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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뚝새

김순진 8 1008
굴뚝새/ 김순진


찬밥 한 그릇
신김치 숭숭 썰어
무쇠 솥에 안치며
짚불을 넣으니
굴뚝새 한 마리
포르르 굴뚝을 빠져나와
어둠을 산란하며
뽕나무 덤부사리로 숨어든다.

대젓가락으로 집을만한
건건이 하나 없는 밥상
무청쪼가리짠지 하나를
산돼지라도 잡은 양 꿰어
김치죽 만찬이 열리면
아버지는 벌레 먹은 콩을 씹듯
서글픔을 깨물며 한숨을 내쉬고

꺼질 듯 팔랑이는 가물한 등잔불에
아이들은 그림자처럼 풀쩍 자라더니
에미 잊는 새처럼 날아가
제 둥지를 돌보지 않는다. 
8 Comments
김순진 2006.01.05 07:33  
  우리네 부모님들은 우리를 그렇게 어렵게 기르셨건만
가정이란 이름으로 굴뚝새처럼 빠져나와
부모님을 모시지 못함을 송구스레 생각하며 쓴 시입니다.
김형준 2006.01.05 11:59  
  어릴 때 살던 기억이 살며시 떠오릅니다.
먹을 것 입을 것 별로 없었던 시절에도
그저 산으로 들로 뛰어 다니며 친구들과
자연과 하나되어 즐겁게 놀았습니다.
태양도, 달도, 산도, 냇물도 다들 우리의
친구가 되어주었습니다.
쑥도 캐고, 콩도 볶아 먹고,
자기 무게를 견디다 못해 떨어진
절 근처 밤나무 아래 밤들도 주웠습니다.
예쁜 계집아이들과 뜀뛰기도 하고,
얄구진 머슴아이들과 산도 기어 올랐습니다.

그 순수했던 어린 시절이 그립습니다.
별헤아림 2006.01.05 15:53  
  그 굴뚝새처럼 빠져 나와
수시로 근심까지 안기는 굴뚝새도..ㅎ.ㅎ.

김치죽이 먹고 싶네요. 갑자기.
김순진 2006.01.05 20:59  
  옛날엔 가진 것 없어도 행복했는데
지금은 여유가 있어도 각박하지요.
추억이 새록새록 하신가봐요. 김형준 선생님!
고맙습니다.


별헤아림 님!
별이 모두 몇 개인줄 아세요?

별은
동쪽에 빽빽, 서쪽에 빽빽, 남쪽에 빽빽, 북쪽에 빽빽
사 이 사 이 스물 스물 모두
팔백 쉰 두 개랍니다.

아셨지요? ㅎㅎㅎ
流浪忍 2006.01.06 00:24  
  시는 추억이고 자연이고 사랑인게 맞는거 같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김순진 2006.01.06 10:15  
  유랑인 님!
가입인사에도 환영해 주시고
여기 글에도 덧글 올려주시고
좋은 분 만나 기쁩니다.
고맙습니다.
자 연 2006.01.07 14:23  
  고향 정경어이 이리 만나히
펴 놓으셨는지요 !
반갑습니다 ...

이해엔 버릇 처럼
이공간에 좋은글 많이 주실거지요...

늘 고마워 할겁니다...
김순진 2006.01.08 23:30  
  자연 님!
건강하시고 복 많이 받으세요.
네, 가끔 와 향수를 부르는 시 올리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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