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 > 커뮤니티 > 자유게시판
자유게시판
연주.감상후기, 등업요청, 질문, 제안, 유머, 창작 노랫말, 공연초대와 일상적 이야기 등 주제와 형식, 성격에 관계없이 쓸 수 있습니다.
단, 영리 목적의 광고성 정보는 금지하며 무단 게재할 경우 동의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
기존의 회원문단은 자유게시판으로 통합되었습니다.

앵두가 익었어요

바다 10 1804
앵두가 익었어요

바다/박원자

물앵두가 그야말로 먹음직스럽게 새빨갛게도 익었다.
작년에는 몇 개 열리지 않아 아껴두었다 따먹으려 했는데
자고 일어나니 새들이 다 쪼아먹어버려 단 한 개도 맛을 보지 못했다.

 어렸을 때 간식이 귀한 시절
뒷집 정식이네 집엔 물앵두나무가 3그루 정도 아주 큰 나무가 있었다
해마다 5월이 되면 정식이네 앵두나무를 보고 군침을 삼키면서 얼마나
부러워했던가. 어쩌다가 정식이 할머니가 한 접시를 주면 입속에 넣고
눈깔사탕처럼 굴리며 아껴먹었던 기억이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옛날 우리집 뒷담밑에는 보리앵두가 있었다.
보리앵두는 물앵두에 비해 좀 더 늦게 익고 맛이 더 새콤하였다.
친구 미자와  그걸 따먹으로 언덕을 올라가다 미끄러져  얼마나
큰 상처를 입었는지..
그 어린시절 엄마에게 말하면 병원으로 꿰매로 간다고 숨기고 숨겼던 일 .
엄마가 달밤에 보릿단을 이어나를 때 통증으로 잠을 못자고 일어나 꿍꿍
 앓았던 그 시절.

큰집 할머니가
"아가, 왜 그렇게 꿍꿍 앓느냐?"
그때서야 사실을 고백하였더니우리엄마
"내 강아지가 얼마나 아팠을꼬,아가 !"
하고 안아주시며 등을 쓰다듬어 주시던 기억.
어머니는 가셨지만 그날의 추억은 눈앞에 한폭의 수채화처럼 어른거린다.

 이 앵두를 이번엔 딸과 함께 땄다.
딸은 신기한 듯 맛있다며 좋아했다.
그날밤 딸은 바구니에 앵두를 제 아빠와 다 먹어버렸다.

딸도 이제 7월이면 공부하러 떠난다.
내년 그곳에서 앵두가 익을 무렵 엄마와 함께 사다리를 놓고
앵두 따던 일을 생각할까.
먼훗날 이집에서 제 딸아이와 앵두 따며 이 이야기를 들려줄까...

2007.5.26

10 Comments
바 위 2007.05.30 00:38  
  앵도야 입술고와 어쩔거나 아가야

사랑은  너처럼만 자라나서 웃는고야

네 안긴 가슴 바다인줄 알고살고 가려마


세상에
분양 제일 잘하는 이별할줄 아는이
모녀 지간 맞구나

숙명은
숙명 그대로 동정끝 물면 되리라
존글엔 향기기 돕니다

고맙습니다 @
저녁노을 2007.05.30 07:26  
  매화꽃, 벚꽃,앵두꽃을 잘 구별하지 못했는데...
동네처녀 바람 나겠네.
단암 2007.05.30 10:58  
  보리앵두, 물앵두, 시골출신이지만 처음 듣는 종류들입니다. 그냥 앵두로만 알았거든요. 다만 산에 자생하는 앵두중에 '이슬앵두'라는 예쁜 이름을 가진 앵두를 알고 있습니다. 읶기전에는 맛이 쓰고 읶어봐야 신맛이 강해서 이름값을 못했지만요. 선생님의 글을 읽으니 비 오는 날(빗 소리에 나무가지 흔들리는 소리가 들리지 않기 때문에) 할아버지 화원에 숨어들어 앵두를 따던 생각이 납니다.
淸 岩 2007.05.30 11:52  
  바다님 -
앵두가 맛있게 익었군요.
어릴 때 앵두 다 먹던 추억이 생각 납니다.
사진으로 올려 놓으신 앵두 따는 분이 바다님이신가요.
사진이 멋 있게 잘 나왔네요.앵두 따는 추억도 오래 오래 간직 하시고
바다님의 모처럼 올려주신 글 잘 읽었습니다.
늘 행복 하세요.
바다 2007.05.30 13:05  
  바위님! 
잘 지내시는지요?
 이번 마포가곡부르기에 혹시나 오실까
 열린 문으로 눈을 자주 보냈건만 역시나
늘 산신령으로만 머무시는지.. ㅎ

저녁노을님!
저도 이 꽃들을 구분할 줄 모르는데
금년에야 집에서 피는 꽃들을 보고 알았답니다.
그 옛날엔 앵두나무가 우물가에 있었나봐요.

