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일
내가 듣고 보고 스쳐가며 어울려 사는 동안 그 사람이 살아가는 자세와 세상일에 이바지하는 모습을 볼 때 내가 존경할 수밖에 없는 천생 시인인 사람과 나중에 알고 보니 아마도 밤마다 한 이부자리에서 잠들 시인 한 분을 지난 해 말 어느 남쪽 바닷가 항구의 갯내 나는 3층 건물에서 철썩이는 파도보다 더 큰 울림으로 다가오는 우리 가곡의 합창 속에서 만났는데 그 시인은 조곤조곤하고 조그맣지만 정감 있는 목소리로 자기의 [시처럼 음악처럼]을 낭송하였고 시인 부부 두 사람이 시골의 한적한 바닷가 작은 마을에 산다기에 그래서 나는 속으로 언제 한번 가보지하며 돌아와 그 시인이 사는 마을 이름을 기억 속에 떠 올리며 그곳이 어디며 그 곳에 가려면 어느 길로 가면 될 것인가 생각하며 인터넷으로 그 시인 내외가 산다는 마을을 찾아보기도 하며 따뜻한 봄날이면 꼭 한 번 찾아 가 보아야지만하고 지났는데 해가 바뀌고 정월도 채 다 가기 전 어느 날에 내가 일하는 사무실로 그 시인이 내게 보낸 우편물이 도착하였는지라 보니까 <유귀자 산문집 [마음만 맞으모 사니라]>고 인쇄된 봉투인데 아마도 새로 낸 시인의 책인가 보다 생각하고 스카치테이프로 봉한 봉투의 날개 겨드랑이 밑을 똑똑 칼끝을 부러뜨려가며 쓰는 칼끝으로 그어서 열어보니 아 놀라지 마시라 내가 그 시인을 처음 만난 그 자리에서 살펴보고서 탐을 내었던 그 시집이 들어있더라 얼핏 책을 쥐고서 앞뒤로 파르르 넘기면서 짚이는 데로 뒷부분에 있는 어느 시인이 쓴 시평을 읽었는데 그 글에 내가 앞에서 말한 내가 아는 천생 시인의 이름을 보았고 아 이 시인이 그 시인하고 동반자구나 생각하니 정말 어울리는 분위기의 두 사람이구나 생각하여 다시 보게 되더라 책 속에는 내 이름을 쓰고 서명을 하였고 그와 함께 아름다운 [통영운하 야경] 그림이 있는 우편엽서에 인사말을 써 놓아 정말 반갑고 고맙고 기쁘고 즐거운 마음이 내 가슴에 그득하게 되면서 그럼 나는 어떻게 인사하지 생각하여 보니까 마땅히 시인을 기쁘게 할 그 무엇이 내게는 없어 이렇게 그 사연을 적어서 사진과 함께 내 블로그에도 올리고 우리를 만나게 한 사이트에도 올리고 그 내용을 적어서 시인에게 편지로 보내야겠다고 생각하다가 종래에는 아 나의 글에 곡을 붙인 시디도 한 장 보내야지 생각하게 되고 또 [마음만 맞으모 사니라]는 꼭 사서 읽어보고 다음에 시인을 만날 때 그 글을 읽은 소감으로 이야기를 시작하여 보리라 작정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