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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이 날아다니는 마을

김형준 6 741
너무도 밝은 세상이 되었다.
어디에나 밝은 전등이 넘쳐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어둠 속에서 느끼는 기쁨은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어둠이 있어야 하늘에 늘 떠있는 별들과 벗할 수 있는 것이다.
하늘을 하루에 최소한 한 번은 쳐다보겠다고 여러 번 스스로에게
다짐을 하였었건만 실천하는 날들이 별로 없음은 나도 이제
어린 아이의 순수함을 잃어버리고 있다는 증거가 아닌가 하여 씁쓸할 때가 있다.

내가 어릴 때 살던 그 조그만 동네.
혼자서, 친구들과, 엄마와 함께 걷던 길에서 날아다니던 반딧불들.
그 조그마한 벌레가 내뿜어내는 그 신비한 빛에 온통 매료되어
함께 하나가 되어 두엣으로 춤을 추곤 했다.
 
대낮에는 아무런 힘도, 신비함도 줄 수 없는 내 사랑하는 반딧불.
그 반딧불이 그립다.
어딘가 시골을 찾아가 하루 저녁을 지내노라면 아마도 내게
반딧불이 다시 찾아오지 않을까.
그곳에 가서 반딧불을 만나면 나는 다시 10살짜리 아이로 돌아가
그저 순수, 순진한 마음을 가지고 그 벌레와 오랫동안 춤을 추며
길을 갈 수 있을까.

내가 사랑하는 반딧불.
그건 바로 순수함이었고, 착하고 진실된 아이가 받을 수 있는
하늘의 축복이었던 건 아닐까?

내 마음에 이런저런 다양한 욕심들이 찾아올 때,
다른 이들이 잘 됨으로 인해 내 스스로가 작아보일 때,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아, 건강이 좋지 않아 괴로울 때
나는 어느 작은 산골을 찾아가고 싶다.

내가 좋아하는, 나를 좋아하는 단 한 명의 친구와 함께
그저 전등불 없는 캄캄한 길을 걸으며
하늘에서 쏟아내는 별들의 불꽃놀이를 즐기며,
늘 웃어주는 노오란 반달과 더불어
천천히 걸음을 떼어나가고 싶다.
친구와 반딧불과 함께 마음으로 몸으로 춤을 추면서
다시금 내 마음에 그 진실한 순수함의 동심을 선물하고프다.

오늘 밤에도 별들이 환하게 비추고 있는 걸까.
문득 별맞이, 달맞이 하러 문열고 나가고 싶다.
비록 늦은 밤이지만.
늦은 밤에는 인간 세계의 빛은 좀 희미해 지고, 자연의 빛은 좀 더 밝으려나.
나만의 반딧불이 이 차갑고 어두운 겨울 밤 속에서
조용히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 삭막한 서울의 어느 작은 동네에서도.
이 나라에 사는 이미 중년이 되어 버린 모모를 위해서.....

진실과 순수의 시간을 다시 사랑하는 이들에게 되돌려 주어야지.
6 Comments
김경선 2006.02.01 07:54  
  나는 이 만큼 떠나와 있는데
그 때 그 반딧불이는 나와 함께
있어주기를 바래도 되는지?
참 힘들 때가 많습니다.
좋은 생각 감사합니다!
서들비 2006.02.01 09:16  
  내가 찾아가면
이제라도 만나 줄까요??
김형준 2006.02.01 12:00  
  김경선선생님!
우리 같이 반딧불과 춤추러 가실까요?
혹시 마산 근처 어딘가에 반딧불 나라가 있지 않을까요?
해리 포터의 나라가 런던역 어딘 가에서 기차타고 가듯이요.
반딧불 백만, 천만 마리가 춤추는 그 나라,
우리가 안심하고 어린아이로 돌아갈 수 있는 그 땅,
아, 그곳으로 함께 가시지요. 마음의 짐 다 내려놓으시고
살폿이, 버선발로 가벼이 뛰어올라보시지요.
김형준 2006.02.01 12:03  
  서들비님!
그럼요. 반딧불은 우리 인간들처럼 그리
차갑지는 않을겝니다. 차가우면 그 따스하고
정겨운 빛을 배달할 수 없을테니까요.
님이 이 세상을 다 잊고, 산으로, 들로, 숲으로
자기를 찾아 오실 때 좌우로 위아래로 원을 그리며
이 세상 어느 발레리나도 만들어 낼 수 없는
그 아름다운 선을 그리며 행복을 가득안고
님의 품으로, 삶으로 살폿이 안길 겝니다.
풍금소리 2006.02.05 05:54  
  김선생님!
같이요,어린시절로 되돌아가요
우리모두들의 고향으로요.....

반딧불 좇아 뚸어다니다가
마당 뜰에 피워논 모깃불곁에 잠들어...
젖은 풀잎태워 펴오르는 모깃불연기냄새에
곤한 잠 깨면,쏟아지는별똥,차갑게 내려앉는 밤이슬
문틈으로새어드는 실바람에 등잔불은 꺼질듯 말듯...

우리들의 시계가 그시절로,거꾸로 되돌아가,되돌아가
날 낳아주신 어어니 곁으로,아니,품속으로

끝내는....아아...! ...그리운
어머니 몸 속 안으로
되돌아 가고지고
어머니 안으로
되돌아 가고
지고
김형준 2006.02.06 19:33  
  엄마, 아빠, 반딧불, 풀냄새, 반달.
바다, 산, 들, 흥얼대며 노래하는 아이.
반딧불 하나, 또 하나, 그리고 저기에 하나
마당에 있는 평상에 누워서 보는 별들의 데이트
또 반딧불 날아간다. 아이의 눈이 그것들을 따라서 춤춘다.
아 신기하다, 아 멋있다, 아 좋다, 좋아, 정말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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