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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네이션 한 다발을 들고

바다 7 1309
카네이션 한 다발을 들고

어제는 아침부터 짓궂게 쏟아지는 비가 마냥 야속하게만 여겨지던 하루
아침 일찍부터 일어나 서둘건만 아들이 피곤하다고 늦게 일어나 예정보다
1시간 늦게 출발하였다.

가는 길에 거리에서 산  카네이션 한 다발
썩 마음에 들진 않았지만  오늘이 대목이라고 부르는 게 값이었다.

조심스럽게 지하철역에 들어서서 6호선을 타고 신당역에서 내려 2호선을
갈아탄 다음 지하철 안내도를 찾아보아도 동서울이 보이지 않는다.
잘못 탄 게 아닐까?
신문을 보고 있는 중년 남자 분에게 묻는다.
 “동서울을 가려면 어느 역에서 내려야 하는가요?”
 “강변역에서 내리면 됩니다.”
한참을 가니 안내방송이 들리고 터미널에 도착하여 마침 5분 후에 출발하는
양평행 버스를 타게 되었다
.
간밤에 안경이 깨져버려 바깥이 선명하게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나마 볼 수 있음을
감사드리며 자꾸만 창밖을 응시하기 시작했다.
창문에 부딪혀 흐르는 빗방울을 보며 지난번 해아래님이 올려놓은
‘비 오는 날의 수채화’를 생각하며 나름대로 해아래님이 되어 마음 속에 수채화를 그리며...

차 속에서 들려오는 대중가요 99.9가 오늘 따라 마음에 와 닿는 이유는 무엇일까?
“속이 꽉 찬 남자 구십 구점 구 사랑도 구십 구점 구
 거짓 없는 마음 하나로 당신만을 기다리잖아.”
“속이 꽉 찬 여자 구십 구점 구 의리도 구십 구점 구
 거짓 없는 마음 하나로 당신이 보고 싶어서.”

그렇다.
오늘 내가 이 빗속을 뚫고 생면부지의 양평을 찾아가는 것은 거짓 없는 마음 하나로
내가 한 약속을 지키러 가는 것이다.

약 1시간을 달려 찾아간 곳
어쩐지 친정에 큰언니를 오랜만에 만나러 가는 것만 같은 마음
전날 전화는 드렸지만 오늘은 그냥 불쑥 나타나고 싶었던 것이다.

한적한 언덕배기에 자리 잡은 길병원 505호실 앞에 서서 잠시 숨을 고른다.
“똑똑”
“네, 들어오세요.”

나는 난생 처음 혼자서 나들이를 하고 그곳에서 아름다운 오교수님을 혼자
독차지하고 약 5시간을 함께 보냈다.
직접 뵌 것은 이번이 두 번째이지만 그 동안에 글로 나눈 마음이 몇 십 년을 
뛰어넘어 있었다.
음악 이야기
인생을 살아가는 아름다운 이야기
마치 날마다 이웃에서 살며 맛있는 음식 아름다운 노래를 주고받으며 살고 있는 것처럼

병실에서 나오면서 카네이션을 한 번 더 쳐다보며 마음속으로
저 꽃이 시들기 전에 교수님이 병실에서 나오셔서 그리운 집으로 돌아가시기를.
그리고 예전처럼 자유롭게 걸으시며 주옥같은 노래 많이 만드시길 빌면서
아쉬움을 뒤로 한 채
아니 다음에 더 아름다운 만남을 준비하며 작별 인사를 나눴다.
 
효도방학을 맞이하여 연수  휴가원에 쓴 ‘친지방문’
그 약속을 지켰음이 너무 흐뭇하고 그 흐뭇함이 내 가슴 속에 잔잔한 평화가 되어
머물고 있었다.

6시 광주행 고속버스를 타고 집에 도착하니 밤 11시가 넘어 있었으나
이번 서울과 양평 여행의 그 추억에 밤새 내내 행복하기만 했다.
7 Comments
오숙자 2003.05.08 14:26  
  지금 병실 창가에는 맑은 햇살을 가리운 커텐 앞에 카네이션이 실루엣처럼 그림자 드리우고 있답니다.

수퍼맨 처럼 어느새 후미진 양평 읍내에서 출발하여  드디어 밤 11시 빗고을 그곳에
당도 하였군요.

꿈처럼 지나간 시간, 아쉬움 속에서 바다님 무사하게 도착하기를 기도하였지요,
잠시 차속에서 비오는 날의 수채화를 함께  감상하기도 했지만 또 다시 행복한 만남이
언젠가 기다리고 있다는것, 또하나의 기쁨 입니다.

늘~ 푸른 바다님!

그 넓은 마음과 정성, 그리고 사랑은
영원히 내마음에 새기리....... 
음악친구 2003.05.08 16:07  
  함께 동행하였으면 비 오는 날 더 멋진 추억이 되었을텐데...

먹고 산다는 핑계로... 그저 마음만 있어 항상 죄송함뿐입니다

두분 다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서들공주 2003.05.08 21:10  
  바다님 오교수님께 다녀가셨군요.

오교수님, 얼른 나으세요.

찾아뵙지도 못하고 죄송합니다.
규방아씨(민수욱) 2003.05.08 22:23  
  먼길을달려가신 바다님..
반갑게 반갑게 맞아주시는 교수님
두분의 만남
영상으로 떠오릅니다...그 순간의 행복의 향기 전해져오네요
평화 2003.05.09 15:02  
  교수님은 바다님께는 큰언니 같으신 분이신데
저에게는 자애로운 어머니 같은분이십니다.
그래선지 어제 어버이날은 몹시도 그리웠답니다.

제가 교수님께 안부 전화를 드렸을때 마침 바다님과 함께
점심식사를 하신다고 하셨지요.
언제나 밝고 따스한 음성 들을때마다 잔잔한 감동이
전해져 옵니다. 미소 띤 아름다운 모습이 눈에 선했구요.

아름다운 바다님의 정성과 사랑에 힘 얻으셔서 교수님께서
더욱 빨리 나으시리라 믿습니다.
바다님! 먼곳 다녀가시느라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남가주 2003.05.12 02:41  
  바다님! 아니 푸르고 푸른 바다님!

이처럼 마음의 사랑을 실천으로 옮기시는
바다님의 사랑에 다시한 번 감동하곤 합니다.

진실로, 진실로
사랑을 몸소 행하시는...바다님,
아름다운 사랑의 본질을 실천하시는 바다님께
수고하심과 저의 작은 사랑도 평화와 함께 보냅니다.

오교수님,
빨리 완쾌 하세요.
바다 2003.05.12 06:06  
  반가운 남가주님!
아니 남가주 언니!

제가 이렇게 불러도 되겠지요?

늘 하느님 사랑 안에 함께 하고 있음을 실감합니다.
그 날 오교수님과 함께 한 날
교수님과 저는 남가주 언니 얘기도 빼놓지 않고 했답니다.
무슨 얘기인지 언니는 아실 겁니다.

그리고 교수님의 선친을 아주 잘 알고 계신다며 무척 기뻐하셨고
뭔가 보람있는 일을 하시고 계시는 예사분이 아니실거라고 ......

가끔 방문하셔서 남기는 글 빼놓지 않고 읽고 있답니다.
정말 감사드리고 늘 건강하시고 자주 뵙기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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