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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 때문에

아까 11 829
초등학교 2학년인 우리 둘째(일명 아까)는 며칠전 감기에 걸려 많이 아팠습니다.
퇴근하고 돌아오는 엄마에게 지금 당장 선생님께 전화를 해 보라고 성화가 대단했습니다.
뭔가 대단히 자랑할 만한 일이 생긴 듯 했습니다.
불행히도 전화 번호가 없었습니다.
그랬더니 이제는 편지를 쓰라고 합니다.
이유인 즉슨 선생님께 대단한 칭찬을 들었다고 합니다.
자기가 아픈데도 보건실에도 가지 않고 열심히 발표하고 열심히 공부해서 선생님께서 굿, 굿, 베리 굿이라고 하셨답니다.

선생님께 확인해 보라고 합니다.
아들의 성화에 못이겨 편지를 썼습니다.
편지 끝에는 빨간 볼펜으로 이 글이 맞으면 동그라미를, 이 글이 사실이 아니면 곱표를 하는 란 까지 만들라고 합니다.

이튿날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에게 선생님께 동그라미를 받아왔냐고 물었더니 부끄러워서 내밀지를 못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 엄마, 나 오늘도 많이 아팠는데 열심히 발표하고 공부해서 칭찬 들었어요.
그런데 제가 왜 보건실 가지 않고 열심히 공부했는지 아세요?"
" 왜 열심히 공부했는데?"
"제 인생때문에 공부했어요."
"그랬니? 공부하고 인생하고 어떤 관계가 있는데?"
"공부 안하면 거지 돼요.
 저는요. 대통령이 될 거 거든요."
"그런데 어떻게 인생이 생각났니?"
"엄마가 공부하라 공부하라 하시니깐 제 인생이 생각이 났어요.
 그래서 열심히 공부했어요."

회원 여러분.
저는요. 영부인은 이미 포기했구요.
그런데 30년 후에는 대통령의 어머니가 될 몸이에요.
저한테 지금부터 잘 보이시면 나중에 혹 덕이라고 보실지. 누가 아나요?

요즈음 학기초라 집에 도착하면 아이가 자고 있어요.
그래서 숙제 , 일기등을 거의 원격 조정한답니다.
학교 갔다오면 저한테 전화를 하고 그러면 원격조정이 시작된답니다.

며칠전에 치른 받아쓰기가 몇점인지 항상 궁금해 하던 아이가
"엄마. 나 오늘 받아쓰기  50점 맞았어요. 그런데 합치면 140점이다."
알고보니 지난번 받아쓰기가 90점이었던 것입니다.

차마 엄마로서 합치면 200점 되는 친구도 있다라는 말은 할 수가 없었습니다.
" 그래. 많이 좋아졌구나. 더 열심히 하자."
"  엄마. 난 받아쓰기가 제일 힘들어.
  다음엔 200점 받아올께요."

오늘도 늦게 귀가했더니 아이는 벌써 자고 있었습니다.
다행이 일기도 써 놓았네요.

            <아까의 일기>

난 오늘 밖에 나갈려 했다.
근데 비가 몹시 네려서 밖에 뫃 나갔다.
또 일기를 쓸 떼 어떻게 쓸지 몰라 시간이 몹시 걸렸다.
오늘은 정말 안 좋은 하루였다.

지금 이 일기 받아쓰기 몇점 인가요?
네 줄 쓰는데 세 글자나 틀렸네요.

회원 여러분. 받아쓰기 100점 맞는 비결 없나요?
저 좀 도와 주세요.
11 Comments
바다 2004.04.06 23:45  
  엄마와 아들은 정말로 사랑하는 사이 부럽군요.
그리고 앞으로 대통령어머니가 되실 분을 미리 만나 이렇게 기쁠 줄이야.
아까가 저의 인생때문에 공부를 열심히 한다니 얼마나 대견한가요.
그까짓 받아쓰기 못해도 괜찮아요. 읽을 줄만 알면 되지요.

