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에 가서
어머니는 사람 구경이 더 볼만하다고
경로잔치에 가시고,
나도 바람이나 쐬라는 것을
뭐 볼 게 있냐고 들판을 가로질러
아버지를 뵈러갔다.
2년만 더 살았으면 좋겠다던 아버지는 그 해,
억새풀 너울 타고 산으로 가셨다.
‘간다 간다, 나는 간다, 너를 두고 나는 간다.’
상복에 대지팡이 진한 눈물 쏟을 때
아까운 사람 너무 빨리 갔다는,
흰 옷 입은 사람들 사이로
앞으로 갔다 뒤로 갔다 그렇게 노시다가,
외길 논두렁길 건너
꽃잎 흩뿌리면서
다시 못 올 먼 길 떠나셨다.
‘어농, 어농, 어나리 넘자 어와농.’
억새풀 너울 타고 산으로 가신 아버지는
아직도, 혼자서
외길 논두렁길을 지키고 계셨다.
그새, 외길 논두렁길이 많이 여위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