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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인 서정 가곡 음악회 참관기

동녘새벽 2 1338
어제 오후 4시에 서울 인사동 위쪽에 있는 아트선재센터에서 열린, 이수인 선생님의 작곡 가곡들로써만 채워진, ‘테너 이재욱이 부르는 이수인 서정 가곡 음악회’에 갔다. 지하의 중간 크기의 공연장 자리가 거의 다 매워진 성황을 이루었다. 이 음악회는 “가곡전문사이트 ‘가곡사랑’이 마련하는 작곡가 초청 음악회 시리즈 3”으로서 열린 것임을 나는 뒤늦게야 알았다: 프로그램 팜플렛에 ‘가곡사랑’의 운영자이신 김호동 선생님의 ‘모시는 글’ 속에 “‘가곡사랑’은 앞으로도 가능한 [한] 매달마다 가곡음악가 초청음악회를 개최할 것입니다.”라고 쓰신 것에 아주 반가움을 느꼈고 앞으로도 이 계획이 줄기차게 이어져나가기를 바란다.

이 음악회의 첫 번째 주인공이신 이수인 선생님의 ‘인사말’을 여기에 옮겨온다: “나의 음악 사춘기 때엔 항상 우리 가곡의 선율이 나와 함께 있었고 주위의 음악애호가들도 가곡에 심취하는 때였다고 생각된다. 어렵고 배고플 때 마산 앞 바닷가를 거닐면서 마음의 어지러움을 다스리는 것은 ‘가고파’, ‘내 마음’, ‘옛 동산에 올라’, ‘성불사의 밤’, ‘봉숭아’ 등 우리 가곡들과의 동행이 아니었던가 생각된다. 오늘날 우리 곁에는 그토록 좋은 가곡들이 아련한 옛 추억인 듯 저 멀리 들릴 듯 말 듯 가물가물해졌다. 나는 이런 현상을 딛고 그동안 내가 창작 애창해온 가곡들 중, 이렇게 몇 곡을 내는 기쁨은 그때의 추억을 되살리는 하나의 보석이 아닐 수 없다. 2007년 봄 이수인”.
그렇다: “하나의 보석”처럼 빛나는 시간이었다. 참석자들은 가곡이라는 ‘보석’을 보고 듣고 함께 노래불렀다.

이 음악회는 사회자가 그 진행을 이끌었다. 사회자 진동주 님은 스스로를 그 회장님이 이수인 선생님이신 ‘파랑새 창작 동요회’의 회원이고 교동초등학교 교장이라고 자기소개했다. (뒤늦게 알았지만 진동주 님은 2007. 5월에 출반된 시디 '파랑새 창작동요 17집'에 수록된 동요 '물결'과 '목련꽃' 등을 작곡하셨고 그 이전에도 동요작곡집 '노래하는 숲 속' 시디를 출반하신 작곡가이시기도 합니다. 2007.06.01일 추가함). 사회자님의 사회하는 양식이 하나의 예술작품으로 느껴졌다: 유머가 넘치면서 가곡의 작곡시기 등에 관한 지식도 일깨워주신, 재미와 긴장감이 적절히 조화된 사회였다.
불러진 가곡은 1. 아카시아 꽃(심후섭 시), 2. 외갓길(심후섭 시), 3. 그리움(박목월 시, 1962년 작곡), 4. 그리움(유치환 시, 1985년 작곡), 5. 고향의 노래(김재호 시, 1968년 작곡), 6. 가을편지(서정슬 시), 7. 내 맘의 강물(이수인 시, 1980년 작곡, 1990년 KBS FM 라디오 방송에서 처음으로 발표), 8. 수선화(강신욱 시), 9. 동백꽃(강신욱 시), 10. 불타는 강대나무(이항구 시, 1985년 작곡), 11. 국화 옆에서(서정주 시, 1980년대 초반에 작곡), 12. 별(이병기 시, 1960년 작곡[이수인 선생님의 20대 시절]), 13. 오솔길에서(이수인 시), 14. 바람아(홍일중 시, 2006년 작곡)였다. 5번, 12번, 그리고 13번은 소프라노 김수진 님이 불렀고 나머지는 모두 테너 이재욱 님이 불렀다. 3번에 앞서서 이수인 작곡가님의 인사말이 있었고 2부의 첫 순서인 8번 ‘수선화’가 불러지기 전에 이안삼 작곡가님의 축사가 있었다.
반주는 피아니스트 박원후 님께서 수고해주셨다.

