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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옥이》

단암 3 1092
《미옥이》

삼거리 이발소 거울 속에서
미소 짓던 당신 모습이
정녕 마지막이 될 줄 알았더라면
그때 조금은 덜 수줍어 할 걸 그랬어요.

스쳐간 열한 살 한 순간이
이리도 오래 갈 줄 뉘 알았나요
그날 實科 시간 이후 당신모습 안 보여도 몰랐어요
그러던 당신이
거울 속에 나타났을 때   
한동안 보이지 않았음을 알았지요.
 
그때 조금은 덜 수줍어했어야 했는데
열두 살 박박 머리는
당신의 눈길 피하느라 애쓰며 볼만 붉혔으니
그날 이후 다시 못 볼 줄 뉘 알았나요

삶이 시위를 떠난 화살인 줄 이제사 알고 보니
당신은 까마득한 곳에 있고
나는 뒤돌아 당신을 찾으려하지만
너무 멀리 지나쳤어요

그때 조금은 덜 수줍어 할 걸 그랬어요

2004. 5. 28  -丹岩-

미옥이는 성이 서씨로 국민학교 동창이다. 1960년대의 산촌 학교가 대체로 그랬듯이 동급생이라도 연령차가 컷다. 더군다나 1년을 일찍 들어간 나와 미옥이는 아마도 서너 살 차이는 있었지 않았을까 한다. 그 미옥이에게서 나는 누님의 향기를 느꼈는지도 모른다. 미옥이는 국민학교마져 5학년에 중퇴하고 집안 살림을 도운 것으로 알고 있다. 6학년 때 엄마와 함께 간 이웃동네 이발소에서 바람 쐬러 나온 미옥이를 만났다. 이미 성숙한 처자였던 미옥이는 날 보더니 웃음으로 인사 했지만 나는 아무 말도 못했다. 

3 Comments
바 위 2007.05.31 13:41  
  단심가 불러 보면 사철가 호남가 듯

건들마  고향바람 속절없음 스쳐가네

아련이 고향 마을운기 보이는듯 하여라


단암님
눈빛이 생각나요
산길에서 만나시지요

고맙습니다...
바다 2007.06.05 18:58  
  미옥인 지금은 어디에 있을까요?
 중년을 넘어가고 있겠지요
까까머리 소년의 기억 속에 이렇게도 자리하고 있는 줄도 모르고..
세월아
무정한 세월아....
단암 2007.06.19 10:16  
  가무잡잡한 피부, 약간 뻗은 앞니, 선한 눈동자로 기억됩니다.
제가 전학간 학교에서 1년 정도 같은 반으로 지냈습니다.
저희 엄마와 마지막 외출로 기억되기도 합니다. 정말 속절 없는 세월입니다.
두분 선생님 건강하시고 좋은 글 많이 읽게 해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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