 구식 치료를 해도
입 안에서 신경 줄들이 날 비웃고 놀리고 있다
미련의 끝은 버림이다
평소에 친근하든 의사도 버리는 데는
몰인정하다
쇠망친가 뭔가 기구를 들고
주사 한방 놓고 저 구석진데 붙어있는 사랑 이를
쑥! 빼버린다
사랑 이를 왜 빼느냐고 했더니
없어도 괜찮은 이빨이니
썩은 것은 빨리 빼야 된다고 한다
치과의 좁은 계단을 내려오면서
잘 했구나 잘 뽑았구나
이렇게 시원한 것을
버리고 오는 배신이
아픔이 아니고 시원함이라니-
나는 치과의사보다 더 모진가보다.
http://blog.naver.com/jhemi/90911345
정영숙
60년 넘게 생명을 꼭꼭 씹어오든 하얀 이가
누르스름한 색깔로 바뀌더니
머리. 얼굴. 귀. 마음까지도 울리며 찌른다.
치과 가기 싫어
인내심의 줄을 늘어트리고 실시한 약 효험이 부족하여
할머니께서 하시던 구식 치료를 해도
입 안에서 신경 줄들이 날 비웃고 놀리고 있다
미련의 끝은 버림이다
평소에 친근하든 의사도 버리는 데는
몰인정하다
쇠망친가 뭔가 기구를 들고
주사 한방 놓고 저 구석진데 붙어있는 사랑 이를
쑥! 빼버린다
사랑 이를 왜 빼느냐고 했더니
없어도 괜찮은 이빨이니
썩은 것은 빨리 빼야 된다고 한다
치과의 좁은 계단을 내려오면서
잘 했구나 잘 뽑았구나
이렇게 시원한 것을
버리고 오는 배신이
아픔이 아니고 시원함이라니-
나는 치과의사보다 더 모진가보다.
http://blog.naver.com/jhemi/909113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