앵두나무 우물가에 동네처녀 바람이났네
 물동이 호미자루 나도 몰래 내던지고
 말만 들은 서울로 누구를 찾아
예쁜이도 금순이도 밤봇짐을 쌌다네.ㅎ

단암님!
 요즘 좋은 글 올려주시는데도 미쳐 답글을 드리지 못해 죄송하군요.
 제가 알기로는 물앵두는 키가 크면서 보리앵두보다 더 빨리 익고요.
앵두에 자루가 있어요. 보리앵두보다 더 달콤하고..
지금 저희집에 보리앵두도 있는데 아직 새파랗습니다.
맛도 물앵두만 못하고 자루도 달리지 않았어요.
어린시절 물앵두나무 있는 집이 부러웠지요 ㅎ

 청암님!
사진속의 아줌마는 저 맞습니다.
호를 가지고 계시군요.
혹시 광주쪽에서 무슨 활동을 하고 계신지
검색을 해 보았지만 알 길이 없었지요
 글로 보아 분명 글쓰시는 일을 하시는 분 일 것 같다가도 혹시 화가이실까?
아님 서예가이실가 학교 선생님이실까..
나름대로 상상해 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늘 행복하시길 빕니다.
장미숙 2007.06.01 12:39  
  바다 선생님!
따님과 함께 앵두를 따는 고운 추억을 간직하셨으니
이제 곧 타국으로 공부하러 가는 따님을 생각하시면서
내년.. 후년의 앵두를 따셔야겠지요
푸른꿈을 안고 유학을 떠나는 따님의 앞날을 축복합니다~

**
  앵 두
- 장미숙(초원)

손녀딸 생각에
뒤뜰 앵두를 따 보내신
할머니 마음을 아이는
사진으로 남기고 싶어 한다

모은 두 손안에 빨간
물앵두를 소복이 담아서
렌즈에 댄다

셔터에 눌린 손바닥
피 멍울 돋아난
평생의 노동을 증거하여

아이와 마주앉아
노모의 여생이 평안하도록
시고 떫은 물집을
터트려 삼키는 동안
눈알이 쓰리다.

노을 2007.06.01 12:44  
  어제 우리 교회 계단 옆에 서 있는 앵두나무에서 누가 앵두 서너 알
따다 주시더군요.
먹기가 아까워 두고 보았지요.
바다님의 삶이 열정적이고 알찬 것이 꼭 그 앵두알 같습니다그려!!
바다 2007.06.01 13:27  
  장미숙 시인님! 
앵두 시를  남기셨군요
 감사합니다.
딸래미를 떠나보내는 마음 장시인께서는 이미 경험하셨으니..

노을님!
앵두가 너무 이뻐 저도 먹기가 미안했는데
맛있어서 그래도 먹고야 말았답니다.
사람들이 아름다운 입술을 보고
왜 앵두같은 입술이라고 하는지 알겠더군요.

두 분 다 좋은 오후되셔요^^*
시와사랑 2007.06.04 09:36  
  누님! 한편의 수필 아름다운 수채화 같습니다.
저는 물앵두 보리앵두란 용어를 처음대합니다.
저의 처가집은 보리앵두 저의집 근처는 물앵두였군요.
저는 앵두는 다같은 앵두인줄만 알았는데...
좋은 글들 많이 쓰시길....
바다 2007.06.04 12:50  
  시와 사랑님!
 오랜만에 오셨군요.
이제 저희 집은 보리앵두가 아주 새빨갛게 익었답니다
 여기에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답글로 올릴 수 없게 되었군요.
좋은 글 많이 쓰시고 자주 올려주시고
그리고 늘 건강하시고 하시는 일도 잘 되시길...
제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