프로그램 순서가 다 끝나고 앙콜곡으로 첫 곡은 김수진 님과 이재욱 님의 이중창으로 ‘사랑의 노래’(이수인 시, 이수인 곡)를, 둘 째 곡은 ‘내 맘의 강물’을 객석 참석자들과 함께 불렀다. 이재욱 님은 소감을 짧게 이야기하는 가운데 자기는 원래 대학에서 미술 전공으로 시작했는데 음악공부 쪽으로 전공방향을 바꾸었고 이어서 이탈리아로 유학가게 되었다고 말하면서 대개 성악을 외국에서 공부하고 귀국하신 분들이 우리 가곡을 음악회의 프로그램으로서 선곡하여 부르게 되기까지는 상당한 관심과 적응기간이 필요하다는 경험담을 털어놓기도 했다. 그는 우리 가곡을 유난히 애지중지하여 기꺼이 음악회에서 부르기를 좋아하고 흥겨워함을 나는 감지할 수 있었다. 아마 다른 참석자들도 그렇게 느꼈을 것이라고 추측한다.
우리 가곡의 아름다움과 예술성은 국제사회에서도 뛰어나다고 평가된다. 그런데 오늘 이 땅에서 삶을 함께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 모두가 우리 가곡의 드높은 가치를 인정하고 실제로 일상생활 속에서 사랑하며 즐겨 부르고 있는가라는 물음에 대해서는 선뜻 그렇다고 대답하기 어렵다. 우리 가곡 부르기 운동이 절실함을 많은 가곡애호가들은 느낄 것이다. 그래서 지난해에 11월 11일을 우리 가곡의 날로 정하게 되었다. 대중의사전달매체들, 특히 방송에 종사하는 이들의 우리 가곡의 홍보와 보급에 대한 특별한 관심이 요망된다.

이번 음악회에는 이수인 선생님의 부인이신 수필가 김복임 님도 참석하셨는데 이달에 한강출판사에서 출간한 김복임 수필집 ‘쥐뿔’을 참석자들에게 미리 한 권씩을 음반 ‘최연수가 부르는 이수인 동요’(22곡이 수록됨)와 함께 나눠주셨다.
마지막으로 이수인 선생님의 제안과 지휘로 프로그램 팜플렛에 그 악보를 미리 끼워서 배포한 가곡 ‘외갓길’을 참석자들과 함께 두 번 불렀다. 분위기가 더욱 흥겹고 푸근해졌다.

이수인 선생님이 작곡하신 동요들과 가곡들이, 특히 ‘별’, ‘고향의 노래’, ‘내 맘의 강물’ 등이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이유가 무엇일까를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그의 노래들은 그 선율이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고 단순하며 투명하다는 데에 그 아름다움의 특성이 드러난다고 생각된다. 이는 물론 작곡자의 개인적 성격과 취향에서 비롯된 것일 테고 나아가 그의 인간관과 세계관과도 연관되어 있을 것이다. 이런 다소 무거운 주제들에 관한 이수인 선생님의 생각이 어떠한 것인지를 나는 구체적으로 알지 못하지만 그가 작곡한 노래들을 통해서 미루어 짐작할 뿐이다.
올해에 이수인 선생님께서는 고희, 곧 일흔 살을 바라보고 계시지만 - 조금전에 알았지만 선생님은 1939년에 태어나셨다고 한다 - 그것이 고령화 사회인 한국에서는 너무 흔한 일이어서 이번 음악회에서도 공개적으로 자기는 아직 노인이 아니라고 한사코 강조하시는 모습에서 영원한 젊음의 기상이 엿보인다. 앞으로도 늘 건강하신 가운데 아름다운 가곡들을 많이 창조해내시리라 기대된다: 내내 건승하시기를 기원한다. 이번 음악회를 위해 수고하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

- 2007.05.27, 새벽 배동인
2 Comments
정우동 2007.05.29 13:49  
  새벽 배동인교수님의 참관기를 읽으면서
사람이 사람을 알고 아끼고 사랑하기를 이렇게하여야
비로소 아름답다 할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교수님과 함께 참관하면서 배우는 기회가 많기를 바랍니다.
동녘새벽 2007.05.30 06:55  
  정우동 선생님, 과찬의 말씀에 쑥스럽습니다만
좋게 봐주시니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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