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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살 나도록 그리운 아버지

정병국 5 1037
몸살 나도록 그리운 아버지....


해가 저무는 봄 밤의 황혼을 마주하며

속 으로는 수 만 번을 부른 그러나 결코 입밖에 내 본 적이 없는

아버지 당신은 내게서 아주 먼 곳에 있습니다.

꿈 속에서 조차도 그리워 아버지를 불러 볼 때면

마냥 서러움 투성인 유년의 기억조차 혼미하답니다.

어린 몸으로 겨워서 아버지 힘이 아쉬울 적 마다

허방을 짚고 넘어지면서 맛 본 ,그 쓰린 단념들을

목이 메이도록 삼킨 어린가슴 그 깊은 속에 당신은

어혈같은 흉터 만으로 오래도록 줄기져 있습니다.

가족들 동반 자살을 기도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사진조차 한 장 없는 지금 당신은 모습도 형체도 가물하답니다.

어머니와 설운고비를 하나하나 넘기며 웃다 말고

서로 말없이 자주 마주 바라본 까닭은 그 날의 주체 못 할 안도감 때문이 아닌,

또 다시 무수히 닥쳐올 시퍼런 강물같은 삶을 어떻게 건널까 하는

그 시퍼렇기만한 암담함 때문이었습니다.

커다란 몸둥이 하나로 허세처럼 세상을 이기며 살다가

몹시도 그리워 하던일을 멈추고 당신을 상념하다 보면

울컥 가슴이 메어지며 아버지,아버지를 눈물로 불렀답니다.

저 어딘가에 살아 계신다면 이 큰 덩치로 덩실덩실 달려가

와락 안기며 당신뒤에 숨어 세상을 잠시 동안이라도 가리고 싶어집니다.

서른 세 번의 제사를 공주같은 딸들과 드리는 이 봄 밤

메밀꽃 같은 별들이 무수히 뜨는 저 하늘 어딘가에서

잔뜩 메이는 목을 숨기시며 뒤돌아 보시는 모습이 보인답니다.




5 Comments
달마 2006.01.07 15:38  
  思父曲 부럽습니다 !

돌아다 보실거 맞습니다.
지도 시린 추위만한 이별했더랬거든요...
가실 땐 이별 신고 아들에게 하고 가신분였습니다...
동병상린인가요 ?
병술년 병째로 시무식해보고 싶은분 만나 보람있을겁니다.
삶보다...
항상 처럼 살아낼일 눈치 보는 삶이 졸망졸망 눈에 스칩니다

늘 처럼 !
좋은 글 주십시요 !!
請 놓고 고마움 반가움 놓고 갑니다...

    권    운  拜

정병국 2006.01.07 18:08  
  달마님!
아마도 마음에 그리움을 이렇게 털면서
또 한해를 맞이 한답니다.
이제 떨치고
힘차게 나아가렵니다^^
김형준 2006.01.08 01:47  
  아버지, 불쌍한 우리의 아버지!
역사란 비극이 몰고온 이별과 무정
그저 한 가족 모여 살 수 있었다면
큰 어려움 없이 서로 아끼고 살았을텐데.....

일제점령기를 거치고, 분단을 거치고,
동족 상잔의 슬픔과 고통을 준비도 안된
어린 몸으로 하나 하나 겪다보니
몸과 마음이 자연스레 전신마취 상태가 되었다.

아버지, 우리의 무력한 아버지!
해준 것 없기에, 해줄 게 없었기에
늘 고개 한 번 제대로 들지 못한 아버지!
자신의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도 표현못한채
어느새 50년의 세월을 훌쩍 넘겼다.

그저 그 모든 비극과 슬픔이
아버지의 마음 가장 깊숙한 곳에서
털어버릴 수 없는 생채기되어
전혀 나을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아들 대에서 아물까
손자 대에선 좀 나아질까.
그렇게 역사의 비극은 말없는 사슬되어
여러 세대를 함께 묶어 버린다.
우리 아버지는 그 사이 어디로 가버리셨다.
旼映오숙자 2006.01.08 14:59  
  나이가 드니 부모님과 함께 할 수 없는 그 많은 세월이 흘러갔음
을 알게됩니다.
떠나시고 없는 지금, 후회와 가슴아픈 그리움으로 가득하지요
김 형준님 역시 아버지의 그리움으로 마음 가득 목메이시군요...
김형준 2006.01.09 11:20  
  사랑을 표현할 수 없는 마음도,
원망을 할 수 없는 상태도,
우리에게는 이별로 다가오겠지요.
'가고나면 후회할 걸'하고 타이르다가도
또 다시 후회할 행동을 하는 것이 인간인 모양입니다.
함께 살아 있는 사람들에게 '사랑합니다.'라고
말로 표현하고, 서로 사랑스런 눈으로 악수를 하고,
따스하게 안아줌으로써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살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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