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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의 심정

바리톤 2 837
  저는 아이가 없습니다. 하지만 요즘 부모님의 심정을 어느정도 경험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교회에서 중고등부아이들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중고등학생 즉 청소년들은 정말 쉽지 않은 아이들 입니다. 객관적으로 볼 때 재능이 없지만(편견이 아니라 사실입니다.) 가수가 되겠다고 보컬과 춤을 배우러 다니는 아이, 고민하고 또 고민하다가 결국 앉혀놓고 충고를 해 줄 때 반항하는 아이, 교회에서 다른 일은 성실히 하지만 예배 시간이 되면 나가있는 아이들, 정말 이런 아이들을 어떻게 해야하는가 때로는 잠을 설치면서 까지 고민을 하게 됩니다.

비록 교회에 다니는 아이들이라 할지라도 힘든 아이들은 어디에나 있기 마련입니다.

  가수가 되겠다고(정말 재능이 없습니다. 미안한 이야기 이지만 그렇습니다. 제가 어느 정도는 압니다. 노래하는 목소리도 자세하게 들어보았으니까요.) 다른 일을 등한시 하는 고등학생에게 조심스럽게 정말 조근 조근 충고를 해 주는데 대드는 소리를 듣고 저는 그냥. "알았다." 라고 말하면서 자리를 털고 일어났습니다.

  교회에서는 아이들에게 함부로 야단을 칠 수 없습니다. 세상에서 이리저리 힘든 아이들에게 교회에서 까지 야단을 친다는 것은 정말 불가능합니다.  그저 "알았다."며 한마디 하고 혼자 자리를 털고 일어나 혼자걸으면서 애타는 마음을 홀로 삭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아이들을 보면서 저는 저를 키울 때 부모님이 얼마나 힘드셨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사춘기 시절 부모님께 반항을 할 때 그저 "알았다."라고 자리를 일어나신 부모님의 심정을 조금이나마 헤아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내 아이가 잘 되기를 바라지만 때로는 매를 들고 싶지만 차마 매를 들지 못하고 그저 "알았다" 한마디 하고 그 자리를 피할 수 밖에 없는 부모님의 마음....

  오늘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 속에서 제 앞자리에 앉으신 할아버지께서 아들에게 서운한 것이 있으셨는지 귀 기울여 주지 않는 버스기사분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을 듣게 되었습니다.

"기사양반! 딸이 있어야 해. 아들녀석 다 소용없어."

그 말을 들으니 어찌나 슬퍼지던지요.

"나실제 괴로운 다 잊으시고 기르실 때 밤낮으로 애쓰는 마음 진자리 마른자리 갈아뉘시고 손 발이 다 닳도록 고생하시네"

  제가 맡은 아이들이 제게 반항하는 모습 앞에 무능한 저를 보면서 제 앞에서 매를 들지 않고 무능하셔야만 하셨던 부모님의 심정을 깨닫게 됩니다.

 
2 Comments
산처녀 2007.06.10 10:55  
  부모의 심정 !
그것을 어찌 한마디로 요약해서 말 할 수 있나요.
저역시 크면서 아니 성장해서 부모님의 속을 누구보다 많이
썩혀 드린 장본인으로서 자식을 키우면서 아 내 부모님도
이런 마음이셨겠구나 가슴을 칠 때가 한두번이 아니였습니다.
이제 내가 늙어 부모가 되어 보니 내 아이들의 마음을 이해해야 되는데
살아온 것이 벼슬이라고 또 나도 걱정만 하게 되는군요.
정문종 2007.06.10 19:20  
  "기사양반! 딸이 있어야 해. 아들녀석 다 소용없어." 라고요? 그래서,,, 며느리는 "사랑해서는 안될사람,,," 아들은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 그리고 딸은 "아직도 그대는 내 사랑,," 이라더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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