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 > 커뮤니티 > 자유게시판
자유게시판
연주.감상후기, 등업요청, 질문, 제안, 유머, 창작 노랫말, 공연초대와 일상적 이야기 등 주제와 형식, 성격에 관계없이 쓸 수 있습니다.
단, 영리 목적의 광고성 정보는 금지하며 무단 게재할 경우 동의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
기존의 회원문단은 자유게시판으로 통합되었습니다.

씨 감자

열린세상 3 990
씨 감자

감자 씨는 묵은 감자
칼로 썰어 심는다.
토막토막 자른 자리
재를 묻혀 심는다.
밭 가득 심고 나면
날 저물어 달밤
감자는 아픈 몸
흙을 덮고 자네
오다가 돌아보면
훤한 밭골에
달빛이 내려와서
입 맞춰 주고 있네.

+++++++++++++++++++++++++++++++++++++++

우리 마을 내서에 있는 “푸른내서주민회”에서
송년의 밤 행사를 가졌습니다.
그런데 그 가운데서 백미였던 것이 무엇이었나 하면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이 부르는 동요 프로그램이었습니다.
나는 처음에 무덤덤하게 듣다가
가사들이 정말 뜻 깊게 들리는 것 아닙니까.
노래 부르는 아이들은 뒷줄에서 그저 장난을 치면서
앞에서 선생님이 팔이 아프도록 들고 있는
가사 적힌 프롬프트 전지 면은 보는 둥 마는 둥...
그런데 모든 노래가 다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그 가운데서 “씨 감자”라는 노래는 내 가슴을
그야말로 충격에 빠져 얼얼하게 하였습니다.
위의 가사를 보십시오.

그래서 배워보려고 “내마노”에 들렀는데
동요부문에서 찾았지만 없었습니다.
운영자님 올려주시기를 간곡히 부탁합니다.
3 Comments
요들 2005.12.21 20:08  
  열린세상님... 건강 하시지요?
정말 오랜만에 의미심장한 님의 메세지를 만나니
반가운 마음 입니다.
노랫말을 읽으면서 옛날? 텃밭에 감자 심던 생각에
잠겨보면서... 노랫말 그대로 입니다.
펌프 물을 올리기 위해서 '마중 물' 한 바가지가 필요했고
내년의 수확을 위해서 '씨 감자'가 필요했고...

노루 꼬리 만큼 남은 올 한해를 마무리하는 이 시점에
'씨 감자''와 '마중 물'이 필요함을 되 새기면서
의미를 부여하고 싶습니다.
새 해에도 열심히 닫힌 세상에서의 열린 세상님의 활동을
기대해 봅니다. 감사합니다.
.............. ^)^* 
김경선 2005.12.22 15:16  
  "씨감자 (이원수 시 백창우 곡)"를 통해
잊혀진 추억을 되살려 주시니 감사!

감자씨는 묵은 감자
칼로 썰어 심는다
토막토막 자른 자리
재를 묻혀 심는다
김형준 2005.12.23 04:33  
  내 마음 속에서 지금 감자밭을 걷습니다.
감자 줄기를 밟을까봐 조심조심 좁은
사이 공간을 걸어갑니다. 약간은 어스름한
밤입니다. 곁에 늘 있어주는 친한 친구와
걷습니다. 말이 전혀 필요없습니다.
어느새 감자님도 내 친구가 되었습니다.
조그마한 초록색 들풀들도 내게 노래해 줍니다.
어느새 내 어릴 적 놀던 산과 들 속에 들어와 있습니다.
누군가 딱히 보고프지는 않습니다.
그저 아무런 복잡한 생각하지 않고,
가슴 깊이 샘솟는 그 순수한 기쁨이 나를 꼭 껴안아 줍니다.
'엄마야, 누나야 강변살자', '우리 오빠 말타고 서울 가시면...',
'낮에 놀다 두고온 나뭇잎 배는...' 이렇게 아름다운 노래들을
서서히 낮게 불러봅니다. 눈에는 어느새 눈물이 고입니다.
그러한 시절이 있었다는 것만으로 그만 행복해집니다.
아무런 욕심도 없었고, 아무런 질투심도 없었습니다.
그저 감자밭에서 감자와 놀고, 산에서 까치의 색깔을 느끼며,
이리저리 거닐 수 있었던 그 때가 내 마음에 순결을
유지시켜 줍니다. 나와 늘 함께 하는 내 친구가 고맙습니다.
바쁜 중에도 함께 오케스트라의 콘서트에 갔습니다.
그렇게 함께하는 좋은 추억이 하나 더 생겼습니다.
그저 그 자체가 큰 축복입니다. 감사하는 마음이 절로 입니다.
삶은 이렇게 아름다운 것입니다.
제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