제 딸아이가 1학년때 받아쓰기를 100점 맞은 것만 보여줬더군요 .
어느 날 청소하다가 모처럼 긴 빗자루로 농 밑을 더듬었더니 그 곳에
숨은 받아쓰기 시험지 100점이 아닌 것이 수두룩했어요. 그런데 제 딸 무척이나 똑똑하게 컸고 나중에 이른바 일류대학 가더군요.

아들은요.
받아쓰기 50점을 맞아와도 너무나 떳떳하더군요.
하루는 하도 기가막혀 50점짜리를 벽에 붙여 놓았더니
"마음대로 하세요!"하면서 괸심도 없더군요.
그 아이도 제법 괜찮게 자랐어요.
그 애도 대학도 괜찮은데 갔구요.
대학입학 시험볼 때 받아쓰기는 안보니 아까보다 걱정마라고 하세요.
아까가 너무나 이쁘군요. 받아쓰기는 6학년도 잘못해요
아까 2004.04.07 00:06  
  바다샘.
저 힘 내야 겠어요.
받아쓰기 못해서 대학 못 가면 어떡하나 걱정했는데.
알고보니 받아쓰기는 대학 입학 시험에 없네요.
하느님.
감사합니다.
톰돌이 2004.04.07 01:19  
  초교생이 인생이란 단어를 썼다는것이 쇼킹합니다 하하하
톰돌이 2004.04.07 01:20  
  초교생이 인생이란 단어를 썼다는것이 쇼킹합니다 하하하
아마도 저는 그친구에게 이미 잘보인바 있으니
훗날 대통령과 만찬도 가능하겠네요 어험...
우 리 2004.04.07 08:35  
  여기... !

한석봉 어미 같으신 어머님 사랑 그지 없으니...
이해 어린 봄
아드님 과 동갑 갔네요...
나리 2004.04.07 10:24  
  아까님!!

"진짜 아까" 이야기를 읽으면서 내내 흐믓한 미소가 떠나질 않습니다.

어쩔수 없이 원격 조정을 하셔야 하는 아까님의 아린 마음..

그러나, 아이를 늘 끼고 사는 엄마도 어찌하지 못 하는 부분이 아주 많답니다.^*^

어린 아까의 건강하고 활기찬 모습이 아주 보기 좋습니다.
장미숙 2004.04.07 10:33  
  저는 이 나이에도 한글맞춤법이
참 어렵고 까다롭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아파도 잘 참는 장한 아드님 파이팅!!!

서들비 2004.04.07 13:05  
  ㅎ ㅎ ....
우리아들은 아까보다 열살은 더 많은데,
인생에 투자해야한다고 아무리 열변을 토해도,
"알고있어요.!"
그 한마디로 일축하는데........
부럽습니다.  ^^*
정우동 2004.04.07 23:25  
  초등학교 2학년에서 제 인생 챙기는 아까는 확실히 옹골찬 아이입니다.
아이의 희망이 대통령되기 인데다 그 어머니는 한수 더 나아가서 
first mother 자리 감당하고도 남을 마음씨-소양과 능력 갖기에 힘쏟고
있음을 나는 진작부터 알고 있습니다.
아까가 그 목표를 달성하고, 엄마가 부디 그 소원을 이루기를 바랍니다.
음악친구♬ 2004.04.08 00:19  
  ^.^
잘 부탁 합니다
대통령 어머니~!
와~대략 40년 후면 나도 청와대서 점심 식사 얻어 먹을수 있겠네요
근데 그때면 질긴 갈비보다 부드러운 칼국수가 낳겠어요
아무래도 그 나이면 틀니를 끼우지 않을까?~~~
ㅎㅎ~

근데 우리 아들은 장래희망이 맨날 맨날 컴퓨터 게임만 하는 거라는디~
우짜면 좋을까유?
동심초 2004.04.09 11:04  
  ^*^ ^**^
모두들 자식 사랑하는 마음 때문에 머리들이
무거우시겠네요^^
난 아들이 없으니 대통령 엄마가 될 일은 없을 것 같구요
그대신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아이들이 즐겁고 행복하게
노니는 모습 보니까 어떻게 해야 늘 저헐게 행복하게 놀게
해 줄 수  있을까 고민이 되네요. 우짜면 좋을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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